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 경험한 60대…역대 선거 당락 갈랐다
16·19대 대선 땐 진보진영 지지…17·18대 대선 땐 보수진영 선택
입력 : 2024-01-12 17:32:41 수정 : 2024-01-12 18:17:49
지난 2002년 12월18일 당시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대선 후보가 용산전자상가 앞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사진=노무현재단)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1960년 전후로 출생한 60대 유권자들은 역대 선거에서 승패를 가른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왔습니다. 이들은 20대인 1980년대에 민주화 운동을 경험했지만 역대 선거에서 어느 한쪽 진영만을 지지하진 않았습니다. 2002년과 2017년 대선 때는 진보진영 후보를 지지했지만 2007년과2012년, 2022년 대선 때는 보수진영 후보를 선택했습니다. 
 
특히 2020년대 들어 1960년 전후 출생한 유권자들이 60대로 진입했습니다. 때문에 60대도 마냥 보수 우위 세대로 단정할 수 없습니다. 21년 전 대선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지했던 이들이 다가오는 4월 총선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됩니다.

'노무현' 지지한 40대…10년 후엔 '박근혜'
 
현재 60대는 2002년 16대 대선 때 40대였습니다. 이들은 당시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 당선의 1등 공신이었습니다. 당시 20대와 30대는 노무현 후보를, 50대와 60대 이상은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 지지로 확 쏠린 상황에서 40대의 선택이 승패를 갈랐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40대 과반이 노 후보를 지지했습니다. 
 
그러나 40대인 이들의 선택은 5년 뒤인 2007년 17대 대선 땐 또 달랐습니다. 당시 대선은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와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 이회창 무소속 후보의 3파전으로 진행됐는데, 결과는 이명박 후보의 압도적 승리였습니다. 당시 'MBC-KBS' 출구조사를 결과를 보면 이명박 후보는 모든 세대에서 정동영 후보에 크게 앞섰습니다. 특히 40대에선 '이명박 50.1%' 대 '정동영 27.6%'로, 절반이 이명박 후보를 지지했습니다.
 
5년 전 2002년 대선 때 노무현 후보에게 절반 가까이 표를 줬던 이들이 2007년 대선에선 이명박 후보 지지로 돌아서거나 투표를 포기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당시 노무현정부에 대한 심판론이 거센 이유도 있었지만, 이명박 후보가 서울시장 재임 시절 이룬 '뉴타운-청계천-서울숲' 등의 개발 성과들이 이념보단 자녀 교육과 노후 대비와 같은 사회·경제적 이슈에 따라 지지 대상을 바꾸는 40대 표심을 자극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이들은 2012년 18대 대선 때 50대에 접어들었습니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세게 붙었던 당시 대선에서 이들은 보수진영의 박근혜 후보에게 힘을 실었습니다. 'KBS-MBC-SBS'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 50대에선 '박근혜 62.5%' 대 '문재인 37.4%'였습니다. 10년 전 대선 땐 절반 가까이가 노무현 후보를 선택한 이들이 이땐 박근혜 후보에게 압도적 지지를 보낸 셈입니다. 50대는 보통 대학생이나 결혼할 자녀가 있고 곧 정년을 맞거나 정년을 한 세대입니다. 당시 문재인 후보가 하우스푸어·렌트푸어 문제와 같은 부동산을 비롯해 경제위기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지적입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9일 국회 민주당 대표실을 예방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정농단 이후 '문재인' 지지…"60대 보수 단정 어렵다"
 
하지만 이후 2017년 19대 대선 때 50대 유권자들의 선택은 문재인 민주당 후보로 향했습니다. 이른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실망한 50대 표심이 보수진영이 아닌 진보진영으로 이동한 겁니다. 당시 19대 대선은 문재인 후보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등 3파전 구도로 치러졌습니다.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 50대에선 문재인 36.9% 대 홍준표 26.8% 대 안철수 25.4%로, 문재인 후보에 대한 지지가 앞섰습니다. 당시 안철수 후보의 정치적 기반이 호남에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50대 유권자 중 최소 절반 이상의 표심이 진보진영으로 향한 겁니다.
 
2022년 21대 대선 때 60대 유권자가 된 이들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양자 구도에서 윤석열 후보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당시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60대에서 윤석열 64.8% 대 이재명 32.8%로, 대략 2배 격차로 윤석열 후보에 대한 지지가 높았습니다. 2002년 대선 출구조사에서 진보진영의 노무현 후보에게 절반에 달하는 지지를 보냈던 이들이 대략 20년이 지난 후에는 60%가 보수진영의 윤석열 후보를 선택한 겁니다.
 
이번 4월 총선에서도 이들의 선택에 따라 당락이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21년 전 노무현 후보를 선택한 이들이 이번 4월 총선에선 어떤 선택을 할지 관심이 쏠립니다. 정치권에서는 60대의 정치적 성향이 현재 보수 우위더라도, 이렇게 단정 짓긴 힘들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같은 60대라도 초반, 중반, 후반 각각 다른 성향을 보이고, 세월이 흐르면 점차 보수화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점차 50대들이 60대로 편입되면서 보수 우위, 강세 현상이 다소 완화될 개연성은 있다"면서도 "나이를 먹으면 보수화되는 불가역적인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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