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 전쟁 2막①)끝나지 않은 패권 다툼
이커머스 전쟁 키워드, '빠른 배송'에서 '고유 콘텐츠'로 변화
진입장벽 낮은 업계…시장 재편 가능성 충분
글로벌 업체도 가세…"온·오프 연계 활발해 질 수도"
입력 : 2023-11-24 06:00:00 수정 : 2023-11-24 06:00:00
 
[뉴스토마토 김충범·이지유 기자] 지난 수년간 유통업계는 패러다임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전환되는 대변혁의 시기를 겪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전후해 부각된 언택트(Untact·비대면) 소비가 특유의 편리함으로 인해 소비자들 사이에 빠른 속도로 정착하며, 유통업계의 새로운 기준으로 부상한 탓인데요.
 
그간 1세대 소셜 커머스 업체들은 물론 기존 유통 강자들까지 대거 참전하며 치열한 각축 양상을 보여왔던 이커머스 시장은, 최근 대기업 위주의 시장 재편이 이뤄지며 어느 정도 진정세에 접어든 모습입니다.
 
하지만 이커머스 시장의 패권 다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 업계 중론입니다. 지금까지의 이커머스 전쟁 키워드가 '빠른 배송'이었다면, 오로지 강자들만이 살아남은 현시점에서는 단순한 배송 및 속도 경쟁을 넘어, 지속가능한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콘텐츠 확보가 더욱 절실하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쿠팡 1위지만 네이버와 격차 미미…대기업의 지속적 도전 가능성 제기
 
현재 이커머스 시장의 1위 업체는 쿠팡입니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의 춘추전국시대로 일컬어졌던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도, 강력한 도전자들의 경쟁을 물리치고 엄청난 투자 공세를 바탕으로 선두 궤도를 수성하는 데 성공했는데요.
 
쿠팡의 이 같은 경쟁력의 원천은 주문하면 바로 도착하는 '로켓배송'과 1100만명에 달하는 '쿠팡 와우' 회원입니다.
 
쿠팡이 당분간은 1위 자리를 지키는 데 무리가 없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현재까지 배송 속도나 가입자 수 규모에 있어 쿠팡을 압도할 만한 경쟁 업체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죠. 최근 쿠팡이 5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간 점도 이와 무관치 않습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쿠팡의 독추 체제를 속단하기는 다소 이릅니다. 이커머스 업황의 진입장벽이 높지 않은 까닭입니다. 시장 자체가 태생적으로 대기업의 도전이 끊임없이 이뤄질 수밖에 없는 구조로 이뤄져 있다는 것이죠.
 
23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은 △쿠팡 24.5% △네이버 23.3% △신세계(G마켓·옥션·SSG닷컴 등) 10.1% △11번가 7% 등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쿠팡의 점유율은 1위지만, 2위인 네이버와의 차이는 예상보다 더 미세한 수준입니다. 네이버는 구매 시 최대 5%의 네이버 페이를 적립하는 혜택을 제공하고 있는데요. 이 네이버 페이 포인트의 범용성이 워낙 뛰어나다 보니, 고객 선호도가 꾸준히 높아지는 추세입니다.
 
최근 11번가와의 인수 협상이 결렬되긴 했지만 글로벌 이커머스 플랫폼인 큐텐의 공격적인 합병 작업도 추후 이커머스 시장의 변수입니다.
 
지난해부터 티몬, 인터파크 커머스, 위메프를 잇따라 품은 큐텐의 경우 4.6%로 7위에 불과하지만, 적극적인 합종연횡 전략을 펼치며 국내 이커머스 문화 이식에 나서고 있어 업계가 주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추후 합병 여부에 따라 시장 전체 점유율의 대대적인 변화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성이 여전히 높은 점도 업체들의 투자 의지를 높이는 요인입니다. JP모건에 따르면 지난해 209조원 규모를 기록한 우리나라의 이커머스 시장은 내년 250조, 오는 2026년에는 300조까지 성장할 것으로 관측됐습니다.
 
과거만큼의 급등은 어려울지 몰라도, 시장의 파이 자체는 지속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입니다. 이커머스 시장 확장 여력이 있는 한 대기업들의 시장 진입도 계속 이어질 전망입니다.
 
이커머스 파이 지속 성장 가능성…"경쟁 치열해질 것"
 
전문가들 역시 이커머스 시장의 확장성에 주목하고 향후 업체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습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커머스 업계에서 '네이버가 야금야금 올라왔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나돌 정도로 네이버의 영향력이 막강해지고 있다"며 "게다가 글로벌 이커머스 업계까지 국내 시장에 가세하면서 보다 치열한 경쟁 구도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내수 수요에 의존했던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 해외 확장성이 더해진다면 파이 역시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고물가 시대에 소비자들은 빠른 배송보다 저가 가격을 더 선호할 수밖에 없다"면서 "특히 알리 같은 중국 쇼핑 플랫폼들은 파격적인 가격으로 판매에 나서고 있다. 쿠팡이 향후 알리에게 밀릴 수도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커머스 업황은 기본적으로 플랫폼 비즈니스를 기반으로 하기에, 사실 획기적인 기술을 요구하는 분야는 아니다"라며 "양질의 벤더(Vendor) 및 고유의 네트워크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를 구현하는 데 있어 막대한 투자가 필요할 뿐이다. 이 대규모 투자에 대한 일정 기간의 손해를 얼마나 감내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게다가 쿠팡같이 독점적 시장 지배력이 강화된다면 이에 따른 정부의 터치가 들어가면서 공정거래 이슈도 함께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여러 사안을 감안할 때 아직도 다른 경쟁 기업들의 (이커머스 시장) 진입은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라 본다"고 덧붙였습니다.
 
기존 유통 대기업들의 온·오프라인의 연계가 활발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번 유통 대기업들의 인사를 살펴보면 신세계의 경우 오프라인에 최적화된 인사를 많이 냈다"며 "그간 온라인 분야에서 고전하다 보니, 향후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하고 온라인으로 영역을 확장하려는 전략이 엿보인다"고 진단했습니다.
 
서울 시내 한 쿠팡 배송 캠프에서 택배 기사들이 배송 준비 작업을 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이지유 기자 acech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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