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하는 중기 R&D)②투자사도 얼었다…예산 빠진 분야 '난색'
기업 평가시 연구보조금 삭감 여부 영향
헬스케어·팹리스 등 투자 기피 현상
입력 : 2023-12-01 06:00:17 수정 : 2023-12-01 06:00:17
[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내년도 R&D(연구·개발) 예산이 크게 빠질 것으로 예고되면서 투자사들도 투자 방향을 달리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예산을 줄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주요 분야에만 투자하려는 쏠림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부 R&D 혁신방안 및 글로벌 R&D 추진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규모가 크지 않은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의 경우 자금력이 달리기 때문에 정부의 지원금이 기업의 평가에 영향을 미칩니다. 같은 맥락에서 R&D 예산 삭감이 예고된 기업에 대한 투자사의 선호도는 떨어지고 있습니다. 정부가 지원하겠다고 천명한 분야가 아닌 기업들은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현재 예산안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투자사들과 정부부처 사이에서는 R&D 예산 삭감 분야와 대상 기업에 대한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습니다. 한 투자사 관계자는 "국책 과제 보조금이 엄청 떨어진 몇 가지 분야가 있다"면서 "헬스케어, 반도체 설계(팹리스) 쪽 일부가 그렇다고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당장 매출이 발생하기 어려운 분야의 보조금이 줄어들고 있다는 게 이 관계자의 분석입니다. 그는 "초기 투자의 경우 예산 삭감이 예상된 분야에 투자를 하려고 하지 않는 경향이 짙다"면서 "가뜩이나 현금을 묶는 분위기 속에서 정부 보조금마저 줄어들면 더 투자 시장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기업들은 대개 국책 과제로 보조금을 받고 투자사로부터 투자받아 사업성을 만들어 내는데 연구 보조금이 줄어들면 그런 자금 자체가 사라지게 된다"면서 "이런 자금 중 절반은 투자고 절반은 연구비용이었는데 절반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니 투자사 입장에서는 리스크가 크다"고 덧붙였습니다.
 
전문가들은 보조금 삭감 대상 기업은 버티는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읍니다. 사업화가 이뤄지지 않은 단계의 기업들은 연구는 고사하고 최대한 고정비용을 줄이며 버티는 방법 밖에 다른 수가 없다는 겁니다.
 
R&D 예산 삭감에 따른 변화에 기업들은 안타까움을 표하고 있습니다. 한 IT 분야 중소기업 대표는 "우리나라는 실리콘밸리와 달리 다양한 기술의 밀알을 키울 만큼의 민간영역의 규모가 크지 않다. 그동안 국가가 밀알이 될 만한 기업을 키워왔다"며 "벤처캐피털(VC) 확대 등의 대안 없이 신생 기업들을 키울 수 있는 방안을 줄여버리면 지금 경제 상황에서 밀알은 죽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대표는 "R&D 자금을 효율화하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R(연구)과 D(개발)를 구분해야 한다"면서 "당장 수익이 나지 않는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들을 키울 정책적 대안이 있어야지 돈줄 자체를 막아버리는 형태로 진행되는 것은 큰 문제"라고 강조했습니다.
 
과거 경제위기 경험을 비춰볼 때 지금은 R&D 예산 삭감 시기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지금처럼 자금 유동성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R&D 예산 삭감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더 클 것이라는 분석 때문입니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경기 침체 국면에서는 R&D 투자가 나중에 큰 성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IMF 외환위기 때 R&D 투자를 크게 줄였다가 위기 극복 과정에서 매우 고전했다"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기업과 정부가 R&D 투자를 줄이지 않았다. 정부도 위력을 아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중소기업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과 질적 지표는 대기업보다도 높게 나타나고 있다"면서 "중소기업의 경우 신뢰를 기반으로 R&D 투자를 지속 추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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