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 논란에도 압승…이재명, 다음 산은 '사법 리스크'
당심·민심 괴리 좁혀야…차기 당대표에 '촉각'
입력 : 2024-04-10 19:31:20 수정 : 2024-04-11 00:54:53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4·10 총선에서 민주당이 최종 승자가 되기까지 여러 고비들이 있었습니다. 특히 공천 과정에서 불거진 '사천' 논란은 당이 쪼개질 수 있다는 위기감까지 불러왔는데요. 일부 이탈자들이 있었지만 당 원로들이 주축이 돼 당심을 다독인 결과 민주당은 다시금 '정권 심판'으로 선거 국면을 전환할 수 있었습니다. 
 
사천 논란 속에서도 '혁신 공천'이라고 심지를 굽히지 않았던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번 선거로 당을 완벽하게 자신의 손안에 넣게 됐습니다. 차기 대통령 선거까지 그를 중심으로 당이 운영될 것에는 큰 이견이 없는 상황이지만, 앞날이 순탄치만은 않아 보입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 등이 9일 용산역 앞 광장에서 열린 '정권 심판, 국민승리 총력 유세'에서 지지자에게 받은 꽃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총선 압승에도 여전한 '사법 리스크'
 
'정치인 이재명'의 가장 큰 약점은 단연 사법 리스크입니다. 현재 이 대표는 △대장동·백현동·성남FC 배임 및 뇌물 혐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검사 사칭 관련 위증교사 혐의 등 3건의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이 중 공직선거법 위반과 위증교사 사건은 총선 전 1심 선고가 나올 것이란 관측도 있었지만,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심리하던 판사가 돌연 사표를 내면서 선고가 지연됐습니다. 위증교사 혐의 재판은 올 초 이 대표가 부산 방문 중 불의의 습격을 당하면서 늦어졌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총선 하루 전날인 9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대장동·성남FC·백현동 관련 재판에 출석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대표는 선거운동 기간에도 수 차례 법원을 찾았습니다. 이에 대한 불만도 여러 번 드러냈는데요. 선거운동 시작 직후인 지난달 29일에는 "정말 귀한 13일의 선거 기간이지만 법원의 결정을 존중해 출정했다"며 "이것 자체가 검찰 독재국가의 정치 검찰이 노린 결과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총선 전날인 지난 9일에도 대장동 재판에 출석하며 "선거 전날인 오늘 초접전지들을 들려서 한 표를 꼭 호소하고 싶었다"면서 "1분 1초를 천금같이 쓰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저의 손발을 묶는 것이 검찰독재 정권, 정치검찰의 의도인 것을 안다"며 "제가 다하지 못하는 제1야당 대표 역할을 국민 여러분이 대신 해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이처럼 사법 리스크는 이 대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높이는 소재로 여권에서 활용돼 왔습니다. 실제로 지난 선거운동 기간 국민의힘은 물론 제3지대 정당들도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맹공을 퍼부었는데요. 이 대표가 재판에 출석했던 지난 9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 지원 유세에서 "이 대표 오늘 어디가 있나. 재판에 가 있다. 앞으로도 이런 일이 계속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총선 압승으로 '이재명 체제'가 한층 더 굳건해 질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도 이 대표는 대중의 비호감도를 낮추는 게 급선무가 됐습니다. 강성 지지층의 여론을 어떻게 조율하는 지에 따라 민주당이 이른바 '개딸 정당'에 머무를지, 범진보 진영의 맏형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판가름 나기 때문입니다. 
 
이번 총선에서 조국혁신당이 기대 이상의 돌풍을 가져오게 된 배경에도 이 대표에 대한 비호감이 일정 부분 작용했다는 것이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인데요. 이 대표로서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부분입니다. 
 
8월 전대 중대 분수령 
 
향후 민주당의 정치 일정에서 중대 분수령은 8월 전당대회가 될 전망입니다. 이 대표가 차기 당권까지 확보한다면 다음 대선까지도 큰 무리 없이 직행할 수 있습니다. 친명(친이재명) 공천을 통해 의원 절대다수가 친명 성향인 만큼, 이 중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이 대표에게는 우호적일 가능성이 큽니다. 일각에서는 확실한 당권 장악을 위해 이 대표가 연임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다만 지금까지 민주당 역사상 당대표를 연임한 전례가 없는 데다 출마를 강행할 경우 '방탄 출마' 논란이 일며 다시 한 번 이 대표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부정적 시각이 적지 않습니다. 
 
'친명(친이재명)횡재' 비판을 받은 공천 논란 속에서도 절치부심 당에 잔류했던 친문(친문재인)·비명(비이재명) 인사가 당권에 도전할 가능성도 점쳐집니다. 
 
'더는 못하겠다'며 당권 재도전에 손사레를 쳤던 이 대표지만 향후 행보에 고민이 깊을 수 밖에 없는 지점입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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