취업자 증가폭 29개월만 최저…불확실 '긴장의 끈' 연속
7월 취업자, 전년비 21만1000명 증가에 그쳐
4개월째 증가 흐름 둔화…2021년 2월 이후 최저치
건설 경기 부진·기상 악화 등 영향 '일용직 급감'
입력 : 2023-08-09 14:54:06 수정 : 2023-08-09 17:28:55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건설 경기 부진, 기상 악화 등 영향으로 일용직 일자리가 줄면서 지난달 취업자 수의 증가 폭이 29개월만에 최저를 기록했습니다. 15~29세 청년층 취업자의 감소세도 9개월째 이어지는 등 60세 이상을 제외하면 오히려 취업자 수가 8만명 넘게 줄었습니다.
 
문제는 중국의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 지연과 반도체 수출 감소 등의 요인에 따라 고용 상황 등 경기 전반의 불확실성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9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7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868만6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21만1000명 증가에 머물렀습니다. 이는 지난 2021년 2월 47만3000명이 감소한 이후 29개월 만에 최저치입니다.
 
아울러 월별로는 지난 4월 35만4000명, 5월 35만1000명, 6월 33만3000명에 이어 4개월째 둔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서운주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돌봄 수요와 외부 활동 증가 등으로 취업자 증가세가 지속하고 있다"며 "다만 집중호우와 건설 경기 등 영향으로 취업자 증가 폭은 전월에 비해 축소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기획재정부 측은 "건설 경기 부진, 기상 악화, 반도체 수출 감소 등에 따른 건설업, 농림어업, 제조업 취업자 수 감소 등에 기인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연령 계층별 취업자 수를 보면 60세 이상은 29만8000명 늘었습니다. 50대는 6만1000명, 30대는 5만1000명이 각각 증가했습니다. 반면 20대는 12만8000명, 40대는 6만1000명 줄었습니다. 60세 이상을 제외하면 사실상 8만명 넘게 줄어든 셈입니다.
 
15세 이상 인구 중 전체 고용률은 63.2%로 지난해 7월보다 0.3%포인트 증가했습니다. 이는 지난 1982년 7월 월간 통계가 작성된 이후 7월 기준 최대치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비교 기준인 15~64세 고용률은 69.9%로 전년 동월보다 0.5%포인트 상승했습니다. 이 수치 역시 1989년 1월 관련 통계 집계 이후 7월 기준 최대 수준입니다. 
 
하지만 15~29세 청년층의 취업자는 전년 대비 13만8000명 감소했습니다. 청년층 취업자의 감소세는 지난해 11월부터 9개월째입니다. 고용률은 47.0%로 전년 대비 0.7%포인트 줄었습니다.
 
성별로 보면 남자는 1604만4000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3만5000명 감소했습니다. 여자는 1264만2000명으로 24만6000명 증가했습니다.
 
통계청이 9일 발표한 '2023년 7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868만6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21만1000명 증가했습니다. 자료는 월별 취업자 수 증가 추이. (그래픽=뉴스토마토)
 
산업별로 보면 보건업·사회복지서비스업은 14만5000명, 숙박·음식점업은 12만5000명 늘었습니다.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도 6만2000명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에 반해 도매·소매업 5만5000명, 건설업 4만3000명, 농림어업은 4만2000명 감소했습니다. 제조업은 3만5000명 줄었습니다. 제조업 취업자가 감소하는 것은 1월부터 7개월째 지속하고 있습니다.
 
특히 건설업이 6만2000명에서 4만3000명, 농림어업은 1만4000명에서 4만2000명, 제조업은 1만명에서 3만5000명으로 전월보다 감소 폭이 늘었습니다.
 
종사상 지위별로 보면 임금근로자 중 상용근로자는 51만3000명 증가했습니다. 반대로 일용근로자는 18만8000명, 임시근로자는 14만4000명 각각 감소했습니다.
 
이 중 일용근로자는 2021년 1월 23만2000명 이후 최대 폭으로 감소하는 등 올해 4월부터 4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일용근로자가 감소한 것은 집중호우로 인해 건설업, 농림어업에서 두드러졌습니다.
 
올해 7월 실업자는 80만7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3만명 줄었습니다. 7월 실업자는 2012년 7월 80만3000명 이후 7월 기준 최저수치입니다.
 
실업률은 2.7%로 0.2%포인트 하락했습니다. 실업률은 1999년 2월 구직 기간 기준을 1주에서 4주로 변경한 이후 7월 기준으로는 최저치입니다.  
 
7월 기준 고용률이 최고를 기록하고 실업률이 최저를 기록하면서 정부는 양호한 고용 흐름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확실성의 요인은 배제하지 않는 상황입니다.
 
대외적 경상거래에 의한 수입과 지출의 차액을 의미하는 경상수지를 보면 수출보다 수입이 더 많이 줄어든 '불황형 흑자'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를 통해 "6월 경상수지는 최근 1년 내 최대치인 59억달러 흑자를 기록해 상반기 총 24억달러 흑자를 시현했다"면서도 "중국 리오프닝 효과의 지연 가능성 등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한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재부 관계자는 "건설업·제조업 고용 둔화의 영향 등으로 취업자 수 증가 폭은 점차 축소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8월 폭염 등 기상 악화 등은 건설업·농림어업의 취업자 수 증가의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신승철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은 지난 8일 "국제 유가, 중국 등 주요국의 경제 회복 속도, IT 경기 개선 시점 등이 계속 불확실한 요인으로 남아 있어 올해 경상수지가 연간 전망치를 상회할지는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김광석 한양대 겸임교수는 "상반기의 상당한 경제 하방 압력이 다소 해소됐지만, 하반기에 진입해 보니 또 다른 하방 압력이 등장하고 있다"며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중국의 위기설 등 여러 상황과 물가, 국제 유가, 원자재 가격 등의 상승 우려가 맞물려 뚜렷한 경기 회복을 전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통계청이 9일 발표한 '2023년 7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868만6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21만1000명 증가했습니다. 사진은 지난달 12일 서울 마포구 서부고용복지센터 일자리 정보 게시판. (사진=뉴시스)
 
세종=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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