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3일의 휴가’ 김해숙 “우리 엄마도 이랬을까”
“‘또 엄마야?’ 할 수도 있는데, 아직 안해 본 엄마 너무 많아요”
“‘3일의 휴가’로 우리 모두 각자의 ‘엄마’를 볼 기회 될 겁니다”
입력 : 2023-12-08 07:00:23 수정 : 2023-12-08 08:18:15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이 세상에 존재하는, 숨을 쉬는 무엇이라도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지금 이 순간 모든 것을 송두리째 뒤흔들어 놓을 수 있는 단어. 바로 엄마입니다. 이 단어가 가진 힘. 앞서 언급한 그것. 도저히 평정심을 유지할 수 없고 그래서 숨을 고를 수 없으며 결국에는 잔잔한 호수 위 퍼져가는 파장의 크기처럼. 종국에는 걷잡을 수 없는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 그게 바로 엄마란 단어가 가진 설명 불가능한 궁극의 힘입니다. 그래서 그럴 것입니다. 배우 김해숙, 그가 가진 힘은 앞에서 길고 또 길게 설명해 늘어 놓은 글과 글의 조합 속에 숨은. 그래서 그 배우의 연기와 그 연기의 가치와 그 가치가 담은 힘을 수식하고 싶은 욕구 같은. 그런데 이런 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습니다. 김해숙이란 배우, 흔히 우리가 부르는 국민 엄마란 이 배우의 힘. 그건 한낱 글자 몇 개, 문장 몇 개로 설명할 수 있는 그것이 아님을. 그래서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것입니다. 김해숙이란 배우가 그려가는 연기에서 진정성이란 감정을 느끼는 것을 넘어 우린 엄마를 보게 됩니다. 언제나 그의 모습은 우리 모두의 그리고 우리 각자의 엄마였습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고 또 버려서 자식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그런 엄마의 모습. 영화 ‘3일의 휴가는 그런 김해숙이 가진 힘, 그 힘이 그려가는 김해숙의 존재감. 그 두 가지가 정확하게 교차되는 의 지점에서 우리가 가져가고 느낄 수 밖에 없는 무엇을 전합니다. 놀랍게도 그건 앞서 언급한 나의 엄마, 너의 엄마, 우리의 엄마 그리고 모두의 엄마. 바로 엄마의 모습. 딱 그 모습이었습니다. 김해숙, 아니 엄마가 담긴 ‘3일의 휴가속 얘기. 데뷔 50년차 국민 엄마김해숙이 아닌, ‘엄마와의 대화를 소개합니다.
 
배우 김해숙. 사진=쇼박스
 
‘3일의 휴가는 갑작스럽게 죽은 엄마가 하늘나라에서 딱 3일의 휴가를 받아 내려온 뒤에 벌어지는 얘기를 그립니다.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이한 복자(김해숙)3일간의 휴가를 받고 내려온 뒤 꼭 보고 싶은 한 사람을 볼 수 있게 됩니다. 당연히 유일한 가족이자 미국의 대학 교수로 키워낸 딸 진주(신민아)입니다. 그런데 진주가 미국이 아닌 한국에 있습니다. 그것도 자신이 운영하던 시골의 작은 백반집 사장으로. 엄마 복자, 죽어서 복장 터질 상황을 맞이합니다.
 
“(웃음) 정말 남 부럽지 않게 잘 키워 낸 하나뿐인 딸이 갑자기 미국이 아닌 내가 운영하던 시골의 백반집 사장을 하겠다고 와 있으니. 귀신이 된 상황에서도 복장 터질 일이죠. 하하하. 더 얘기하면 스포일러이니깐 꼭 극장에서 봐주세요. 아주 재미있어요(웃음). 주변에서 또 엄마냐고 하는 분도 좀 있는데, 세상에는 아직도 제가 표현 안해본 엄마들이 너무 많아요. 상상할 수도 없는 엄마들이 훨씬 많더라고요. 이번에는 귀신 엄마잖아요. 하하하. 이런 엄마도 있는데 앞으로 엄마 더 해야죠.”
 
배우 김해숙. 사진=쇼박스
 
일단 제목이 ‘3일의 휴가’, 그리고 죽은 엄마가 하늘에서 내려온 남은 딸을 만난다는 설정. 생각만 해도 눈물이 쏟아질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죽은 엄마를 김해숙이 연기한다면. 안 울고는 못 버틸 상황이 벌어질 게 뻔합니다. 일단 앞서 얘기한대로 눈물 쏟을 만한 상황,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 초반부터 최루탄을 터트리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엄마가 귀신이란 설정만 있을 뿐, 예상 밖으로 웃음이 넘치고 또 여느 모녀 관계처럼 투덕거리고 데면데면한 상황이 넘쳐 납니다.
 
그러니까요(웃음). 제목만 봐선 너무 슬플 거라고 예상 되잖아요. 죽은 엄마가 하늘에서 3일의 휴가를 받아 내려온다? 잘못하면 너무 구태의연하다고 손가락질 받을 거 같아서 진짜 고민 많이 했어요. 잘못하면 작정하고 울리려고 그런다는 소리 들을 까봐 연기톤 잡기가 너무 힘들었어요. 처음 복자가 귀신으로서 딸 진주를 봤을 때의 복장 터지는 모습. 그게 힌트가 돼 거기서부터 풀어가 보자 싶었죠. 그리고 의외로 가족 간에 대화가 별로 없잖아요. 대화를 통해 서로의 오해를 풀어가는 과정 속에서 느껴지는 감정을 자연스럽게 가져가자 싶었죠.”
 
영화 '3일의 휴가' 스틸. 사진=쇼박스
 
‘3일의 휴가는 엄마와 딸의 얘기입니다. 이 영화에서 김해숙은 국민 엄마란 칭호가 아깝지 않게 엄마 복자의 모든 것을 그려냅니다. 하지만 현실에선 그도 누군가의 딸입니다. 실제 김해숙의 엄마는 얼마 전 세상을 떠났습니다. 엄마의 장례를 치르면서 누구보다도 고통스럽고 힘겨운 시간을 보냈었다는 그는 이 영화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며 딸로서의 자신과 엄마로서의 자신 그리고 실제 자신과 딸의 관계 등 여러가지를 볼 수 있는 눈을 갖게 됐다고 전했습니다.
 
제가 24세에 아무것도 모르고 결혼했고 그리고 곧바로 아이를 낳았어요. 진짜 아무것도 모르는데 애 낳아서 키우고 있었어요. 근데 저도 그땐 ‘워킹맘’이었고 어느 순간 내 엄마한테 애들을 맡기고 나가서 일을 했죠. 그때 내가 어떤 엄마였냐고 한다면 참 미안한 마음만 들어요. 우리 엄마한테도 너무 미안하고. 난 내가 하고 싶은 연기를 했지만 아이들은 엄마가 옆에 없었고 엄마는 딸인 나를 위해 또 고생하고. 그땐 엄마의 그런 도움이 희생이라 생각 안했죠. 당연히 손녀들이니 해줘야지 싶었어요. 너무 철없던 시절이지. 근데 우리 딸이 이제 비슷한 행동을 하더라고요. 그걸 보고 우리 엄마가 이랬겠구나싶더라고요. 이번 영화 작업하면서 그냥 다 쟤 얘기 같았어요.”
 
배우 김해숙. 사진=쇼박스
 
김해숙은 이번 영화를 찍고 자신의 딸의 반응이 가장 궁금했답니다. 웬만하면 딸은 엄마인 자신이 출연한 작품을 거의 안 본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번 영화는 꼭 보고 싶다고. 그래서 함께 시사회에서 옆자리에 앉아서 봤다고 합니다. 시사회가 끝난 뒤 딸의 반응이 궁금했는데 의외의 반응이라 자신도 속으로 조금은 놀랐답니다. 그리고 유쾌하게 감상을 전하며 엄마인 자신을 응원해 뿌듯한 마음도 있었다고 웃었습니다.
 
원래 우리 딸이 제가 출연한 영화를 거의 안 봐요. 본인도 일이 있으니 바쁘고. 그런데 이번 영화는 좀 봐줬으면 했는데 다행히 보러 와줬죠. 보고 나서 엄청 울었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살짝 놀랐죠. 그리고 저한테 하는 말이 영화 속 진주(신민아)가 딱 나인데라고 하더라고요 하하하. 우리 딸의 반응처럼 영화를 보면 딸이든 아들이든 모두가 공감을 할 거 같아요. 나도 진주를 보고 내 모습이 보였으니. 많이들 공감해 주고 또 많이들 얘기를 해주셨으면 해요.”
 
영화 '3일의 휴가' 스틸. 사진=쇼박스
 
‘3일의 휴가’, 무조건 공감이 되고 무조건 본인의 스토리와 서사로 자신을 끌어 들일 수 있는 힘을 갖고 있습니다. 배우들의 연기력 감독의 연출력이 그 힘을 뒷받침 합니다. 하지만 이런 모든 힘의 근원은 누구라도 부인하지 못할 한 가지를 밑바탕에 깔고 있습니다. 바로 김해숙이란 배우의 힘입니다. 김해숙, 그저 얼굴만 봐도 엄마를 떠올리게 하는 설명 불가능한 마력을 담고 있습니다. 그의 연기에 상대 배우들도 별다른 연기와 호흡이 필요하지 않다고 전할 정도입니다.
 
아유 좋게 봐주셔서 감사할 따름이죠. 그저 감정에 충실할 뿐이에요. 눈물 흘려야 하면 연기를 해서 흘리는 게 아니라 진짜를 보여줘야 한다고 집중할 뿐이에요. 내가 그 감정에 집중하고 그 감정을 진짜처럼 보여줘야 할 때는 그 감정을 관객이나 시청자 모두가 진짜로 받아 들인다고 생각하고 다가서야 하니까요. 비결이나 기술은 없어요. 그냥 나 스스로가 배우가 아닌 그 장면 그 작품의 진짜 인물이라고 생각하고 집중해서 들어가는 것 밖에는. 그걸 좋게 봐주시고 제게 응원해 주시는 것이라 생각할 뿐이죠.”
 
배우 김해숙. 사진=쇼박스
 
데뷔 50년을 앞두고 있는 배우 김해숙입니다. 아직도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배우로 불리고 싶답니다. 당연합니다. 지금도 연기가 너무너무 즐겁답니다. 단 한 번도 연기가 고통스럽다고 느낀 적이 없을 만큼 천상 배우입니다. 그는 지금도 계속 그리고 앞으로도 배가 고플 것 같답니다. 아직도 해보지 않은 엄마가 너무 많고 해보지 않은 배역, 해보고 싶은 배역이 너무 많답니다. 그래서 배가 너무너무 고프답니다.
 
언제나 전 담백한 연기로 관객들, 시청자들에게 다가서고 싶어요. ‘국민 엄마가 부담스럽지 않느냐는 말씀도 많이들 하시는데, 아직도 못해 본 엄마가 너무 많아요. 세상에 얼마나 많은 엄마가 있는데요(웃음). 내년이면 데뷔 50년을 딱 찍는데, 49년 되는 해에 이렇게 좋은 작품에서 좋은 엄마를 할 수 있어서 너무 기분이 좋아요. ‘3일의 휴가를 통해 내 엄마 당신의 엄마 우리의 엄마를 한 번 볼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많이들 봐주세요.”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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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범

영화 같은 삶을 꿈꿨다가 진짜 영화 같은 삶을 살게 된 이란성 쌍둥이 아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