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에 민심 '아우성'…여야, 이번에도 '퍼주기 공약'
돈 풀고 각종 혜택 확대…총선 앞 '쩐의 전쟁'
입력 : 2024-03-26 06:00:00 수정 : 2024-03-26 06:00:00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치솟는 장바구니 물가에 소비자 부담이 커진 가운데, 정치권이 4·10 총선을 앞두고 '선심성 돈 풀기 경쟁'에 나서고 있습니다. 여야는 '세 자녀 이상 대학등록금 면제',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등 퍼주기 공약을 쏟아내고 있는데요. 문제는 이 같은 퍼주기 공약들이 유동성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때문에 정치권 안팎에선 여야의 돈 풀기 경쟁이 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이재명 "1인당 25만원" 내놓자…한동훈 "3자녀 대학등록금 면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은 25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에서 열린 현장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자녀들을 3명 이상까지 교육시킨다는 건 대부분 가정에 큰 부담"이라며 "우선 세 자녀 이상 모든 가구의 대학등록금을 면제하고 두 자녀 이상 가구에 대해서도 단계적 확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 위원장은 또 다자녀 기준을 현행 세 자녀에서 두 자녀로 일괄 변경하겠다며 "현재 세 자녀 이상 가구에만 지원되고 있는 도시가스, 전기요금, 지역난방비 감면을 두 자녀 가구로 확대하겠다. 보건복지부 다자녀 카드와 연계해, 다자녀 지원을 대중교통 요금 할인, 농산물 할인까지 확대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더불어 예비부부, 신혼부부, 양육가구 주거지원의 소득 기준을 폐지하고 육아기 탄력근무제 의무 시행을 위한 법 개정도 약속했습니다.
 
앞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 역시 지난 24일 민생경제 회복을 위해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의 민생회복 지원금을 지급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이 대표는 "벼랑에 놓인 민생경제 회생을 위해 특단의 긴급구호 조치를 서둘러야 한다"며 "국민 모두에게 1인당 25만원, 가구당 평균 100만원의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제안한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차상위 등 취약계층의 경우 1인당 10만원을 추가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여당의 '경제통' 의원들은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서울 중·성동갑에 출마한 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무식한 양반아, 돈 풀어서 인플레이션 잡자는 이재명 당신이 바보"라고 직격탄을 날렸고, 추경호 국민의힘 민생경제특위 공동위원장도 "현 정부와 미래 세대에 엄청난 빚더미를 물려준 민주당이 또 총선을 앞두고 무책임한 현금 살포 선심 공약으로 매표 행위에 나섰다"고 비판했습니다.
 
민주당 역시 정부·여당 정책을 비판하며 '민생 직무유기' 책임론을 꺼내들었습니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물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기만 했는데, 여태껏 뭘 하다 총선을 목전에 두고 물가를 잡겠다고 나서느냐"며 "표심을 잡기 위한 보여주기식 약속을 믿어줄 국민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이 25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학교 동문회관에서 열린 서울 현장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돈풀기 경쟁' 물가 상승 자극…재정건전성 훼손 우려도
 
문제는 이 같은 여야의 퍼주기 공약들이 되레 물가 상승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경제계에선 긴축적 통화정책의 효과가 나타나면서 금리 인하 시점이 다가오는 것으로 평가되지만, 총선을 앞둔 여야의 돈 풀기 경쟁이 다시 유동성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3.1% 상승하면서 두 달 만에 3%대로 돌아갔습니다. 새해 첫 달 2%대로 떨어지며 둔화세를 보였던 물가는 농산물 등 장바구니 품목을 중심으로 치솟으면서 두 달 만에 3%대에 재진입했는데요. 
 
치솟는 물가에 대한 유권자들의 부정적 인식은 여론조사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습니다. 26일 공표된 <뉴스토마토·미디어토마토>의 정기 여론조사 결과(23∼24일 조사·무선 ARS·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34.9%가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힘에 가장 큰 악재는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물가 급등·민생 문제'라고 답했습니다.
 
고물가에 민심은 아우성인데, 정치권은 총선을 목전에 두고 퍼주기 공약만 남발하고 있어 비판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앞서 국민의힘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세제 혜택 확대, 기업 출산지원금 비과세 등 각종 감세 정책을 줄줄이 발표했는데요. 민주당 역시 체력단련비·통신비·자녀 예체능 교육비 등 소득 공제를 비롯해 가상자산 매매수익 공제 한도 상향 등 감세 공약을 잇달아 내놨습니다.
 
여야의 퍼주기 공약들은 물가 자극뿐 아니라 재정건전성을 더욱 훼손할 수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큽니다. 특히 지난해 각종 감세 정책으로 56조원 규모의 역대급 '세수 펑크'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도 뚜렷한 재원 대책 없이 총선용 '세퓰리즘'이 이어지면서 세수 부족 가능성이 커 경제부처의 고민이 큽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정치권의 감세 정책들은 산업 정책이라기보다는 표심을 겨냥한 선거용에 가깝다"며 "당연히 재정건전성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습니다. 이어 "물가가 널뛰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적 부담이 덜해지는 총선 이후에는 그간 억눌러 온 공공요금도 인상 가능성이 커 물가 불안이 확대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이 25일 창원 경남도당에서 열린 현장 선대위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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