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 출혈 경쟁에 음식점주 '전전긍긍'
수수료 부담 커질라 '노심초사'
"매출 20~30%는 배달비"…허리 휘는 자영업자
배달앱 의존도↑…"규제 도입해야"
입력 : 2024-04-04 16:51:06 수정 : 2024-04-05 10:12:11
 
[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한 프랜차이즈 치킨집을 운영하는 점주 A 씨가 판매금액 2만원의 치킨 1마리를 팔아 손에 쥐는 수익은 1600원입니다. 매출에서 원재료비와 인건비, 각종 제반 비용을 빼고 배달앱(애플리케이션) 수수료까지 떼면 남는 게 없습니다. 최근 배달앱들이 무료배달을 도입하면서 걱정은 더욱 커졌습니다. 지금도 배달앱 중개수수료와 오토바이 비용, 결제 수수료 등 배달 명목으로 나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은 가운데 향후 배달앱이 무료배달 비용을 점주들에게 전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쿠팡이츠가 '와우' 멤버십 회원을 대상으로 묶음배달을 무료화하자 배달의민족이 알뜰배달 무료 서비스를 내놨습니다. 기존에 제공하던 한집·알뜰배달 시 10% 할인 혜택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묶음배달과 알뜰배달은 배달 기사가 한 번에 여러 집에 배송하는 것을 말합니다. 요기요도 '요기패스X' 멤버십 구독비를 한시적으로 2000원 낮추고, 1만7000원 이상 주문 시 배달비를 무료로 전환했습니다.
 
업계 3위의 쿠팡이츠가 '배달비 0원'을 선언하며 승부수를 던지자 시장 점유율 65%에 달하는 배민과 업계 2위의 요기요도 배달비 무료 전쟁에 참전한 것입니다.
 
이 같은 배달 플랫폼 간 출혈 경쟁에 발을 동동 구르는 건 음식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입니다. 지금도 감당하기 벅찬 배달비가 앞으로 더 높아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한 점주는 "지금은 배달앱이 무료배달 비용을 부담한다고 해도 경쟁이 끝나고 정상화되면 점주들이 부담하는 수수료가 올라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배달비 자체가 누군가 손해보고 있는 것 아니냐"며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서울 시내 한 주택가에 음식배달 종사자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앞서 배민이 주문금액의 6.8%를 중개 이용료로 받고 점주가 부담하는 배달요금을 3000원 내외로 고정한 정률제 요금제 '배민1플러스'를 내놓으면서 자영업자들의 불만은 극에 달했는데요. 기존에는 매출 증가와 무관하게 월 8만8000원만 내면 되는 정액제 '울트라콜'을 이용하는 점주들이 많았습니다.
 
매출의 일부를 고스란히 배달앱에 갖다줘야 하지만 배민의 정책을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한 대형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 관계자는 "자영업자가 배민을 안 한다는 것은 장사를 하지 않겠다는 말이 될 정도로 배민 의존도가 높아졌다"며 "앱 내에서도 새로운 서비스를 사용하지 않으면 노출 순위나 프로모션 등에 차별이 있어 점주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따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가게 매출에서 차지하는 실질적인 배달앱 수수료 비중은 20~30%에 달한다. 중개 수수료, 결제 수수료 등 이름만 다를 뿐 플랫폼이 모두 가져간다"면서 "배민만이 아니라 배달앱 전체의 문제다. 점주들이 이를 본사에 토로하지만 마땅한 해결책이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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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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