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오른 최저임금 대전…관전 포인트 '셋'
내년 최저임금 논의 본격 착수
최저임금 140원 인상 시 1만원 돌파
경영계 '업종별 차등 적용' 필요
입력 : 2024-05-21 16:29:52 수정 : 2024-05-21 19:34:50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을 심의할 최저임금위원회가 21일 첫 전원회의를 열고 심의 절차에 돌입했습니다. 이번 심의의 관건은 최저임금이 시간당 1만원을 처음으로 돌파하는지와 업종별 차등적용 문제입니다. 올해 시간당 9860원인 최저임금은 역사상 첫 1만원을 돌파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는데요. 업종별 차등적용을 둘러싼 노사 간 입장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격돌이 예상됩니다. 특히 경영계는 돌봄 업종을 중심으로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적용에 힘을 싣고 있는 반면, 노동계는 전체 근로자 임금 수준이 하향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어 대립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공익위원인 이인재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가운데)가 21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1차 전원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①37년만 '1만원' 돌파
 
노동계는 올해 심의에서 최저임금이 시급 기준 1만원 문턱을 넘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내년 최저임금이 1만원을 넘게 되면 최저임금 제도가 시행된 1988년 이후 37년 만인데요. 지난해에도 1만원 돌파가 점쳐졌지만 표결 끝에 불발됐습니다.
 
최저임금은 올해보다 1.42%(140원)만 올라도 1만원을 돌파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최근 5년간 최저임금 인상률을 살펴보면 △2019년 10.9%(8350원) △2020년 2.9%(8590원) △2021년 1.5%(8720원) △2022년 5.1%(9160원) △2023년 5.0%(9620원) △2024년 2.5%(9860원) 입니다. 
 
그동안 동결되거나 삭감된 사례가 없었고 역대 가장 낮은 인상률도 2021년 1.5%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1만원 돌파가 자연스러운 상황입니다. 하지만 경영계의 반발이 변수로 꼽힙니다. 노동계는 물가 상승을 감안한 큰 폭의 인상을, 경영계는 소규모 사업자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동결을 최초로 요구할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그간 물가와 임금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의 인상률이 누적돼 노동시장의 최저임금 수용성이 저하됐다"며 동결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②사문화 된 업종별 차등적용
 
올해의 화두는 업종별 차등적용 여부입니다. 최저임금법에 따르면 '사업 종류별로 구분해 정할 수 있다'고 차등적용을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로 차등이 이뤄진 때는 제도 도입 첫해인 1988년뿐입니다. 이것 또한 1988년에만 한시적으로 적용됐을 뿐, 사실상 사문화된 조항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경영계는 지난해에도 편의점, 음식·숙박업, 택시운송업에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주장했지만 최저임금위에서 부결된 바 있습니다.
 
경영계는 올해도 최저임금을 차등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경총은 "일부 업종과 소규모 사업체는 현재의 최저임금 수준도 감내하기 힘들어 한다"며 "업종에 따른 경영 환경 차이를 감안해 최저임금을 구분 적용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하는 입장입니다. 
 
특히 올해는 한국은행이 지난 3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외국인 근로자가 돌봄서비스업에서 일할 수 있도록 제한을 풀고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자고 제안하면서 상황이 더 복잡해졌습니다. 경총은 돌봄·보건서비스 종사자가 속한 '보건·사회복지업'의 최저임금 미만 비율이 21.7%에 이른다며 차등적용의 필요성에 더욱 힘을 싣고 있습니다. 반면 노동계는 차등 적용은 최저임금 취지에 맞지 않고 전체 근로자 임금 수준에 하향을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하며 반대 목소리를 강하게 내고 있습니다.
 
③친정부 공익위원 논란
 
아울러 최저임금 결정에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는 공익위원 인선도 노사 간 대립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최저임금 심의에는 사용자위원(경영계) 9명, 근로자위원(노동계) 9명, 정부가 위촉한 공익위원 9명 등 총 27명이 참여합니다. 이번 제13대 위원장은 공익위원인 이인재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가 표결 없이 선출됐으며, 간사 격인 운영위원은 이 위원장을 포함해 권순원·하헌제 공익위원, 류기섭·이미선 근로자위원, 류기정·이명로 사용자위원이 맡았습니다.
 
특히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난 임기에 이어 두 차례 연속으로 공익위원 간사를 맡았는데요. 노동계는 권 교수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공익위원 간사를 맡은 것에 대해서 거부감이 크면서 권 교수의 퇴임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어 난관이 예상됩니다. 
 
권 교수는 윤석열정부에서 미래노동시장연구회, 상생임금위원회 등 노동 관련 정부 기구에 다수 참여했는데요. 권 교수가 미래노동시장연구회 좌장으로서 근로시간 개편안 등 밑그림을 그렸다는 이유에서 노동계의 반발이 큽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 양대 노총은 지난 13일 공동 성명에서 "제일 문제는 단연코 권 위원"이라며 "현 정부의 노동 개악을 가장 신봉하는 자로 편파적 회의 진행을 일삼았다"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내년도 최저임금을 심의할 최저임금위원회 첫 전원회의가 열린 21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이정희 근로자위원(왼쪽 두 번째)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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