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굴기, 위협 아닌 현실)중국 철강 공급과잉…저가 출혈경쟁 아닌 품질로 맞서야
중국 저가 철강재 쓰나미…국내 철강업계 몸살
건설경기 악화로 자국 수요 줄자 수출에 온 힘
중국과 차별화된 가치 전달로 경쟁력 확보해야
입력 : 2024-05-10 16:00:00 수정 : 2024-05-10 16:46:36
 
[뉴스토마토 이효진 기자] 국내 철강업계가 중국산 저가 철강재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중국이 자국 건설경기 악화로 열연강판 등 건설용 강재를 싼값에 밀어내는 중입니다. 중국에 대응해 국내 철강업계가 저가 경쟁을 넘어 품질 강화 등 차별화된 가치 전달을 목표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도 나옵니다.
 
반제품인 슬래브를 가열해 압연 후 코일 형태로 감은 열연강판.(사진=현대제철)
 
13일 업계에 따르면 열간압연강판(열연강판)을 비롯한 중국산 저가 건설용 강재 수입이 증가함에 따라 포스코, 현대제철 같은 국내 열연 제조사가 입는 타격이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내로 수입된 중국산 열연강판은 약 142만톤(t)으로 전년 대비 35% 증가했습니다. 올해 1분기 수입량은 약 37만t으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올해 1분기 포스코홀딩스의 영업이익률은 3%에 불과했습니다. 현대제철은 1.7% 수준입니다. 제품 판매 비중을 고려할 때 열연강판 사업 수익성은 현저히 낮습니다.
 
중국이 건설용 강재를 해외로 밀어내는 이유는 자국 내 건설경기 부진 때문입니다. 중국국가통계국 통계에 따르면 중국은 매년 약 20%씩 건축 착공 면적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런데 중국강철협회 자료를 보면 중국에서 생산하는 철강의 55~60%가 건설용 강재입니다. 건설 수요가 줄며 남아도는 철강재를 수출용으로 돌리는 겁니다. 중국 철강업계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중국 내 수요 둔화에도 중국 철강사 입장에선 가동률을 줄이는 게 오히려 경제적 손실이라는 판단”이라며 “한국을 포함해 세계에 철강 밀어내기가 심화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중국산 열연강판은 낮은 가격으로 국내 시장을 잠식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중국산 열연강판 수입 원가는 국산 유통가격과 비교해 톤당 30만원 이상 낮은 가격에 형성되기도 했습니다. 하공정 업계 입장에선 상대적으로 값싼 중국산을 찾을 수밖에 없는 실정입니다. 현재 국내 열연 제조사들은 저가 강재를 공급하는 ‘수입대응제’로 중국산을 견제 중입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중국과 초저가 경쟁으로 살아남을 수 없다고 말합니다. 
 
업계에서는 차별화된 가치 전달이 생존 방안이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품질, 딜리버리, 저탄소 등 수요자들의 요구에 맞춘 철강재를 제공해야 한다는 겁니다. 아울러 건설용 강재는 안전과 직결된 만큼 저가 경쟁만이 답이 아닙니다. 실제로 한국 건설용 강재가 일본 시장을 뚫지 못하는 이유는 내진구조를 포함한 까다로운 안전성 검증 단계를 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곽노성 동국대 국제통상학과 명예교수는 “미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에서 중국산 철강에 관세를 높이기로 한 지금이 한국 철강업계에 기회”라며 “단가에 비해 좋은 품질을 만들어내는 게 생존 방법”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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