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집 인근 백반집을 찾은 이 모 씨는 메뉴판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얼마 전까지 1만1000원이었던 김치찌개 백반 가격이 어느새 1만2000원으로 올라 있었습니다. 반찬 개수도 4가지에서 3가지로 줄었습니다. 가게 주인에게 연유를 물으니, 재료비가 크게 올라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원가 상승분을 음식값에 모두 반영하자니 손님 발길이 끊길까 1000원만 인상하고, 반찬 수를 줄였다는 것입니다.
고물가 흐름이 이어지며 외식 물가도 덩달아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한동안 물가 인상 기세가 꺾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과일, 채소 등 농산물 가격을 비롯해 외식 물가 인상 또한 누적되며 가계 부담이 커지고 있습니다.
5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외식 물가는 지난해 3월보다 3.4% 오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같은 기간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 3.1%보다 더 높습니다.
품목별로 비빔밥 5.7%, 떡볶이·김밥 각 5.3%, 냉면 5.2%, 햄버거 5%의 높은 상승률을 보였습니다. 구내식당 식사비도 5.1% 올랐습니다. 이어 오리고기(외식)는 4.9%, 칼국수·치킨 각 4.8%, 쌀국수·도시락 각 4.7%의 상승폭을 나타냈습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한 외식업계 관계자는 "지난 몇 년 동안 가파른 물가 인상으로 약 3년 전과 비교하면 음식에 들어가는 재료비가 어마어마하게 올랐다"라면서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렵지만 매출 타격을 우려해 대폭 가격 인상도 어렵다"라고 현 상황을 전했습니다.
밀가루, 소시지 등을 포함한 가공식품의 물가 상승률은 올 1월 3.2%에서 지난달 1.4%로 둔화했습니다. 하지만 농·축·수산물은 두 달 연속 3.1%의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죠. 특히 토마토(36.1%), 부추(30.1%), 가지(28.8%), 시금치(25.8%), 오이(17.8%) 등은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였습니다.
원재료비 외에도 전기료, 인건비 등 외식비 인상 요인은 많습니다. 5년째 식당을 운영하는 양 모 씨는 "올해 최저시급은 시간당 9860원이지만,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실제로 지급하는 금액은 1만2000원가량"이라며 "오는 손님은 점점 주는데 가스비, 수도비 등 나가는 지출은 많아졌다"라고 하소연했습니다.
식당은 "지출 최소화"…직원 줄이고 주문 셀프로
이렇다 보니 음식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도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직원 수를 줄이는 대신 태블릿, 키오스크 주문을 보편화하고 서빙 로봇을 들이는 방식으로 인건비를 줄이려는 노력이 두드러지는 실정입니다. 브레이크 타임을 갖거나 일주일에 이틀씩 휴업하는 식당도 늘어나는 추세라는 게 업계 전언입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국밥집을 운영하고 있다는 한 글쓴이는 "올해부터 최소 인력으로 가게를 꾸리기로 했다"라며 "서빙 로봇을 도입하고 주문과 반찬 리필은 셀프로 바꾸고 영업시간을 단축하는 방향으로 전환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서울 시내 한 식당가. (사진=뉴시스)
앞으로 이런 흐름은 가속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전에 사람이 직접 제공하는 서비스는 고비용 문제로 점차 감소할 수밖에 없다"라면서 "기기를 이용한 서비스 확대는 거부할 수 없는 현상"이라고 말했습니다.
외식 물가 상승도 올해 상반기까지 지속할 전망입니다. 서 교수는 "현재 인플레이션은 미국과 영국의 물가 인상, 중국 경기 부진 등 외부 환경에 의해 불가피해 보인다"며 "미국의 금리 인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 금리는 곧 사업 비용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적어도 올해 말이나 내년에 인플레이션 현상이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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