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한우 투자 플랫폼 뱅카우를 운영하는 스탁키퍼가 두 번째 한우펀드 모집에 나섭니다. 송아지와 사료가격이 안정돼 예전보단 좋은 시기에 시작하는 기회가 될 전망입니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스탁키퍼는 오는 13일부터 뱅카우 앱을 통해 한우펀드 공모를 시작합니다. 총 131두에 달하는 송아지를 가축투자계약증권 2-1호, 2-2호, 2-3호 등 세 개 상품으로 나누어 투자하는 방식입니다. 구축투자계약증권은 기초자산(한우)의 소유권(공유지분)인데, 쉽게 실물 펀드라고 이해해도 무방합니다.
세 펀드엔, 2-1호에 44두, 2-2호 44두, 2-3호 43두씩 편입할 예정이며 편입한 송아지와 예상 사료비 등에 따라 2-1호는 3억8054만원, 2-2호는 3억8000만원, 2-3호 3억7244만원으로 설정됐습니다. 단, 각 펀드의 설정액 중 10%는 공동사업 운영자에게 선배정돼 있어 일반 공모로는 설정액의 90% 금액만 풀리게 됩니다. 모든 펀드는 액면가 2만원 단위로 취급되며 공모 청약도 2만원부터 참할 수 있습니다.
뱅카우의 한우펀드는 지난 7월 1차 공모 당시 200% 넘는 청약률을 기록했습니다. 송아지를 개체별로 선택해 투자하는 방식에서, 여러 마리를 한데 묶은 펀드 투자로 전환한 뒤 첫 공모가 흥행한 것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싼 송아지가 수익률 더 높을 수도
한우 투자를 펀드처럼 만든 덕분에 비전문가가 개별 송아지의 기본적인 이력만 보고 골라 투자했다가 생길 수 있는 위험은 크게 줄일 수 있게 됐습니다.
이번 투자에 포함된 송아지를 예로 들면, 2-1호에서 투자하는 충만35호 송아지의 취득원가는 287만원이고, 사육기간 동안 투입될 예상 사료비는 409만6459원입니다. 여기에 사육관리비도 66만3295원이 추가됩니다. 이를 합산하면 총 충만35호에 투입하는 자금은 총 790만5503원이며 그 전액이 펀딩 대상입니다.
같은 펀드에 포함된 충만15호는 자산가격(송아지)이 411만원으로 충만35호보다 훨씬 비쌉니다. 어미 소의 유전력이 좋고 체중도 더 무거울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런데 사료비는 412만274원, 관리비는 66만7474만원으로 총 예상비용은 917만3507원입니다. 15호 송아지가 35호를 키우는 것보다 돈은 더 들지만, 송아지 매입가 차이만큼은 아닌 겁니다.
이 두 송아지를 잘 길러서 2년쯤 뒤에 경매장에 출하한다면 당연히 15호가 더 비싼 값에 낙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그게 투자성과까지 더 좋다는 뜻은 아닙니다. 917만원이 투입된 15호가 1000만원에 낙찰되고, 790만원을 들인 35호가 880만원에 팔린다고 가정하면 투자 성과는 인풋 대비 아웃풋 비율이 높은 35호 쪽이기 때문입니다.
예전 같으면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워 15호를 선택할지, 35호를 선택할지를 두고 망설이겠지만 이젠 송아지를 골라서 투자할 필요 없이 하나의 상품에 모았으니 대박 기회도 사라지겠지만 지뢰를 밟을 위험도 제거된 것입니다.
물론 이번에 펀딩한 한우들을 특정 농가에서 사육하고, 비슷한 시기에 출하할 것이라는 점에서 당시의 한우가격 변동 위험까지 피할 수는 없습니다. 이런 위험마저 헤지하기 위해선 특정 농가, 특정 시기로 묶는 폐쇄형 펀드가 아니라, 상시적으로 송아지를 편입하고 성체가 된 한우는 출하하는 영속형 개방형 펀드로 발전해야겠지만 거기까지 가려면 시간이 필요해 보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곡물가 하락에도 환율 때문에…사료비 ‘아쉽네’
한우펀드의 투자 성과를 결정할 핵심 변수 즉 인풋에 속한 송아지 매입가격과 사료비, 그리고 아웃풋의 한우 낙찰가 조건은 비교적 양호한 상황입니다.
일단 뱅카우의 한우 투자가 처음 등장했을 때보다는 송아지 가격이 많이 하락해 초기 투자금이 적게 듭니다. 물론 송아지 값이 하락했단 의미는 한우 낙찰가격도 하락했다는 말입니다. 그래도 송아지는 지금 사는 것이고 한우 가격은 2년쯤 뒤에 결정될 테니 일단 지금 비용이 적게 드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사료 시세는 좋다기보다 안정되고 있습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후 폭등했던 주요 곡물가격은 이제 많이 하락해서 전쟁 이전 수준에 근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축산농가의 부담은 크게 줄지 않았습니다. 국제 곡물가는 떨어지는데 원달러환율이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어서 곡물가 낙폭을 온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개전 초기보다는 많이 안정되고 있다는 점이 다행입니다. 또한 사료비 부담은 최종 경매가에도 어느 정도 반영되고 있습니다.
송아지를 2년간 사육해서 한우로 출하할 때 가격을 지금 예측하는 것은 무리이지만, 한우값이 경기에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과, 지금 경기가 좋지 않다는 점이 오히려 2년 후에 대한 기대를 갖게 만드는 요인입니다.
그렇다고 투자수익에 대한 기대치를 너무 높게 잡으면 실망이 클 수 있습니다. 보유 자산 즉 펀드에 편입한 한우를 모두 매각한 뒤엔 펀드를 청산하고 투자원금과 이익금을 분배하게 됩니다.
이때 펀드의 모집총액 대비 매각금액이 13%를 넘으면 초과 수익금의 30%는 청산수수료 명목으로 공제됩니다. 스탁키퍼에게 돌아가는 성과보수인 셈입니다. 따라서 13%를 목표의 기준으로 잡아도 무방해 보입니다.
단, 주의할 것이 있습니다. 13%는 연환산 수익률이 아닙니다. 투자자는 2년 또는 그 이상 자금을 맡겼다가 회수하는 것이므로 2년을 가정할 경우 연환산 수익률은 6.5%에 그칩니다.
따라서 연 6.5% 수익률을 넘으면 성과보수를 지급한다는 사실에 수긍하는 사람만 이번 펀드에 청약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나중에 수익을 내고도 기분 상하는 일이 없기 위해서입니다.
이번 한우펀드의 청약기간은 추석연휴 전날인 13일부터 다음달 30일입니다. 실제론 그보다 빨리 마감할 수도 있습니다. 전체 설정액의 90% 공모금액이 경쟁률에 따라 안분배정될 예정입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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