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주인 바뀐 남양유업…우유급식 사실상 정리 수순
저출생에 저무는 우유급식 사업
본사가 대신하던 우유 배송도 중단
"한앤코, 우유급식 문제 제기…수익성 개선 전망"
입력 : 2024-04-01 16:45:35 수정 : 2024-04-01 17:46:16
 
[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남양유업이 본사 차원에서 진행하던 학교 우유급식 사업 지원을 끊으면서 사실상 정리 수순에 접어든 것으로 파악됩니다. 심각한 저출생 기조로 취학 아동이 감소하는 가운데 수량과 단가가 맞지 않는 우유급식 사업에 더이상 힘을 쏟지 않기로 한 것입니다. 사모펀드 운용사 한앤컴퍼니(한앤코)가 남양유업 경영을 본격화하면 이 같은 부실 사업 정리에 속도를 낼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1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올해부터 남양유업은 우유급식 사업을 최소화하는 기조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남양유업 대리점들은 수익성 악화로 우유급식 사업 참여를 꺼리는 추세인데요. 이에 본사가 직접 일부 학교로 우유를 보내는 등 지난해까지 어떻게든 우유급식 사업을 이어가려 했으나, 올해는 이마저도 하지 않기로 했다는 게 남양유업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업계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우유급식 사업은 매년 학교마다 진행하는 입찰에 지역 대리점들이 참여해 물량을 따오는 식입니다. 인구 감소로 학령 인구 자체가 줄어드는 데다 학교 밖에서 우유를 사먹을 수 있도록 바우처를 제공하는 방식이 도입되면서 학교 내 우유 수요 감소가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일반 마트나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우유 가격 대비 학교에 납품하는 단가 또한 현저히 낮아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한 유업계 관계자는 "흰우유 200㎖(밀리리터) 제품이 편의점에서 1200원가량에 판매되는 반면 학교 납품단가는 500원 수준"이라며 "급식용 우유 공급은 원유(原乳) 소비에 의의가 있지 수익 사업은 아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조달청 나라장터에 올라온 학교 우유급식 구매 공고를 보면, 백색우유 200㎖의 희망 구매단가는 대부분 세금을 포함해 530원으로 책정돼 있습니다.
 
서울의 한 마트에 남양유업 우유가 진열돼 있습니다. (사진=뉴스토마토)
 
이렇다 보니 우유급식 사업에서 발을 빼는 곳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게 업계 중론입니다. 매일유업은 일찌감치 우유급식에서 손을 뗐으며, 남양유업의 경우 우유급식 입찰에 참여하는 곳이 줄면서 급식시장 점유율도 줄어든 것으로 전해집니다.
 
더욱이 남양유업이 창업주 일가 경영에서 사모펀드 운영 체제로 전환함에 따라 돈이 안되는 사업을 빠르게 정리할 가능성을 높다는 게 내부 시각입니다. 오너가와의 분쟁 끝에 한앤코는 올해 1월 남양유업 지분 52.63%를 취득하며 최대주주로 올라섰고, 지난달 주주총회를 통해 경영권까지 확보했습니다.
 
남양유업 내부 사정에 밝은 업계 관계자는 "2021년 한앤코가 남양유업에 발을 디딜 당시 우유급식 사업 수익성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한 것으로 안다"면서 "올해 납품 계약 건까지 진행하고 내년부터는 더 줄이지 않을까 싶다"고 언급했습니다.
 
남양유업은 매출 증가에도 지난 2020년부터 4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 중입니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9968억원을 보였으나 72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습니다. 실적 회복이 시급한 만큼 한앤코가 남양유업 사업 포트폴리오 재정립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 것이란 관측이 힘을 받고 있습니다.
 
남양유업은 수익선 개선을 위해 우유급식 저단가 투찰을 지양하는 것으로, 단가 수준만 맞다면 언제든 급식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설 용의가 있다는 입장입니다. 
 
회사 관계자는 "각 대리점에 따라 입찰 가능한 학교가 있으면 참여할 뿐 우유급식 사업 철수는 아니다"면서 "현재도 유의미한 우유급식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이어 "학교 우유급식 입찰은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단가가 많이 낮아 실질적으로 남는 게 없다. 대리점에 급식 사업을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면서 "수익성 회복이 되고, 급식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면 입찰 참여가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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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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