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렘, 유증에 개미 ‘부글’…주주 손벌리고 채권자만 챙겨
유증 후 미상환 CB 전환가, 유증 발행가로
주주보다 채권자 챙기기…유증 자금도 채무 상환
입력 : 2024-04-24 06:00:00 수정 : 2024-04-24 08:05:31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이렘(전 코센(009730))이 248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나서면서 소액주주들의 반발을 사고 있습니다. 자금 대부분이 채무상황에 사용되는 데다, 유증 자체가 전환사채(CB) 채권자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어서입니다. 시장에선 이렘이 차입금 상환의 책임을 소액주주들에게 떠넘기고 채권자만 챙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유증 후 급격히 낮아지는 CB 전환가액
 
(그래픽=뉴스토마토)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렘은 지난 19일 장 마감 이후 약 248억원 규모의 유증을 공시했습니다.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보통주 1주당 0.49주의 신주를 발행해 총 1550만주를 발행할 예정이며, 예정발행가액은 1598원입니다.
 
스테인리스 강관 제조기업인 이렘은 지난달 코센에서 사명을 변경한 곳으로 지난 2020년 주권거래가 정지된 이후 자본잠식 해소 등을 위해 수차례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했습니다. 지난해부터 220억원 규모의 CB를 발행한 데 이어 올해 248억원 규모의 유증을 추가로 진행합다.
 
앞서 발행한 CB들은 대부분 부안공장 인수비용(280억원)에 사용했습니다. 부안공장은 애초 코센이 소유했던 공장이었으나, 자본잠식 해소 과정에서 공장을 140억원에 매각하고 임대계약을 맺었습니다. 
 
회사의 경영을 위한 자금조달이지만, 잇따른 자금조달에 대한 투자자들의 시선은 곱지 않습니다. 이렘의 자금조달이 CB 채권자들의 투자금 보전을 위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입니다. 실제 이렘이 23회차 CB를 발행할 당시 21~22회차 CB의 전환가액은 기존 4755원에서 2890원으로 39.22% 낮아졌습니다.
 
이렘이 CB 전환가액을 급격히 낮출 수 있었던 것은 CB의 특약 사항 때문입니다. 통상 CB에는 신주발행에 따른 리픽싱(전환가액 조정) 조항이 붙습니다. CB 사채권자의 주식전환 전 발행사가 새로운 신주를 발행할 경우 신주 수량에 따른 가치희석을 반영해주는 식입니다. 다만 이렘이 발행한 CB의 경우 ‘전환청구 전 전환가액을 하회하는 신주 발행시 해당 전환가(발행가)로 전환가액을 조정한다’는 조항이 붙었습니다.
 
유증이 완료될 경우 220억원 규모의 21~23회차 CB 전환가액은 모두 유증 발행가(예정)인 1598원으로 조정되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CB 주식전환으로 발행가능한 신주는 761만여주에서 1376만여주로 급증합니다. 여기에 유증으로 발행되는 신주를 더하면 발행주식 총수(3136만여주)의 93.31%에 달합니다. 유증이 완료될 경우 기존주주들의 오버행 우려가 커지는 이유입니다.
 
CB 채권자에 유리한 유증…유증 목적도 채무상환
 
이렘의 유증 목적도 채무 상환이 주목적입니다. 이렘은 지난 1월 신사업 진출을 위해 최대주주인 코스틸로부터 슈퍼테크(공기 단축 솔루션) 사업부문을 450억원에 인수했습니다.
 
당시 코센은 인터뷰를 통해 “인수자금을 외부 조달 없이 자체 소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자체 자금으로 납부한 금액은 100억원에 불과했습니다. 이후 산업은행 및 수출입은행으로부터 각각 190억원, 80억원의 대출을 받았고 현재까지 110억원의 잔금이 남아있는 상황입니다. 이번 유증으로 조달한 자금 중 190억원 산업은행 대출 상환에 사용할 계획입니다.
 
채무 상환 목적의 유증 공시에 이렘의 주가도 급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19일 2365원에 마감했던 이렘의 주가는 공시 다음날인 전일 21.01% 급락한 1868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장 중에는 1733원까지 내리며 52주 최저가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채무상환 책임을 소액주주들에게 떠넘긴다는 지적에도 최대주주의 청약 참여율은 저조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렘은 “최대주주인 코스틸과 박재천 회장의 청약률은 약 30% 내외로 예상한다”며 “미청약분 신주인수권증서 매각 대금으로 청약에 참여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채권자에게 유리한 유증은 회사의 빚을 기존 주주에게 떠넘기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며 “낮아진 전환가액은 기존주주의 지분 가치를 더욱 희석하고 오버행 우려를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사진=이렘 홈페이지캡처)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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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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