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통제 수단으로 ‘광고’ 악용, 우리금융의 명백한 횡포”
언론계 “부당한 압력이자 편집권 침해…언론사 자기검열 조장”
입력 : 2024-02-05 06:00:00 수정 : 2024-02-05 06:00:00
 
 
[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우리금융이 비판적 언론에 광고 중단의 카드를 꺼내든 것에 대해 언론계는 “명백한 횡포이자, 언론 통제”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우리금융이 특정 언론사에 대한 광고 집행 여부를 결정하는 건 개별 기업의 자유지만, 이를 언론 통제나 길들이기 수단으로 악용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입니다. 동시에, 자본권력이 광고를 무기로 언론사의 편집권까지 침해하는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적 견제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조언도 뒤따랐습니다. 
 
김봉철 한국기자협회 부회장은 5일 “특정 사안을 바라보는 언론 보도와 출입처 입장이 다를 수 있지만, 이를 문제 삼아 기업이 광고를 일방적으로 중단하는 행위는 진실을 바로 잡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며 “입장 차이를 금전적인 구실로 해소하려 든다면 부당한 압력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지난달 19일 서울 회현동 우리금융 본사 강당에서 열린 ‘2024 그룹 경영전략 워크숍’에서 경영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성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미디어언론위원장은 “기업이 광고 집행을 통해 자사에 대한 비판적 기사에 부정적인 태도로 대응한다면 언론사의 편집권 독립 원칙에 명백히 위배된다”며 “기업이 광고를 목적 외 언론 통제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는 행태”라고 지적했습니다.
 
언론의 존재이유가 정치 및 자본권력 등에 대한 견제와 감시, 비판이라는 점에서 광고 집행을 비판적 기사의 유무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게 언론계의 일치하는 견해입니다. 또한, 기사가 악의적으로 작성되었거나 사실관계가 다를 경우 적법한 절차를 통해 문제 제기가 이뤄줘야 한다는 충고도 이어졌습니다. 해명 보도자료, 정정·반론보도 요구, 언론중재위원회 제소 등의 다양한 수단을 외면한 채 광고를 무기로 꺼내든 것은 최소한 사실관계를 따질 노력조차 안 했다는 지적입니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광고를 집행하는 데 있어 자사 비판기사 여부를 핵심 기준으로 삼고, 광고를 빌미로 보도내용에 영향을 주려는 건 심각한 월권”이라며 “언론사에 보장된 편집권과 공적 사안에 대한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하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보도가 부당하다면 적법한 절차를 통해 내용을 정정해야 독자들도 정확한 사실관계와 해당 사안에 대한 기업 입장을 알 수 있고, 스스로도 투명한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가질 수 있다”며 “그렇지 않고 언론사에 경제적 타격을 주고 겁박하는 식의 대응은 언론 길들이기로밖에 볼 수 없다”고 꼬집었습니다.
 
“언론 압박용으로 광고 악용…비판언론 재갈 물리기
 
광고 집행을 수단으로 비판적 언론을 압박하거나 언론사의 자기검열을 조장하는 일들은 계속돼 왔습니다. 중앙정부와 지자체, 공공기관들의 언론사 줄세우기, 기업들의 특정 언론사 배제 등의 문제는 언론계의 화두가 된 지 오래입니다. 특히 윤석열정부 들어 정권 비판 언론에 대한 부정적 환경이 조성되면서 일부 민간기업들도 정부 눈치를 보며 대응에 보조를 맞추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신미희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비판 보도를 했다는 이유로 광고를 통해 언론사를 압박하는 경우는 계속 있어 왔고, 언론계의 부당한 관행처럼 돼 있다”며 “대기업뿐 아니라 정부와 지자체들도 언론 압박용으로 광고를 이용하곤 했는데, 이를 통해 언론사에 타격을 주고 입막음을 하고자 한다면 공적 사안들에 대한 국민의 알권리 등 기본권을 침해하는 일”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지은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선임간사는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정부의 반언론 기조로, 기업들도 노골적으로 언론사들을 압박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면서 “광고비를 매개로 힘의 우위를 통해서 비판 언론에 재갈을 물리고 비판의 날을 무디게 하거나 자기검열과 자기통제의 굴레를 씌우는 일들에 대해 문제 제기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공론화 과정 통해 언론환경 개선해야”
 
비판 언론에 대한 반복되는 광고 탄압과 부당한 개입에 대해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그동안 개별 언론사의 문제 제기는 있었지만, 언론계가 공동대응하며 한 목소리를 내는 일은 부족했다는 평가입니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기업들의 부당한 언론 개입과 횡포에 대해 법적 제도적 제재 수단이 마땅치 않은 게 현실”이라며 “언론계가 나서 문제 제기를 하고 시민사회가 자발적인 소비자 불매 등 저항의 운동을 해나가면서 비윤리적 기업들의 실상을 알리고 언론 환경을 개선해 나갈 수 있는 실천적인 방안들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김동원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홍보실장은 “광고주협회나 신문협회, 인터넷신문협회 등 대표성 있는 단체들이 광고 집행과 관련해 원칙과 절차들을 논의하고 최소한의 협약을 맺을 필요가 있다”면서 “이렇게만 해도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나 분쟁시 상호 입장과 명분을 내세워 협의가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서울 중구 소재 우리금융그룹. (사진=뉴시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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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창현

산업1부에서 ICT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