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복권' 여부…정국 '핵' 부상
민주, 이재명 1극 체제…차기 대권 대항마 '실종'
김경수 귀국에 야권 '술렁'…비명계 결집 가능성↑
입력 : 2024-05-24 17:53:56 수정 : 2024-05-27 15:44:04
[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노무현 대통령 추도식' 참석을 위해 귀국한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정국의 핵으로 부상했습니다.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계 적자로 불리는 김 전 지사가 구심점 역할을 한다면,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1극 체제'에 균열을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김경수 복권론'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이유입니다.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15주기 추도식에서 노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한 뒤 참석자와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경수 복권 땐…단숨에 '비명 구심점'
 
김 전 지사는 지난 23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대통령 서거 15주기 추도식'에 참석했습니다. 이 자리에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등 야권 핵심 인사와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추경호 원내대표 등 여당 지도부가 총집결했는데요. 
 
매년 열리는 노 전 대통령 추도식에 여야 인사가 방문하는 건 통상적인 일이지만, 김 전 지사의 방문은 이례적이었습니다. 정치권은 차기 대선을 바라보고 있지만, 4.10 총선 이후 친명 일색으로 재편된 민주당에서 이 대표에게 맞설 대항마는 사실상 없는데요. 친문계 상징인 임종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공천 배제됐고, SK(정세균)·친노계 등이 탈당하면서 비명(비이재명)계 중심축은 무너졌습니다.
 
'노무현의 마지막 비서관'이자 '문재인의 복심'이라는 상징성, 그리고 민주당 소속으로 유일하게 경남지사 선거에서 당선된 이력을 갖춘 김 전 지사는 비명계를 규합하는 역할을 맡기에 충분하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만약 김 전 지사가 복권된다면 야권 내부 권력구도는 출렁일 수밖에 없는데요. 김 전 지사는 이재명 대표의 유력 경쟁자로서, 아직 사법리스크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 대표에게 우위를 점할 수 있습니다. 이 대표에 비해 '팬덤'은 약하지만, 대중적 지지층이 존재하고 상대적으로 정치적 안정감을 줄 수 있다는 게 강점인데요. 그가 본격적으로 움직이면 친문·비명계의 선두주자로 세력화할 개연성이 상당히 큽니다.
 
키 쥔 윤 대통령…여의도 설··
 
이 과정에서 키를 쥔 건 윤석열 대통령입니다. 윤 대통령은 '김 전 지사 복권' 카드를 통해 '야권 분열'과 '이재명 대표와의 관계 재정립'을 노릴 수 있습니다. 명분도 충분한데요. 지난 2022년 윤 대통령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된 김기춘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 등 다수 여권 정치인에 대한 사면·복권을 단행했지만, 김 전 지사에 대해선 '복권 없는 사면'을 결정했습니다. 
 
이에 "여권 통합용 사면에 일부 야권 인사들을 끼워넣었다"는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김 전 지사는 2018년 경남지사에 당선되면서 차기 대선 잠룡으로 떠올랐으나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유죄 판결을 받고 복권되지 않아 2028년 5월까지 공식 선거에 출마할 수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 '김경수 복권론'은 본격 제기되며 정치권이 주목하고 있습니다. 지난 16일 박지원 민주당 당선인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현해 "복권을 해줘야 한다. 해줄 거라고 본다"며 "(윤 대통령이) 자기 장모는 가석방하고 훌륭한 야당 지도자는 정치 못 하게 묶어 놓는다면, 대통령에게도 안 좋다"고 지적했습니다.
 
고민정 의원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정치인은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불려 나올 수 있다"며 "역할을 해야 될 때가 되면 해야 된다"고 말했습니다. '김경수 역할론'에 힘을 보탠 건데요. 그는 이어 "복권은 대통령 특별 권한이기 때문에 짐작하기 어렵지만 필요하다고 본다"고 짚었습니다.
 
정치권에선 앞서 영수회담의 '비공식 특사' 논란을 일으킨 이른바 '함성득·임혁백'의 메시지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함성득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장과 임혁백 고려대 명예교수는 지난 7일 공개된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총리 추천을 요청하면서 "차기 대선에서 이 대표의 경쟁자가 될 만한 인사는 배제하겠다"는 말을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차기 대선 과정에서 이 대표와 적대적 공생 관계를 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되레 '대통령 이재명'의 정치 보복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온화한 김 전 지사를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김 전 지사는 정치권에서 제기되는 복권론·역할론 등에 말을 아꼈습니다. 다만 그는 추도식 전날인 지난 22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한 데 이어 비명계 인사를 두루 만날 걸로 알려졌습니다. 최근 국회의장 후보 경선에서 친명 중심의 당내 구도에 균열이 생긴 만큼, 김 전 지사가 누구를 어떤 순서로 만나는지도 관전 포인트입니다. 앞서 지난 19일 귀국한 김 전 지사는 내달 초 독일로 출국할 계획인데요. 유럽 여러 지역에서 남은 공부를 마친 뒤 올해 12월께 영구 귀국할 예정입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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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지웅

쪽팔리게 쓰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