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명 증원' 딜레마 갇힌 여…야는 '수수방관'
총선 악재로 떠오른 '의정 갈등'…희비 갈린 여야
입력 : 2024-03-26 17:25:34 수정 : 2024-03-26 18:20:54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4·10 총선을 보름여 앞두고 정부와 의료계의 '의정 갈등'이 여권의 최대 악재로 떠올랐습니다. '의과대학 2000명 증원' 문제를 둘러싸고 정부와 의료계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접점을 찾는 길은 여전히 요원한 상태인데요. 정부는 '의대 2000명 증원' 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가운데 후퇴도, 강행도 할 수 없는 딜레마에 갇힌 모습입니다. 의정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의료 대란은 물론, 국민적 피로도도 높아지면서 중도층 민심 악화에 여권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반면 야권은 지역 의대 정원 확대라는 과실만 챙긴 채 한 달 넘게 이어진 의정 갈등엔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총선 코앞서 '지지율 뚝'…국힘 내부선 '단계적 증원론'
 
26일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의대 증원 문제를 둘러싼 의정 갈등의 해법으로 '의대 2000명 증원안'에 대한 중재안이 제시되는 등 여당이 중재에 적극 나서자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한때 국정 지지율 상승을 뒷받침하던 '의대 증원'이 의정 갈등의 화약고로 부상하면서 총선 악재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당 내부에선 의사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국민적 피로감이 적잖이 쌓이고 중도층 민심 악화에 대한 우려가 크다는 분석이 공유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의사 출신'인 안철수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경기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의사 4명과 전공의 대표 1명을 만나 70분간 비공개 면담을 진행했습니다. 면담은 안 위원장이 먼저 제안해 성사된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의사 출신인 안 위원장이 정부와 의료계 간 접점을 찾기 위해 역할에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안 위원장은 면담 후 성남시의회에서 '의대 정원 문제'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 국민이 피해자가 되는 의정 강대강 충돌을 여기서 끝내야 한다"고 촉구하면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안에 대해 '단계적 증원'을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안 위원장은 "점진적인 증원이 필요하다"며 "증원에 반대하는 거 아니다. 증원은 찬성하지만 현실적으로 점진적 증원이 돼야 한다"고 말했는데요. 이어 "갑자기 의대 정원 2000명 늘리고, 갑자기 의대 교수 1000명 늘리면 부실교육이 돼서 의료 수준이 떨어지고 파국이 올 것"이라며 "점진적인 증원, 외국에서도 우리나라에 와서 진료받는 정도의 의료 수준을 늘리기 위해서는 이 방법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앞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도 지난 24일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50분가량 전국의대교수협의회 회장단과 비공개 간담회를 진행한 데 이어, 전날에는 서울 중구 신당동에서 인요한 국민의미래 선거대책위원장을 만나 의정 갈등의 해법을 논의하기도 했습니다.
 
여권 내에선 총선을 목전에 두고 의정 갈등을 최대 악재로 꼽는 분위기입니다. '이종섭 주호주대사·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논란에 이어 의정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중도층 민심 이반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데요. 
 
정부는 '의대 2000명 증원' 방침을 고수하는 가운데, 원안을 강행할 경우 의정 갈등 장기화는 물론, 총선에 악영향을 주는 것은 피할 수 없습니다. 반면 원안에서 후퇴할 경우엔 정부 원칙을 스스로 훼손하는 것과 동시에 의사 집단의 밥그릇 투쟁에 굴복했다는 논란을 피할 수 없습니다. 이 같은 이유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2000명 증원 딜레마'에 처하면서 여권의 고민이 깊어지는 모양새입니다.
 
안철수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26일 오후 성남시의회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의대 증원 관련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뒷짐' 진 민주당…'의료 공백'엔 모르쇠
 
사면초가에 빠진 여당과 다르게 야권은 의정 갈등에 침묵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오히려 지역 의대 정원 확대라는 과실만 챙긴 채 제1당이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실제 윤석열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 방침을 제시했을 당시 민주당은 원칙적으로 찬성 입장을 밝혔습니다. 국민적 요구가 크기도 하지만, 전남 지역 의대 신설이라는 호남의 숙원 사업이 걸려 있는 사안이라 반대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지난해 10월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 추진 방침을 밝히자 김원이·소병철 민주당 의원은 전남 의대 신설을 호소하며 국회 앞에서 삭발식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민주당은 의정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여당의 지지층이 이탈하는 모습에 내심 반색하는 분위기도 읽힙니다. 의정 갈등 장기화로 전국 곳곳에서 의료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데도 지난 11일 "갈등을 심화시키지 말고 의료 공백 해소에 힘쓰길 바란다"는 원론적 입장을 낸 것이 전부입니다. 되레 한 위원장이 의정 갈등 중재에 나서는 것을 두고 총선 직전 극적 타결 효과로 인한 지지율 상승을 노리는 의도로 비판하며 견제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건 정부의 일이지 당의 일 아니다"며 "물론 당이 나설 수 있고 우리도 열심히 노력하지만, 정부 역할은 정부가, 당의 역할은 당이 해야 한다"라고 지적했고, 홍익표 원내대표도 "정부가 (의료계를) 일방적으로 무시하고 2000명(증원)을 밀어붙이다가 이제는 현장에서 의료 공백이나 국민 피해가 확대되니까 마치 이것을 당이 수습하는 형태로 일종의 발 빼고 모양새를 만드는 형태"라고 비판했습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이 지난 2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열린 전국의대교수협의회 회장단 간담회에 참석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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