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총선은 ‘정권심판’이 작동한다는 착각
입력 : 2024-01-25 06:00:00 수정 : 2024-01-25 06:00:00
한국 정치권에는 야당이 좋아하는 오래된 속설이 하나 있다. 총선은 ‘정권심판 선거’ 성격을 갖는다는 속설이다. 이런 발상은 실제 선거 역사에 부합하는 것일까? 
 
1987년 민주화 이후 국회의원 총선거는 모두 9회 있었다. 이 중에서 1988년, 1992년, 1996년, 2000년 총선까지는 지역주의 구도가 작동하는 다당제 구도였다. 오늘날과 같은 양당제는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 이후 2004년 총선부터 본격화됐다. 
 
총선에서 실제로 정권심판이 작동했는지를 살펴보려면 2004년 이후부터 살펴보는 게 적절하다. 2004년 이후를 기준으로, 역대 총선은 정말로 ‘정권 심판’ 선거로 작동했던 것일까? 
 
◆ 04년 이후, 정권심판 작동 선거는 5회중 1회에 불과 
 
2004년 이후 현재까지 총선은 모두 5회 있었다. 2004년, 2008년, 2012년, 2016년, 2020년 총선이다. 결론부터 말해, 5회 총선 중에서 집권여당은 4회 승리하고, 1회 패배했다. 즉, 정권심판 선거가 작동한 경우는 불과 20%에 불과하다. 나머지 80%는 집권여당이 승리했다. 하나씩 살펴보자. 
 
2004년 총선에서 집권여당은 열린우리당이었다. 집권여당은 152석(50.8%)으로 압승을 했다. 제1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은 121석(40.5%)으로 참패했다. 임기 2년차 선거였다. 2008년 총선에서 집권여당은 한나라당이었다. 집권여당은 153석(51.1%)을 얻어 압승했다. 제1야당이었던 민주당은 81석(27.1%)으로 참패했다. 임기 1년차 선거였다. 2012년 총선에서 집권여당은 새누리당이었다. 집권여당은 152석(50.7%)를 얻었다. 제1야당이었던 민주당은 127석(41.0%)를 얻었다. 임기 5년차 선거였음에도 불구하고 집권여당이 압승했다. 2016년 총선에서 집권여당은 새누리당이었다. 집권여당은 122석(40.7%)를 얻어서 패배했다. 제1야당이었던 민주당은 123석(41.0%)을 얻어서 신승했다. 임기 4년차 선거였다. 2020년 총선에서 집권여당은 민주당이었다. 집권여당은 180석(60.0%)으로 초유의 압승을 했다. 제1야당이었던 자유한국당은 103석(34.3%)로 참패했다. 임기 3년차 선거였다. 
 
정리해 보면, 2004년 이후 총선에서 ‘정권 심판’이 작동한 선거는 5회 중 1회에 불과하다. 정권심판이 작동한 선거는 비율로 20%에 불과하다. 2016년 총선이 유일하다. 이때를 기억하는 사람은 알겠지만, 당시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의 패배는 뜻밖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유승민 원내대표를 찍어냈고, 김무성 대표는 옥새파동을 통해 저항했다. 중도성향의 안철수가 국민의당을 만들어서 ‘권위주의에 비판적인 보수층’이 새누리당에서 이탈했다. ‘정권의 자멸’ 성격이 강했던 선거였다. 
 
다섯 번의 총선을 보면, 심지어 임기가 몇 년차였는지도 중요하지 않았다. 집권여당의 승리와 임기의 관계를 보면, 1년차(08년), 2년차(04년), 3년차(20년), 5년차(12년)가 모두 섞여 있다. 
 
◆ 총선이 ‘정권심판 선거’라는 속설은 팩트가 아님 
 
결론적으로, 역대 총선이 ‘정권심판 선거’였다는 속설은 전혀 근거가 없다. 그 시기 야당의 희망사항이 반영된 착각에 불과하다. 역사적 팩트는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다. 집권여당의 승리 확률은 무려 80%(5회중 4회)다. 
 
1987년 민주화 이후, 9번의 총선, 8번의 대선이 있었다. 17번의 선거를 관통하는 승패의 3가지 결정 요인이 있었다. ①분열 ②반사이익 ③중도확장이다. 선거 승리를 원하는 쪽은 분열과 실책을 하지 않고, 혁신을 통해 중도확장을 해야 한다. 총선이 ‘정권심판 선거’로 작동한다는 속설은 야당의 희망사항에 불과하다. 
 
역대 총선
선거 결과
집권여당 의석
1야당 의석
당시 집권여당
임기 연차
2004
여당 승
152
(50.8%)
121
(40.5%)
열린우리당
2년차
2008
여당 승
153
(51.1%)
81
(27.1%)
한나라당
1년차
2012
여당 승
152
(50.7%)
127
(42.3%)
새누리당
5년차
2016
야당 승
122
(40.7%)
123
(41.0%)
새누리당
4년차
2020
여당 승
180
(60.0%)
103
(34.3%)
더불어민주당
3년차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이기는 정치학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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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순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