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휴대폰 한 대를 둘러싼 반전의 연속
입력 : 2024-04-02 06:00:00 수정 : 2024-04-02 06:00:00
뉴스버스 이진동 대표는 작년 12월 26일에 자책에서 검찰의 압수수색을 당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011년 당시 부산저축은행 대장동 대출 비리를 은폐했다’는 2021년 보도에 대한 강제 수사였다. 압수수색을 받아본 적이 없는 이 대표는 숙소에 들어온 수사관들을 제지하면서 변호사를 부르겠다고 했다. 수사관들이 “기다릴 테니 변호사를 부르시라”며 천연덕스럽게 말하더라는 거다.
이것이 미끼였다. 이 대표가 휴대폰을 꺼내 비밀 패턴을 풀며 전화하는 모습을 유심히 지켜본 수사관들은 압수한 이 대표의 휴대폰 비밀 패턴을 어렵지 않게 풀었다. 여기까지는 이 대표가 완전히 검찰에 말려든 상황이다.
검찰이 아마추어 피의자 이 대표를 농락하던 중에 반전이 일어났다. 최근 검찰이 이 대표의 미끼를 물었다. 올해 2월 5일에 전자정보 압수수색 과정을 참관하던 이 대표는 검찰 측 수사관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책상 위에 놓여 있던 수사 지휘 검사의 ‘지휘’ 공문을 촬영했다. 이 공문에는 “휴대전화에 기억된 전체 정보를 복제한 파일을 대검 서버에 등록하고 보존하라”는 항목에 체크가 되어 있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수사관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자신의 휴대폰 정보가 검찰 서버에 저장되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화면도 촬영했다. 이를 근거로 이 대표 측이 검찰이 수사 외의 사적인 정보 전체를 무단으로 저장한 사실을 추궁하면서 일어난 반전이다. 이로 인해 수세에 몰린 검찰은 이 대표에 대해 예정된 소환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또 다른 복선이 숨어 있었다. 검찰 포렌식을 참관하면서 이 대표가 공문과 수사관 컴퓨터의 모니터를 촬영한 사실은 원래 비밀이었다. 이 대표는 자사의 취재 기자에게 단지 검찰에 휴대폰 전체 정보를 저장한 사실이 있느냐, 이런 저장이 적법한가를 단지 질문 하도록 지시했었다. 검찰은 이 대표가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를 모르고 답변을 하도록 유도하자는 일종의 취재 기법이다. 그런데 기자가 대표가 촬영한 화면을 증거로 첨부하여 질문서를 검찰에 보내버린 거다. 이 대표가 뒤늦게 이를 알고 취재 기자에게 불같이 화를 냈다고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그런데 의외로 이 질문서를 받아본 검찰이 자신들이 촬영 당했다는 사실에 경악했다. 서둘러 나온 검찰의 궁색한 변명은 잘못 던진 미끼를 덥석 물어버린 거다.
이후 사건은 이 대표 측에 유리하게 흘러갔다. 한 기자의 ‘실수(?)’로 사건은 더욱 확대되면서 오늘날 검찰의 무단 정보 활용이라는 초특급 이슈로 돌변했다. 수사 대상과 무관한 휴대폰의 일반 정보를 검찰이 서버에 저장할 수 있느냐, 아니냐 여부에 제대로 아는 사람은 드물다. 게다가 변호사들도 검찰이 수사 대상과 무관한 데이터를 삭제했다고 확인서를 발급해주면 그대로 믿게 마련이다. 누가 그 진실을 따지고 들며 수사관이 부재한 틈에 지침서와 화면을 일일이 확인하겠느냐는 거다. 이런 상식이 무너지면서 생각지도 못한 폭탄이 터져버렸다. 
약삭빠른 고양이가 밤눈이 어둡다고 했다. 법 기술자를 자처하면서 법을 무기로 권력을 휘두르던 약삭빠른 권력이 의외로 사소한 실수로 궁지에 몰리는 모습이 바로 그런 격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검찰의 의중을 ‘떠보려고(?)’ 검찰에 질문서를 던졌을 뿐인데, 이게 전쟁이 되고 말았다. 그렇게 법 기술에 정통한 정권이 이종섭 호주 대사 임명에서 보여주는 어리숙함은 믿기지 않을 정도다. 조국혁신당의 반격에 한동훈 효과도 끝나고 있다. 이러니 법 기술에는 천재란 없나 보다. 권력과 실력만 믿고 까불다가는 큰일이 난다.
 
김종대 연세대 통일연구원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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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순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