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물가안정 협조 요청…유통가 '난감'
정부 "가격 인상 늦추고 인상폭 줄여달라"
롯데웰푸드·CJ대한통운 등 가격 인상 연기
업계 "원가 부담에 불가피한 선택…개입 과도해"
입력 : 2024-04-26 15:06:31 수정 : 2024-04-26 16:29:32
 
[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정부가 유통기업들에 가격 인상 연기를 요청하며 재차 물가 안정 협조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급격한 원가 상승에 수익성을 걱정하는 업계는 원가 부담과 가격 인상 제한이라는 쌍방향 압력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강경성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은 지난 25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대형마트를 찾아 "고환율에 따른 수입 원가 상승, 임금 인상 등 제조원가 상승으로 제조업체와 유통업체가 이를 반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은 이해한다"면서도 "물가 상승을 크게 자극하지 않게끔 가급적 인상 시기를 늦추고 인상폭을 최소화해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체브랜드(PB) 상품 확대 등 적극적인 대체 상품을 발굴해 일부 상품 가격 조정에도 선택권 확대를 통해 소비자 후생이 감소되지 않도록 유통업계가 노력해 달라"고 강조했습니다.
 
총선 이후 기업들의 가격 인상 기조가 나타나자 물가 자극을 우려한 정부가 협조를 요청한 것입니다. 앞서 정부는 초콜릿류 가격 인상에 나선 롯데웰푸드와 편의점 일반 택배 운임 인상을 알린 CJ대한통운 측에 가격 인상 유보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해당 업체들은 가격 인상 시기를 연기했죠.
 
서울 시내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의 이 같은 행보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물가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 조사 결과, 올 1분기 수도권 유통업체 420곳에서 판매하는 37개 생활필수품목 중 25개 품목의 가격이 전년 동기 대비 5.5% 오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세부적으로 설탕은 18.7%의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으며, 아이스크림(12.5%), 케첩(9.7%), 기저귀(7.8%), 된장(6.9%) 순으로 집계됐습니다. 주로 먹거리 물가 상승세가 두드러졌습니다.
 
정부 압박에 가격 인상을 주저하고 있지만 원가 부담을 언제까지 방어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게 업계 입장입니다. 일부 원료의 국제 시세 급등과 고환율 등으로 제조업체의 원가 부담이 누적되는 상황인데요. 여기에 인건비, 물류비 등 제반 비용 상승으로 업계는 시름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시장 개입이 과도하다는 불만도 새어 나오고 있습니다.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역대 정부 중 이 정도로 가격 조정을 두고 압박을 가한 정부는 없었다"라고 토로했습니다. 이어 "고물가로 인한 국민 부담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최근의 가격 인상 추세는 이익을 더 남기기 위함이 아니라 원가 인상분을 반영하는 측면인데, 기업들이 물가 인상 주범이 된 측면이 억울하다"고 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가격을 누르는 방식을 취하는 동시에 지원책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원가 상승이 당장은 부담스럽지만 환율, 유가 등 외부 환경 변화에 따라 안정될 가능성이 있다. 파급력이 큰 분야의 경우 정부가 고비마다 가격 인상을 막아 인플레이션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라며 "다만 세제 혜택이나 자금 지원을 함께 해야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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