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소멸 위기)①끝없는 '서울 공화국'…정점에 '강남' 일극체제
인구 줄어도…'수도권 쏠림' 7년째 지속
'수도권 집중' 원인…대책도 '수도권 분산'
입력 : 2024-07-24 17:30:00 수정 : 2024-07-24 22:01:58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저출생과 고령화, 인구의 수도권 쏠림 현상 등의 영향으로 지방 소멸 위기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인구·인프라 등이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불균형 심화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닌데요. 이대로 가다가는 '서울' 또는 '수도권 공화국'이라는 자조섞인 말이 나오는 것도 흔해진 게 대한민국의 현주소입니다. 
 
대한민국의 지방 소멸은 수도권 집중에 원인이 있다는 것은 부정하기 어려운 사실입니다. 또 그 정점에는 '강남' 일극 체제가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 역시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강남은 부동산·교육·교통 등 모든 인프라의 중심지로 우뚝 서면서 '서울 블랙홀화'를 가속화하고 있는데요. 전문가들은 전체 인구의 50%, 100대 기업 본사의 95%, 전국 20대 대학의 80%, 의료 기관 51%, 공공청사 80%, 정부 투자기관 89%, 예금 70%가 몰려있는 거대 도시, '서울 공화국'을 그대로 두고 열악한 지방행정 개편과 경제권 메가시티 등으로 지방 소멸에 대항하는 것은 역부족이라고 지적합니다.
 
너도나도 지방 탈출…수도권 쏠림 심화
 
24일 통계청 등에 따르면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인구는 지난 2019년(2592만5799명)을 기점으로 대한민국 전체 인구의 절반을 넘어섰습니다. 1970년 28.7%였던 수도권 인구 비중은 50년 동안 21.3%포인트 늘어났는데요. 지역내총생산(GRDP)의 수도권 비중도 2022년 기준 52.5%나 차지했습니다. 국토 면적의 12.1%에 불과한 수도권이 경제력도, 인구도 비수도권을 앞지르면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불균형은 더욱 심화했습니다. 영국 12.5%, 일본 28%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과 비교해도 한국의 수도권 집중도는 가히 압도적입니다. 
 
통계청이 올 초 내놓은 '2023년 연간 국내인구이동' 자료만 봐도 지난해 수도권으로 진입하려는 움직임은 더욱 커졌습니다. 실제 지난해 수도권으로 순유입한 인구는 4만7000명으로 전년보다 1만명 늘어났는데요. 특정 지역으로 거주지를 옮기는 유입 인구가 그 지역을 나가는 유출 인구 보다 많으면 순유입, 그 반대는 순유출로 분류합니다.
 
특히 지역에 따라 순유출과 순유입 흐름을 보면 수도권 집중 현상이 두드러졌는데요. 지난해 호남권과 영남권 인구는 각각 1만5000명, 4만7000명씩 순유출을 기록했습니다. 호남권은 1999년 이후, 영남권은 1979년부터 매년 인구가 유출되고 있습니다. 반면 수도권 이동 인구는 2017년(1만6000명) 순유입으로 전환한 이후 7년 연속 순유입 추세를 이어가고 있는데요. 2019년(8만3000명), 2020년(8만8000명)에는 8만명 이상 순유입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수도권에 집과 직장을 얻으려는 경향이 여전히 뚜렷한 결과로 해석되는데요. 인구 자연감소와 수도권 유출이 겹치면서 '지방 소멸'은 더욱 빨라지는 흐름입니다. 
 
수도권 쏠림 현상이 심화하는 가운데,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뉴시스)

 
 
강남 개발, '수도권 블랙홀' 가속화
 
국토의 12%에 불과한 좁은 수도권에 인구, 기업, 대학, 의료기관 등 모든 것이 집중된 게 대한민국의 현실인데요. 과도한 수도권 집중 현상에는 '강남 일극 체제'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서울 강남은 1970년경부터 서울 인구 재배치라는 명분으로 개발이 시작됐는데요. 강남 개발은 주변으로 전이돼 현재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강남 3구 공화국'을 만들었고, 모든 인프라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하면서 서울 블랙홀화를 가속화했습니다. 
 
수도권이 비대해지면서 역대 정부에서는 국가균형발전 정책을 꾸준히 시행해 왔는데요. 윤석열정부에서도 그간 민생토론회 등을 포함한 주요 자리마다 지역별 맞춤 전략을 꾸준히 내놨습니다. 윤 대통령은 최근 지방자치, 행정 등을 담당하는 역할에서 탈피해 지방 소멸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정무수석실 산하 자치행정비서관실 명칭을 지방시대비서관실로 바꾸기도 했습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6월 열린 '제9차 지방시대위원회' 회의에서도 "우리가 처한 저출생과 인구절벽, 수도권 집중과 지방소멸의 국가적 비상사태를 극복하려면 불굴의 도전정신이 필요하다"며 "바꿀 수 있는 것은 모두 다 바꾼다는 절박함으로 다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고 주문한 바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국가균형발전 정책이 시작된 지 20년이 지났지만, 오히려 '수도권 일극주의'는 공고화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즉 수도권 쏠림 현상을 해결하지 않으면 지방 소멸 대응은 역부족이라는 의미인데요. 대한민국의 지방 소멸은 수도권 집중에 원인이 있으므로, 그 대책도 수도권 분산이 돼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GTX 확대 등으로 5대 광역시 청년층이 수도권으로 매년 1만1000명 순이동하는 등 수도권으로 인구가 유출되는 추세가 점점 강해지고 있다"며 "바꿔 말하면 지방의 인구 소멸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수도권은 서울·경기·인천이 하나로 묶인 원시티가 됐는데, 지방은 지방자치단체 단위의 의사 결정을 벗어나지 못해 수도권과 경쟁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며 "지역 거점 중심의 초광역권 원시티로 재설계하면 지역 균형·상생 발전을 꾀할 수 있고 인구 소멸도 막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20일 경북 포항시 블루밸리국가산업단지 이차전지종합관리센터에서 열린 제9차 지방시대위원회 회의 및 기회발전특구 협약체결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뉴시스 사진)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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