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명운, 채상병 수사에 달렸다
오동운 공수처장 취임…첫 과제는 '채상병 수사'
입력 : 2024-05-22 16:29:02 수정 : 2024-05-23 09:52:55
 
 
[뉴스토마토 김수민 기자]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22일 취임하면서 2기 공수처가 공식 출범했습니다. 가장 시급한 현안은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입니다. 국민 관심이 높은 이 사건에 공수처의 명운이 걸린 겁니다. 마침 윤석열 대통령이 '채 상병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공수처는 시간을 벌었습니다. 수장 공백을 해소한 공수처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 수사로 존재의미를 입증할지 주목됩니다.
 
오동운 신임 공수처장이 22일 오전 경기도 과천 정부과천청사에 첫 출근하면서 3년 임기를 시작했습니다. 오 처장의 첫 과제는 채 상병 사망사건을 둘러싼 의혹을 수사하는 겁니다. 의혹의 정점에 윤 대통령이 있는 만큼 수사는 난항을 겪을 걸로 보입니다. 하지만 그간 꼬리표처럼 따라붙던 '수사력 부족' 논란을 만회할 기회이기도 합니다. 오 처장이 출근길에서 "채 상병 사건은 처장으로서 제일 중요한 업무"라며 "공수처가 생겨난 맥락에 맞게 성실히 수사하겠다"라고 밝힌 건 공수처에 대한 세간의 평가를 의식한 걸로 풀이됩니다.
 
채 상병 사망사건 의혹의 핵심은 'VIP 격노설'
 
VIP(윤 대통령) 격노설은 이 의혹 사건의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입니다. 따라서 해병대 수사기록 회수 과정에서 대통령실 개입 여부를 규명하는 건 이 사건 진상 규명의 첫 단계입니다. 격노설의 구조는 간단합니다. 채 상병 사망사건을 수사하던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으로부터 '윤 대통령이 임성근 해병대 전 1사단장을 혐의자로 특정한 초동수사 결과를 보고 받고 격노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겁니다. 박 전 수사단장은 줄곧 격노설을 주장했으나 김 사령관은 그간 이를 부인해 상반된 태도를 보였습니다.  
 
오 처장은 출근길 문답에서 '대통령까지도 성역 없이 수사할 수 있는가'란 질문에 "아직 사건에 대해 보고를 안 받아서 그 부분에 대해 말씀드릴 순 없고 원칙론적으로 (제일 중요한 업무라는) 말씀을 드렸다"고 답했습니다.
 
오동운 신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22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공수처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수장 공백 해소된 공수처, 채상병 수사 속도 붙나
 
법조계에서는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와 신임 처장의 임명이 겹치면서 채 상병 의혹 수사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만약 특검이 도입됐다면 그동안 진행됐던 수사 자료를 모두 특검에 넘겨야 했겠지만, 특검법이 다시 국회로 넘어가면서 공수처가 수사를 안정적으로 해나갈 수 있게 됐다는 겁니다.
 
특히 공수처는 전날인 21일 김 사령관과 박 전 수사단장을 소환조사하는 등 윗선으로까지 수사를 확대하는 모양새입니다. 공수처는 두 사람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한 후 '윗선 의혹'을 받는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도 본격적으로 수사할 예정입니다. 특히 공수처가 김 사령관과 박 전 수사단장을 동시에 소환했고 대질조사 가능성까지 열어놨다는 점을 고려하면 차후 이 사건의 수사는 공수처가 전적으로 주도하게 될 걸로 보입니다.
 
대통령실 수사 미흡 땐 '2기 공수처도 무용' 비판 직면
 
다만 오 처장에겐 넘어야 할 산도 많습니다. 공수처가 자칫 수사력에 미진한 모습을 드러내거나 윤 대통령 또는 대통령실을 정면 조준하지 못할 경우 공수처 무용론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실제로 김진욱 전 처장이 지휘봉을 잡았던 1기 공수처는 인원 부족에 시달리며 수사력 부족을 노출했습니다. 공수처가 직접 기소한 사건 중 유죄 판결을 받은 건 '고발사주 의혹'을 받는 손준성 검사장뿐이고, 다섯 차례 청구한 구속영장은 모두 기각됐습니다. 고위공직자의 범죄를 전담해 수사하고, 검찰을 견제한다는 존재감은 진작에 없어졌다는 평가까지 받았습니다. 1기 공수처의 한계를 극복하고 공수처의 존재의미를 입증하는 건 2기 공수처가 짊어진 가장 큰 숙제입니다. 
 
민주당을 비롯한 범야권이 채상병 특검법을 압박하는 것도 공수처가 이겨내야 할 또 하나의 부담입니다. 윤 대통령은 채상병 특검법을 거부하면서도 공수처 수사가 미진하면 먼저 특검을 제안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만약 공수처 수사가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거나 속도를 내지 못하는 것처럼 비칠 경우 특검법 추진은 더욱 명분은 얻습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오는 28일 본회의를 열고 '채상병 특검법'을 재표결에 부치겠다고 예고하기도 했습니다.
 
공수처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처장이 없는 상황에서 수사 진행이 어려웠을 텐데 속도 내고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며 "특검 논의가 있다고 하더라도 구애받지 않고 수사기관 본연의 모습으로 신속하게 속도를 내서 결론을 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수민 기자 su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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