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제동원 2차소송 10년만 최종 승소
대법 "위자료청구권, 청구권협정에 포함되지 않아"
입력 : 2023-12-21 16:24:45 수정 : 2023-12-21 18:02:08
 
 
[뉴스토마토 김수민·윤민영 기자]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두 번째 소송에서 약 10년 만에 최종 승소했습니다. 대법원이 2018년에 이어 재차 일본 기업에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한 겁니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21일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과 유족이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2건의 상고심 선고기일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주요 쟁점이었던 일본 기업 측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대법원은 "원고들(강제동원 피해자 또는 그 상속인)에게는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의 일본 기업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에 관한 2018년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될 때까지는 피고(일본 기업)에 대해 객관적으로 권리를 사실상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강제동원 피해자의 일본 기업에 대한 위자료 청구권은 대한민국과 일본국 간의 ‘재산 및 청구권에 관한 문제의 해결과 경제협력에 관한 협정’의 적용 대상에 포함됐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대법원은 2018년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일본 정부의 한반도에 대한 불법적인 식민지배 및 침략전쟁의 수행과 직결된 일본 기업의 반인도적인 불법행위를 전제로 하는 강제동원 피해자의 일본 기업에 대한 위자료청구권은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법적 견해를 명확하게 밝혔습니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유족들과 법률 대리인단이 21일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사무실에서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승소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피해자 한 명 당 1억~1억5000만원 배상 인정
 
이번 소송은 2012년 강제동원 관련 소송에서 대법원이 처음으로 배상 청구권을 인정한 뒤 다른 피해자들이 제기한 '2차 소송'입니다. 일본제철 상대 소송은 2013년 3월, 미쓰비시중공업 상대 소송은 2014년 2월에 제기됐습니다. 
 
두 소송의 1·2심 재판부는 원고들의 청구를 받아들여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고, 각각 1억∼1억5000만원 배상 판결이 나왔습니다. 이날 판결이 확정되면서 미쓰비시와 일본제철은 피해자 한 명 당 1억원∼1억5000만원의 배상금과 지연손해금을 유족에게 지급해야 합니다. 
  
다만 일본 기업들의 직접 배상, 즉 실질적인 회복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1차 소송에서 승소한 피해자들이 손해배상금 지급을 거부한 일본 기업의 국내 재산을 강제 처분하는 절차를 밟으려 했지만, 일본 측은 항고에 재항고로 맞서고 있습니다. 정부가 우리 정부와 기업이 대신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는 '제3자 변제안'을 내놨지만, 생존한 피해자들은 배상금 수령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이날 한국 대법원의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밝혔습니다. 2018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양금덕 할머니 등 피해자들이 제기한 1차 손해배상 소송에서도 이번과 같은 판결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도 일본 전범기업들이 배상을 미룬다면, 일본 전범기업의 한국 내 자산 현금화를 빨리 이행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은 "대법원의 판결에도 일본제철과 미쓰비시가 판결을 이행하지 않으면 원고들의 의향을 반영해 전범기업의 한국 내 자산 매각 강제집행이 필요하다"며 "정부는 한일 관계가 정상화되면서 이 문제가 끝난 것처럼 굴었지만, 일본이 한국의 사법주권을 계속 무시한다면 정부가 외교적 보호권을 발동해 판결 이행 요구를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피해자 보호하는 매우 합리적 판결"
 
피해자 지원단체와 법률대리인단은 이날 판결 이후 "지금까지의 강제동원 판결 중 가장 두텁게 피해자를 보호하는 취지로 매우 합리적인 판결"이라며 환영의 뜻을 표했습니다.
 
미쓰비시중공업 사건을 대리한 김정희 변호사는 이날 선고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라고 한다. 눈 감기 전에 보고 싶었던 판결 선고 결과를 보지 못한 것은 또 하나의 사법부의 책임이지 않을까 싶다"며 "늦었지만 사법부의 이 판결도 귀하게 지켜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편 정부는 이날 최종 승소한 피해자들에 대해서도 '제3자 변제'를 추진할 예정입니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을 통해 "오늘 판결에 대해서도 지난 3월 발표한 강제징용 확정 판결 관련 정부 입장에 따라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원고분들께 판결금과 지연이자를 지급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김수민·윤민영 기자 su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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