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지난 5일 오후부터 5시간가량 전국 곳곳에서 인터넷 접속이 안 되는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유선 인터넷 신호를 무선으로 중계해 주는 특정 제조사 무선 공유기 오류가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정부와 통신사들은 보안 소프트웨어(SW) 업데이트 과정에서 일부 공유기가 다운된 것으로 잠정 판단하고, 장애 원인을 조사 중입니다.
사회 전반에 걸쳐 디지털전환(DX)이 이뤄지고 있는 까닭에 요즘의 인터넷 장애는 금전적 손실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상에 대해 목소리가 커지는 배경인데요. 인터넷 이용약관에 근거해 배상안 검토가 이뤄지겠지만, 책임소지를 놓고는 치열한 공방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저녁 5시간 인터넷 장애에 자영업자 피해
6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지난 5일 오후 4시50분께부터 9시58분까지 5시간가량 통신3사의 인터넷 접속이 원활하지 않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특정 지역이 아닌 전국 각지에서 머큐리와 아이피타임(IPTIME) 무선 공유기 이용자 가운데 일부가 피해를 봤습니다.
통신3사의 인터넷 접속장애 신고접수를 받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원인조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정부와 통신사는 특정 제조사의 무선 공유기 오류에 따른 장애로 잠정 결론짓고, 세부적인 원인을 파악 중입니다. 공유기 자체의 불량, 부품 호환성 문제, 공유기 소프트웨어(SW)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살피고 있는데요. 보안SW 업체의 방화벽 교체작업 시 인터넷 트래픽이 과다 발생했고 일부 무선 공유기에서 해당 트래픽을 처리하지 못해 인터넷 접속 장애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일부 통신사 관계자는 "
안랩(053800)에서 무료백신 배포가 진행됐는데, 최대전송단위(MTU) 설정값을 128바이트에서 표준설정인 1500바이트로 변경해 장애 복구를 진행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데이터 전송단위를 변경, 트래픽을 분산시켜 문제를 해결했다는 의미입니다. 안랩은 이와 관련 "통신사로부터 일부 공유기에 문제가 있다는 내용을 전달받고 통신사와 협의해 설정 변경을 진행한 것"이라며 "네트워크 개선을 위한 방화벽 작업은 해오던 것으로, 이날 전체 장애가 아닌 일부 공유기에서만 문제가 발생했다"며 이번 사안과 선을 그었습니다.
과기정통부는 관련 전문가와 함께 이번 장애의 원인을 철저하게 조사한다는 방침입니다. 업계에서는 통상 2주 정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서울 소재 휴대전화 매장에 걸려있는 통신 3사 로고. (사진=뉴시스)
원인 규명과 함께 보상금액 책정도 논쟁거리입니다. 인터넷 접속 오류로 일반 가정도 피해를 봤지만, 저녁 장사를 공친 자영업자들은 금전적 손해가 더욱 컸습니다. 자영업자들이 모이는 커뮤니티에서는 "매장 내 인터넷 접속이 안돼 포스(POS) 단말기, 카드결제기까지 먹통이었다"며 "배달 주문과 픽업 주문 확인도 안 돼 전체 취소됐다"는 토로가 나옵니다. 최근 통신사들은 DX와 인공지능(AI) 전환을 내세우며 주문부터 결제, 픽업까지 통합된 서비스 제공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안정적인 인터넷 환경에서는 자동화된 시스템을 활용하며 인건비도 줄일 수 있지만, 인터넷이 단절된 경우 모든 서비스는 셧다운될 수밖에 없습니다.
통신사 인터넷 서비스 약관을 살펴보면 '이용고객의 책임이 없는 사유로 서비스 제공이 연속 2시간 이상이나 한달 동안 서비스 장애발생 누적시간이 12시간을 초과한 경우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한 일수에 따라 월정요금을 일할 계산해 반환된다'고 기재돼 있습니다. 대략적으로 월 600원 정도 요금 감면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KT(030200)와 SK브로드밴드는 약관에 근거한 보상 외에 원인규명과 피해규모를 산정해 보상안을 마련한다는 입장입니다. 양사는 "보상안은 피해규모 산정 후 나올 수 있다"며 "피해규모에 따라 보상 규모는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보상책임은 통신사? 공유기 제조사?
보상 규모 외에 보상책임에 대한 공방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번 인터넷 장애와 관련해 통신사 간 입장도 다른 상황입니다. KT와 SK브로드밴드는 특정 제조사 공유기 오류를 문제 삼고 있고,
LG유플러스(032640)는 문제시된 제품이 회사측에서 서비스하는 제품이 아닌 고객이 구매한 사설 공유기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KT와 SK브로드밴드가 보상안을 검토하는 것과 달리 LG유플러스는 배상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입니다. 추후 통신사와 공유기 업체 간 논쟁 가능성이 열려있는 대목입니다.
업계 내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산하 방송통신협의회는 논평을 통해 "공유 단말기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책임은 통신사에 있다"며 "통신사는 장비 업데이트 과정을 직접 관리하고, 순차적 업데이트 등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방효창 두원공과대 교수는 "이번 사안의 경우 특정 공유기에서 문제가 발생한 경우로, 통신사의 네트워크 이상에 따른 장애와는 별개로 볼 수 있다"며 "통신사 인증을 거쳐 설치한 제품이 아닌 개별 구매한 공유기의 문제로 판명되면 귀책사유가 통신사에 있다고 보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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