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에게 주어진 숙제 '넷'
'국민 눈높이' 맞는 인물 중용…'중도실용' 국정기조 전환
'대야 관계' 복원 시험대…'수직적 당정관계' 재정립 필요
입력 : 2024-04-12 16:38:32 수정 : 2024-04-12 18:28:13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대한민국 주권자들은 4·10 총선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운명을 지난 2년 전과 완전히 다르게 바꿔놓았습니다. 민심은 윤석열정부의 국정에 힘을 실어주는 대신 채찍과 견제를 택했는데요. 남은 임기 3년 동안 독단과 불통의 국정운영을 멈추고 협치와 소통의 정치를 시작하라는 주문을 내렸습니다. 특히 21대 국회 못지않게 가파르게 기울어진 여소야대로 윤석열정부의 국정기조 대전환을 요구했는데요. 처참한 총선 성적표를 받아 든 윤 대통령은 전방위적 인적·조직 쇄신을 통해 국정 운영 동력을 확보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윤 대통령은 이르면 내주 초 총선 참패와 관련해 국민의 눈높이에서 국정 쇄신에 임하겠다는 메시지를 직접 전할 방침입니다. 민심을 받들어 국정쇄신의 닻을 올린 가운데, 남은 임기 동안 윤 대통령의 숙제인 주요 과제 4가지를 짚어봤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반도체 현안 점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연합뉴스 사진)
 
①인적쇄신
 
역대급 총선 참패의 후폭풍으로 인적쇄신은 피할 수 없습니다. 얼마만큼의 인적쇄신이 이뤄지냐의 '폭'도 중요하지만 결국 핵심은 '내용', 즉 '인물'입니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인물을 중용해야 성난 민심을 다독일 수 있습니다. 만약 기존과 같은 이른바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대통령)', '친윤(친윤석열)', '검핵관(검사 출신 핵심 관계자)' 등의 인물이 중용될 경우 민심은 또다시 폭발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앞서 윤 대통령은 1기 내각 때부터 부실 검증과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인물들을 임용함으로써 인사 실패를 거듭해 왔습니다. 예컨대 지난해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다가 자녀 학교폭력(학폭) 사건을 계기로 낙마한 전순신 변호사, 이명박정부 시절 언론 장악 의혹과 자녀 학교 폭력 무마 의혹 등으로 임명 95일 만에 물러난 이동관 전 방송통신위원장 등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일단 총선 참패 후 한덕수 국무총리,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을 비롯한 대통령실 고위급 참모진이 일괄 사의를 표명하면서 대대적인 인적개편을 예고했는데요. 선거를 이끈 국민의힘 지도부 역시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사퇴하는 등 신속히 책임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인적쇄신이 시험대에 오른 가운데, 윤 대통령이 국민 눈높이에 맞는 인선에 나설지가 첫 번째 숙제로 꼽힙니다.
 
②국정기조 전환
 
국정기조의 전환 역시 불가피합니다. 윤 대통령은 총선 참패 후 "총선에서 나타난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어 국정을 쇄신하고 경제와 민생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메시지를 냈는데요.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윤 대통령이 국정철학을 당장 바꾸지는 않겠지만, 각종 사안에 접근하는 방식은 과거와 비교해 크게 변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그간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키워드를 살펴보면 '극우' 색채가 곳곳에서 묻어나옵니다. 가령 광복절 경축사에선 "공산전체주의를 맹종하며 조작·선동으로 여론을 왜곡하고 사회를 교란하는 반국가세력들이 여전히 활개 치고 있다. 자유민주주의와 공산전체주의가 대결하는 분단의 현실에서 이러한 반국가세력들의 준동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라고 언급, 극우 본성을 고스란히 드러냈습니다.
 
정치권에선 이 같은 윤 대통령의 이념적 발언이 결국 이번 총선에서 '이·조(이재명·조국) 심판' 패착으로 귀결되며 '완패'라는 결과물로 나왔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때문에 윤 대통령이 극우화에서 탈피해 중도실용 노선으로 전환할지가 중요 숙제로 꼽히는데요. '중도실용'을 중심에 놓고 국정을 이끌겠다는 의지를 얼마만큼 보일지가 남은 임기의 향방을 결정지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③대야 관계
 
대야 관계 재설정도 윤 대통령에게 주어진 숙제입니다. 거대 야당과의 협치는 이제 피하기 어려운 과제가 됐다는 평가인데요. 윤 대통령은 지난 2022년 5월 취임 이후 현재까지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의 회담을 줄곧 거부해 왔습니다. 때문에 이젠 '영수회담' 성사 여부가 국정기조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주요 계기로 평가될 것으로 보입니다.
 
일단 이 대표는 12일 총선 당선인들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 대통령과의 영수회담 가능성에 대해 "당연히 만나고, 당연히 대화해야 한다"며 "지금까지 못한 것이 아쉬울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이 대표와의 영수회담에 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요. 김재섭 국민의힘 서울 도봉갑 당선인은 이날 KBS라디오 '전종철의 전격시사'에 출연해 "선택이 아닌 당위의 문제"라며 "이제 야당 대표를 만나는 것은 단순히 좋으면 좋고 아니면 말고 식이 아니라 당연히 만나야 하고, 만나서 풀어야 할 문제도 너무 많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④당정관계 재정립
 
수직적 당정 관계의 재정립 역시 변화가 불가피한 부분입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이번 총선 참패의 원인으로 윤 대통령을 지목하는 시선이 많은데요. 윤 대통령 집권 2년간 이어진 수직적 당정 관계에 근본 원인이 있다는 지적이 잇따릅니다.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여당엔 2명의 당대표와 3명의 비상대책위원장이 거쳐 갔습니다. 23개월 만에 집권여당 대표가 5번이나 바뀐 셈인데, 이런 상황에서 제대로 된 총선 전략이 나올 수 있겠느냐가 당내 시선입니다.
 
현재 국민의힘은 한 전 위원장이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지난 11일 물러나면서 107일 만에 다시 '지도부 공백' 사태에 빠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윤심(윤 대통령 의중)' 등 기존 방식을 고집할 경우 당내 반발은 피할 수 없는데요. 당내에서도 수직적 당정 관계의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분출합니다. 친윤계인 김기현 전 대표조차 "그동안 국정기조와 당정 관계가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됐는지 주권자인 국민의 눈높이에서 냉정히 살피고 주저함 없이 고쳐야 한다"고 했으며, 안철수 의원도 "정부에서 의도하지 않게 민심과 거리가 있는 정책이나 인사를 하면 당이 이것을 지적하고 더 좋은 대안을 내놓는 것이 '건설적 당정 관계'"라고 언급하며 당정관계 재정립 필요성을 역설했습니다. 
 
국민의힘 차기 당권주자로는 대통령실에 각을 세워왔던 '비윤(비윤석열)계' 수도권 의원들이 주로 거론되고 있는데요. 격전지인 한강벨트에서 생환한 나경원 서울 동작을 당선인, 안철수 의원 등이 대표적입니다. 다만 안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차기 당대표 경선 도전 여부에 대해 "지금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말을 아꼈습니다.
 
꽃게철 불법조업 단속 현장 점검에 나선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일 인천시 해경전용부두에서 해경 3005함에 승함해 무인정찰헬기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연합뉴스 사진)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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