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공 지연에 전문성 논란"…신탁사 '좌불안석'
인천 원창물류센터 PF 대주단, 신한자산신탁 상대 '손해배상'
경기 침체에 '책준형 토지신탁' 관련 소송 증가 우려
도정사업에서도 신탁사 '전문성' 논란 커져
입력 : 2024-03-25 15:59:52 수정 : 2024-03-25 16:37:28
 
[뉴스토마토 송정은·홍연 기자] 건설 경기 침체에 부동산 PF 부동산 신탁사들도 어려운 한 해를 보내고 있습니다. 업계 상위권 신탁사들이 책임준공형 관리형 토지신탁(책준형 토지신탁) 관련해 준공 의무 위반으로 PF 대주단으로부터 손해배상 소송에 휩싸이는가 하면, 일부 도시정비사업장에서는 신탁사에 대한 전문성 논란도 일고 있습니다. 업계에선 신탁사들을 향한 손해배상 소송 등이 앞으로 더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황금알 낳는 거위?…미운 오리새끼된 '책준형 토지신탁'
 
25일 업계에 따르면 인천 원창동 물류센터 건설공사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주단은 지난달 신한자산신탁을 상대로 책임준공 의무를 어겼다며 575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신한자산신탁은 신한금융그룹 산하로 한국기업평가연구소의 3월 부동산 신탁 브랜드평판 10위권에 위치한 업계 상위 신탁사입니다. 
 
서울 시내 한 공사현장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PF 대주단은 신한자산신탁뿐 아니라 시공사인 에스원건설과 시행사 케이엘케이에이치원을 상대로도 원리금 상환 청구 소송을 냈습니다. 
 
해당 사업장의 준공기한은 지난해 말까지였지만, 시공사인 에스원건설 측은 자재비와 인건비 인상 등으로 인해 기한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이에 PF 대주단은 책임준공을 확약한 신한자산신탁이 원리금 상환은 물론 준공과 분양을 모두 마무리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책준형 토지신탁은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중소건설사를 대신해 신탁사가 대주단에 책임 준공을 약속하는 방식으로 PF 대출을 일으키는 방식입니다. 부동산 호황기 시절 2%에 달하는 수수료 등으로 인해 고수익 효자 상품으로 주목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길어지는 시장 침체와 PF 부실 우려 등으로 부도위기에 처한 중소건설사가 늘어나고 원자재값 상승 등으로 수익성도 떨어지게 되자 이 같은 소송 사례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신탁사들이 책임 준공을 확약한 전국 사업지에서 손해배상 소송이 잇따를 것이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신탁 방식이 빠르다더니"…정비사업 신탁 '왈가왈부'
 
일부 도시정비사업장에서는 신탁사들의 '자질' 논란도 불거지고 있습니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여의도 시범아파트 재건축 사업 시행을 맡은 한국자산신탁은 최근 해당 사업장에서 데이케어센터(노인복지시설)를 놓고 조합 측과 갈등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한국자산신탁은 지난해 10월 서울시 정비계획 통과 심의통과 조건으로 포함된 단지 내 데이케어센터 건립안을 놓고 한자신 측이 조합과 별도의 협의를 거치지 않고 건립안 수용을 일방적으로 통보해 조합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바 있습니다. 
 
시범아파트는 용적률 상향 등의 인센티브를 조건으로 데이케어센터를 기부채납하는 방안을 서울시와 협의해왔는데, 일부 소유주들은 '기피시설'로 인식될 수 있는 해당 시설을 신탁사가 아무 상의 없이 수용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 신탁 철회 움직임도 포착되자 한자신 측은 데이케어센터 건립 계획을 철회하는 방안을 서울시에 요청했고 대규모 문화시설을 짓는 방향으로 전환했습니다. 
 
합의점을 찾기 쉬운 갈등이 아닌 만큼 사업지연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소유주들은 애초에 신탁방식을 채택하는 것은 관련 정비사업에 대한 전문성은 물론 빠른 사업속도와 지자체와의 원활한 협의 등을 기대했기 때문인데, 오히려 최근에는 그런 장점들이 퇴색되고 있다며 신탁방식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신탁사 어려움 당분간 지속…전문성 키워야
 
서울 시내 한 주택공사 현장 모습. (사진=뉴시스)
 
신탁사들의 수난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국토교통부 등 관계 기관은 지난해 말 ’신탁방식 정비사업 표준계약서·시행규정 개선안‘을 배포하며 개선에 나섰지만, 신탁사의 전문성 부족에 대한 개선·보완책은 부족해 '반쪽짜리 개선안'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부동산 호황기에는 책준형 신탁 방식 등 기존 제도로도 잘 운영됐겠지만, 미국 기준금리 급등 등 외부 요인으로 시장 환경이 변화했다"며 "책준형 신탁방식이 가진 제도적 한계가 부동산 경기 침체를 만나 문제가 잦아지고 있다. 외부 환경 요인의 변화가 있기 전까지는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도시정비사업에서 신탁방식을 정부가 장려하는 건 주택공급 증가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다만 사업장 곳곳에서 신탁사들의 미숙한 운영이 지적되고 있는 만큼, 경쟁입찰 등의 제도 도입도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송정은·홍연 기자 johnnys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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