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자보호 한도 상향 2R…자금 쏠림 우려에 금융위 난색
"부동산PF 연착륙 정책과 배치"
금융권 "예보료율 손질 먼저"
입력 : 2024-09-06 13:55:37 수정 : 2024-09-06 18:06:56
 
[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22대 국회에서도 예금자보호 한도를 2배 이상 올리는 법안이 잇따라 발의되고 있지만, 금융위원회는 난색을 표하고 있습니다. 수신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2금융권으로 자금이 쏠리게 될 경우 예기치 못한 시스템 불안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금융업권에서는 금융사가 부담하는 예금보험료율(예보료율)부터 손질해야 한다는 반응입니다.
 
현행 5천만원서 1억원으로
 
6일 금융권에 따르면 22대 국회 개원 이후 여야를 막론하고 예금자보호 한도를 상향하는 내용의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이 줄줄이 발의하고 있습니다. 예금자보호 한도는 금융회사가 영업정지나 파산 등으로 고객의 예금을 돌려줄 수 없을 때 예금보험공사(예보)가 금융회사를 대신해 보험금을 지급하는 제도입니다. 보험금 한도는 금융회사의 계좌 수와 상관없이 원금과 이자를 포함해 1인당 5000만원입니다.
 
민주당은 예금자보호 한도 상향을 당론으로 내걸었는데요.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최근 예금자보호 범위를 확대하기 위해 보험금의 한도를 초과 지급할 수 있는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같은 당 김용만 의원도 예금자보호 한도를 조정하고 4년마다 한도 적정성을 재검토하는 내용의 동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정준호 의원도 예금자 보험금 한도를 1억원 이상의 범위에서 금융업종별로 구분해 정하고, 그 한도를 금융위가 5년마다 검토하는 내용을 대표로 제안했습니다.
 
국민의힘도 1억원으로 예금자보호 한도를 상향하는 것을 총선 공약으로 내놓은 바 있습니다. 박수민 의원 등 국민의힘 의원들은 보험금 상향 기반을 마련하되 금융업종별 보험금 구분·하되 형평성 개선을 위한 관련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예금자보호 제도는 2001년부터 금융제도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예금자 보호 한도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와 예금 규모 등을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돼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경제 상황이 많이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제도는 23년 전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꾸준했습니다. 2001년과 비교해 지난해 기준 1인당 GDP는 2.9배, 예금 규모는 5.3배가 늘었다는 이유입니다.
 
예금자 보호 한도를 현행 5000만원에서 지금보다 2배 이상 상향하는 법안들이 국회에서 잇따라 발의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사진=뉴시스)
 
"2금융권 건전성 개선 우선"
 
현재 금융당국도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에 자금이 쏠리는 등 여러 부작용을 우려하며 난색을 표하고 있습니다. 이자율이 높은 저축은행으로 자금이 많이 몰릴 경우 고위험 분야에 대한 투자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부동산PF 연착률을 최우선 과제로 이행하고 있는 금융당국 기조와 반대로 흘러갈 수 있습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예금자 보호 한도가 5000만원이 된 지 오래됐으니 상향에 대한 방향성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이 과정에서 자금 쏠림 등 불안 요인이 있기 때문에 부동산PF나 2금융권 건전성을 안정화하는 먼저"라고 밝혔습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여야 의원들이 제출한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에 대해 "현재 예금자 보호 한도는 예금자의 90~95%를 보호하도록 한 국제예금보험기구(IADI)의 권고 수준을 충족한다"며 "개정안은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예금자 보호 한도가 늘어나는 것은 금융업권에서도 선뜻 반길만한 일은 아닙니다. 금융회사는 예금 보호를 위해 예보에 보험료를 내고 있는데, 한도가 늘어날수록 보험료 부담도 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예금자 보호 한도 상향으로 인해 자금이 몰릴 것으로 지목되고 있는 저축은행업계의 반응도 달갑지만은 않습니다. 다른 금융업권에 비해 예금자 보호를 위해 지출하는 보험금 부담이 크다는 이유입니다.
 
금융회사들은 예금자 보호를 위해 예보에 보험금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보험금은 예금의 일정 비율을 보험금으로 내는 것인데요. '예보료율'로 불리는 보험금은 저축은행이 0.40%로 가장 높고 금융투자·보험사 0.15%, 은행 0.08% 순입니다.
 
현행법상 금융사의 보험료율은 최고한도가 0.5%인데, 저축은행은 최고 한도에 가까운 요율 적용받고 있습니다. 은행보다 5배 높습니다. 따라서 저축은행업계에서는 이 예보료율을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했습니다. 예전 저축은행 사태 때와 달리 현재는 파산 우려가 불식됐는데도 불구하고 예보료율은 예전의 위험을 그대로 담고 있다는 이유입니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예금자 보호 한도 상향만으로 자금 쏠림을 예상하기는 어렵고, 그렇게 된다고 해도 금융당국의 모니터링이 강한데다 영업 방식도 수신 위주에서 벗어나 다각화하는 추세"라며 "예보료율 개선 등이 없이는 저축은행 부담도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금융당국은 예금자 보호 한도 상향과 관련해 방향성에는 공감하면서도, 부동산PF 안정화 등이 이뤄진 다음 검토할 문제라고 밝혔다. 사진은 서울 종로우 서울정부청사 내 금융위원회.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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