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형제·자매에 유산상속 강제 유류분 제도 위헌"
"상속재산 형성 기여 인정 안돼"
입력 : 2024-04-25 17:14:25 수정 : 2024-04-25 18:18:57
 
 
[뉴스토마토 김수민 기자] 고인의 의사와 상관 없이 형제·자매에게 일정 비율 이상의 유산 상속을 강제하는 '유류분' 제도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왔습니다.
 
헌재는 25일 민법 1112조 4호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헌재는 우선 "가족의 역할은 오늘날에도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상속인들은 유류분을 통해 긴밀한 연대를 유지하고 있다"며 유류분 제도의 정당성은 인정했습니다.
 
다만 "피상속인의 형제·자매는 상속재산 형성에 대한 기여나 상속재산에 대한 기대 등이 거의 인정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유류분권을 부여하는 것은 그 타당한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1977년 도입 이래로 첫 위헌
 
유류분은 피상속인의 유언과 관계없이 유족이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유산 비율을 의미합니다. 현행 민법은 자녀(직계비속)와 배우자는 법정 상속분의 2분의 1을, 부모(직계존속)와 형제·자매는 3분의 1을 유류뷴으로 보장합니다.
 
유류분 제도는 특정 상속인이 유산을 독차지하지 못하도록 하고 남은 유족의 생존권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1977년 12월 처음 도입된 이래로 한 번도 개정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개인의 재산권을 지나치게 침해하고 변화된 사회 인식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습니다.
 
헌재는 이날 직계 존·비속과 배우자의 유류분 상실 사유를 별도로 규정하지 않은 민법 1112조 1~3호, 부양 기여분에 관한 규정을 두지 않은 민법 1118조에 대해선 헌법불합치 결정했습니다. 입법 개선 시한은 2025년 12월 31일까지로 뒀습니다
 
헌재는 "기여상속인이 그 보답으로 피상속인으로부터 재산의 일부를 증여받더라도 해당 증여 재산이 유류분 산정 기초재산에 산입되므로, 기여상속인이 비기여상속인의 유류분 반환 청구에 응해 증여재산을 반환해야 하는 부당하고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재계 유류분 반환청구 소송엔 영향 안 줘
 
이날 헌재의 결정은 상속재산을 둘러싸고 유류분 반환 청구소송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재계도 주목했지만 당장은 영향을 주지 않을 전망입니다.
 
현재 고 한영대 전 BYC 회장의 상속재산을 두고 한석범 BYC 회장과 모친 김모씨가 유류분 반환청구 소송을 벌이고 있습니다. 김씨와 장녀 한지형 BYC 이사는 차남인 한 회장과 삼남 한기성 한흥물산 대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김씨는 "한 전 회장 별세 후 법적으로 보장된 유류분만큼 유산 상속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헌재 판결은 '형제·자매'에 한해 유류분 제도를 위헌으로 판단한 것입니다. 때문에 한석범 BYC의 모친이 소송에 참가한 현재 진행중인 재판은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노종언 법무법인 존재 변호사는 "지금까지는 형식적인 평등을 더 중요하게 여기다 보니 실질적인 타당성과 평등을 침해하는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해결할 방법이 없었다"며 "이번 헌재의 결정은 현실에 맞는 현실의 가족 제도에 더 부합하도록 판단 내렸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형제·자매에 한해서만 위헌 결정을 내린 것이기 때문에 현재 재계에서 제기된 유류분 소송에는 영향을 주지 않고 계속 적용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종석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들이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민법 제1112조 등 유류분 제도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및 헌법소원 선고를 위해 자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수민 기자 su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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