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생존비용'을 위한 삶…염세주의
입력 : 2023-12-04 05:00:00 수정 : 2023-12-04 05:00:00
“술마시고 노래하고 춤을 춰봐도 가슴에는 하나 가득 슬픔뿐이네. 무엇을 할 것인가 둘러보아도 보이는 건 모두가 돌아앉았네. 자 떠나자 동해바다로 삼등삼등 완행열차 기차를 타고~”
 
1975년 발표한 송창식의 대표곡 <고래사냥>입니다. 최연소 신춘문예 당선이자 소설가인 최인호 씨가 작사한 고래사냥은 염세적·퇴폐적이라는 이유로 박정희 정권 금지가요로 낙인 찍혔습니다.
 
훗날 여름철이나 여행 때마다 흥얼거리던 추억의 명곡이자 예술의 확장성을 무색하게 하는 시류로 남아있는 곡입니다.
 
그러나 가사말처럼 술마시고 노래하고 춤을 추기에는 너무나 각박한 사회로 변질되고 있습니다. 성장정체로 인한 경영난과 고물가·고금리에 갇힌 가계가 오히려 염세주의, 비관주의로 내몰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 ‘2.2→2.1%로 하향’. 내수회복 동력 약화와 밀려오는 불확실성 탓에 이마저도 높다는 분석이 고개를 들고 있는 걸 감안하면 올해 내년 최악의 해를 거듭할까 불안감마저 감돕니다.
 
중소기업 경기전망지수는 3개월째 내리막에 10대 기업이 약조한 100조원 투자도 불투명해졌습니다.
 
그러는 사이 정부는 실업률 역대 최저라며 양호한 흐름이라고 자화자찬하고 있습니다. 30대의 자녀가 있는 여성의 고용률이 크게 증가해 경력 단절 비율이 감소했다는 이유입니다.
 
실상은 어떨까요. 높아지는 물가와 가계 빚에 형편이 어려워지자 자녀를 키우던 30대 후반 여성들이 일터로 향하고 있는 겁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실업률 역대 최저에 대해 “비정상적으로 낮은 수치”라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숙련 기술이 필요 없는 서비스 일자리로 몰리면서 결국 '불안한 일자리'가 되고 있습니다.
 
민간 분야의 질 좋은 일자리(전일제)는 올해 상반기 9만여 명 가량이 쪼그라들었습니다. 가계 실질소득도 다섯 분기 만에 ‘찔끔’ 늘었을 뿐, 가계 소비 지출이 전년보다 4%에 육박하는 실정입니다.
 
저소득층의 실질소득은 줄었고 고물가·고금리에 꼭 필요한 필수품만 사는 등 가계 여윳돈이 없어 소비를 줄이고 있습니다. 
 
우리 경제 전반의 흐름을 보여주는 산업 생산과 소비, 투자 등 3가지 지표가 지난 7월 이후 석 달 만에 꼬꾸라진걸 보면 취약 부문 중심의 보강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더욱이 공공요금 등 복병처럼 터질 물가 요인은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상승세 둔화)을 더디게 하는 등 물가 억제의 부메랑은 어찌하실 건가요.
 
신세한탄에 술 한 잔 하려해도 더이상 서민 주류가 아닌 가격 앞에 속만 더 쓰리고 타들어갑니다. 주구장창 주창하던 ‘민생 안정’은 어디로 갔나요. 소비 감소 여파로 소상공인의 체감경기는 두 달 연속 악화일로를 걷고 있습니다.
 
‘생존비용’을 위해 살아가는 서민들이 오늘도 ‘상생 금융’이라는 허울에 손을 대고 있는 노역자의 삶이 보이지 않으시나요.
 
이규하 경제부장 jud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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