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커머스의 공습)"반목은 그만"…코업 전략·차별화 콘텐츠만이 살 길
고물가 시대 초저가 공세에 'C커머스' 급성장
위기감 확산…내부 싸움 멈추고 협업할 때
"가격 경쟁 승산 없어…품질·배송 등 차별화에 집중"
입력 : 2024-05-10 16:32:37 수정 : 2024-05-10 16:32:37
 
[뉴스토마토 김성은·이지유 기자]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이 예상보다 빠르게 이용자 수를 늘려가면서 유통시장 장악에 대한 위기감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국내 이커머스 선두 업체인 쿠팡을 비롯해 기존 유통 업체들의 협업과 차별화된 콘텐츠 발굴 전략이 필요한 때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10일 뉴스토마토가 전문가와 이커머스업계 관계자의 의견을 종합한 결과, "초저가 제품으로 무장한 중국 업체에 맞서기 위해서는 가격 외 다른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 공통된 입장이었습니다. 품질을 끌어올리거나 배송 혁신으로 소비자들을 잡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현재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선두인 쿠팡과 나머지 업체 간 경쟁을 넘어선 반목 관계가 형성돼 있다는 것이 업계 중론입니다. 2010년대 초반 비슷한 출발선상에 서 있던 이커머스 업체들은 과도한 경쟁을 펼쳐왔는데요. 물류센터를 짓고 '로켓배송' 내건 쿠팡은 빠르게 성장해 유통 공룡 이마트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습니다. 이후 업계 경쟁 구도는 쿠팡과 '반쿠팡 연대'로 재편됐죠.
 
알리익스프레스 홍보 이미지. (사진=알리익스프레스)
 
이제는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쉬인 등 이른바 'C커머스' 업체들이 판을 흔들고 있습니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달 알리와 테무 이용자 수는 1362만명을 기록하며 쿠팡(3045만명)의 절반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고물가 시대 중국산 초저가 상품이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은 것입니다.
 
이 같은 C커머스의 빠른 침투는 향후 중국 의존도를 높이고 국내 유통 산업 부실화를 낳을 수 있다는 위기의식으로 번졌습니다. 이에 업체 간 협업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물론 국내 업체에만 적용되는 규제 등 역차별을 해소할 수 있는 정부의 지원책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C커머스 업체에서 찾을 수 없는 국내 업체만의 차별화 콘텐츠 발굴도 필요합니다. 아무리 염가라 해도 일정 충성도를 보이는 고객들은 어느 정도 수준이 되는 콘텐츠를 원한다는 점에서 품질 등에 대한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분석입니다.
 
실제로 위기감을 느낀 쿠팡은 대응책을 내놨습니다. 올해 22조원을 투자해 질 좋은 국산 제품 판매 규모를 늘리고, 오는 2026년까지 3조원 이상을 투입해 신규 물류센터 8곳을 운영하겠다고 공언했죠. 쿠팡은 올해 1분기, 첫 분기 매출 9조원 돌파에도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61% 감소하고 31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습니다.
 
서울 시내 한 쿠팡 배송 캠프에서 택배 기사들이 배송 준비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쿠팡뿐만 아니라 다른 국내 업체들도 고민이 많습니다. 가격 측면에서 중국 이커머스를 앞지르기 어려운 만큼, 소비자 발길을 유도할 수 있는 차별화 전략에 집중해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었습니다.
 
한 이커머스업체 관계자는 "일례로 쿠팡에서 가장 잘 팔리는 품목은 공산품이고, 이는 대부분 중국산"이라며 "질 좋은 국산을 늘린다면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는데 소비자들은 부담을 느낄 수 있어 가격 조율이 중요하다"고 꼬집었습니다. 다른 이커머스업체 관계자는 "C커머스 등장에도 소비자들이 쿠팡 등 기존 업체를 이용하는 결정적 이유는 빠른 배송에 있다"며 "물류센터 투자로 배송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중국 이커머스 상륙이 기존 체제에 변화를 주고 기업 간 경쟁을 자극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알리와 테무 등은 초저가 쇼핑 장르를 개척했다"고 평가하며 "새로운 경쟁자에 대한 도넘는 견제보다 C커머스가 갖고 오는 메기 효과를 적절히 잘 이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그러면서 "결국 같은 소비자를 상대하는 경쟁 관계이기 때문에 각 업체 만의 차별화가 필요하다"며 "소비자들이 방문할 수밖에 없도록 특화 제품군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차별 콘텐츠를 플랫폼 스스로가 제시하고 유통 관계자들과 협업하는 방향이 가장 적절해 보인다"며 "무엇보다 소비자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들여다보고, 소비자 맞춤형으로 전략을 취하는 방향이 최선책"이라고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김성은·이지유 기자 kse586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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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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