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조선업 '수주 호황'…중형조선사는 여전히 '난항'
상반기 수출 11.9%↑… 전 세계 발주량 29%
7월 세계 발주량 44% 차지…세계 1위 탈환
중형사, 중형선박 점유율 상반기 1.4% 그쳐
입력 : 2023-08-22 16:33:48 수정 : 2023-08-22 18:3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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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주혜린 기자] 국내 조선산업 수출과 수주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전 세계 발주량의 30% 가량을 수주하고 5개월 만에 월별 수주량 1위를 탈환하는 성과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국내 중형조선사들은 여전히 수주 절벽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중형조선사들의 발목을 잡는 인력난과 제한적인 '선수금 환급보증(RG)' 발급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2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고부가 선박과 친환경 선박은 전 세계 발주량의 61%, 50%를 각각 점유해 세계 1위 자리를 지켰습니다. 특히 LNG 운반선은 세계 발주량의 87%를 가져와 압도적 1위를 차지했습니다.
 
수주 잔량은 12년 만에 최고 수준인 3880만CGT(표준선 환산톤수)로 한국 조선사들은 4년 치 일감을 확보 중입니다. 선가지수는 170.9로 2008년 이후 15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고부가선박 수주 1위수주잔량 12년만에 '최고'
 
올해 상반기 우리나라의 선박 수출액이 작년 동기보다 11.9% 증가한 92억9000만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상반기 한국의 선박 수주가 전 세계 발주량의 29%를 차지했습니다.
 
지난 7월 한국 조선업계는 세계 발주량의 44%를 수주해 지난 2월 이후 5개월 만에 중국을 제치고 월별 수주량 세계 1위 자리를 탈환했습니다. 국가별 7월 수주량은 한국에 이어 중국(113만CGT/34%), 일본(61만CGT/18%) 순입니다.
 
산업부는 2021년부터 개선된 수주 실적이 생산으로 본격화하고, 수주 당시 높아진 선가도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습니다.
 
산업부 측은 "실적은 전 세계 발주량이 감소하고 국내 조선사가 3년 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해 선별 수주를 하는 상황에서 달성한 실적이라서 더욱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습니다.
 
올해 6월 까지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1796만CGT로 2021년 연간 5362만CGT로 절반을 크게 못 미치는 33% 수준입니다.
 
이러한 호조세에 따라  올 하반기 조선사 경영 여건도 개선될 것이란 기대가 나옵니다.
 
산업부 관계자는 "앞으로도 국내 조선사가 보다 적극적으로 수출 및 수주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미래 선박 기술개발, 전문인력 양성, 생산인력 수급, 현장 애로 해소 등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2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우리나라의 선박 수출액이 작년 동기보다 11.9% 증가한 92억9000만달러를 기록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중형사·중형선박 점유율 상반기 1.4% 그쳐
 
최근 조선업 호황에도 케이조선·HJ중공업·대한조선 등 국내 중형조선사들은 여전히 수주 난항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중형 조선사는 총길이 100~300m 미만급 선박을 주로 건조하는 조선사로 HJ중공업, SK오션플랜트, 케이조선, 대한조선, 대선조선, 마스텍중공업 등이 있습니다.
 
최근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의 '2023년 상반기 중형조선산업 동향' 보고서를 보면 중형 조선사는 올해 상반기 탱커선 8척과 컨테이너선 2척, 기타 화물선 2척 등 총 12척·33만CGT(표준선 환산 톤수)를 수주했습니다. 톤수 기준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30% 줄었습니다. 
 
중형조선사들이 부진한 이유는 중형선박 발주가 늘어나지 않는 탓입니다. 국내 조선사의 올해 상반기 중형 선박 수주량은 총 46척·101만CGT였습니다. 전년동기와 비교해서는 1.5% 감소한 수준입니다.
 
대형 계열사인 현대미포조선이 40척·89만CGT 규모의 건조계약을 따내는 등 국내 점유율 88.3%를 기록했습니다. 반면 중형 조선사의 점유율은 11.7%로 최근 5년 평균(30%)을 크게 밑돌았습니다. 
 
상반기 국내 조선사들의 중형선박 세계 수주점유율은 현대미포의 점유율 상승으로 다소 확대됐습니다. 세계 중형조선 시장에서의 국내 조선사 수주점유율은 전년동기 9.9%에서 올해 상반기 11.7%로 1.8%포인트 상승했습니다. 
 
현대미포의 점유율은 전년동기 7.1%에서 상반기 10.4%로 확대됐습니다. 반면 중형사의 점유율은 전년동기 5.2%에서 상반기 1.4%로 축소됐습니다.
 
조선업 전체에서 차지하는 중형사들의 수주액 비중도 계속 쪼그라들고 있는 추세입니다. 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대형 조선사를 제외한 중형사의 지난해 총 수주액은 21억7000만달러로 2021년 대비 53.0% 줄었습니다. 
 
중형조선사의 수주액이 국내 조선업계의 신조선 수주액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21년 6.8%에서 2022년 3.1%로 감소했습니다.
 
2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우리나라의 선박 수출액이 작년 동기보다 11.9% 증가한 92억9000만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사진은 현대중공업 울산본사 전경. (사진=뉴시스)
 
"인력난에 금융지원도 부족"
 
수주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중형조선사의 생산 인력 부족 문제가 꼽힙니다. 중형사들의 인력이 대형사로 옮겨가며 인력난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한적인 RG 발급도 문제로 지목합니다. RG는 조선소에 문제 발생 시 공신력 있는 금융기관이 선주사의 선수금을 대신 환급하겠다고 약정하는 필수적인 서류입니다. 
 
최근 2년간 신조선가가 30%가량 상승하며 중형사들의 RG 발급 한도가 빠르게 소진됐습니다. 이 때문에 중형 조선소들은 수주 여력이 있어도 선박 수주가 불가능하게 됐습니다.
 
양종서 해외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국내 중형사들의 수주가 미흡한 것은 생산 인력부족에 의해 내부적인 생산시스템에 대한 자신감이 저하됐고 외부에서 블록 등 일부 기자재 조달이 원활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생산 효율을 위해 중형 조선사 내부적으로 비효율성을 제거하고 외부 컨설팅을 받는 등 과감한 투자를 고려할 때"라며 "정부는 해외 인력 도입을 지원할 때 중형 조선사는 물론 역할이 커지고 있는 외부 선박 블록(Block) 제작사들의 수요에도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지난 7월 한국 조선업계는 세계 발주량의 44%를 수주해 지난 2월 이후 5개월 만에 중국을 제치고 월별 수주량 세계 1위 자리를 탈환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세종=주혜린 기자 joojoosk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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