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관계 악화일로…시진핑 방한도 '미지수'
4년 반 만에 한·중·일 정상회의…한·중 관계 분수령
입력 : 2024-05-24 17:30:29 수정 : 2024-05-27 15:42:59
지난 2022년 11월15일(현지시간) 윤석열 대통령이 발리 한 호텔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4년 반 만에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의가 윤석열정부 출범 후 악화되고 있는 한·중 관계의 분수령이 될지 주목됩니다. 누적된 양국 간 갈등은 이번 회의를 계기로 다소 이완되겠지만, 양국이 실제 경제 협력과 대북 문제에서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입니다. 양국 관계의 분기점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이 될 전망입니다. 다만 현실적으로 시 주석의 방한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시진핑 방한, 10년째 감감무소식
 
한·중·일 정상회의는 27일 서울에서 개최됩니다. 2019년 12월 중국 청두에서 8차 3국 회의를 한 후 4년 5개월 만에 열리는 셈입니다. 한·중·일 정상회의에는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리창 중국 총리가 참석합니다.
 
관전 포인트는 이번 3국 정상회의를 계기로 변화될 한·중 관계입니다. 키는 중국이 쥐고 있는데요. 양국의 관계 개선 의지를 가늠할 의미 있는 신호는 역시 시 주석의 방한입니다. 시 주석이 한국을 방문한 것은 박근혜정부 시절인 2014년 7월이 처음이자 마지막입니다. 정부는 '이제는 시 주석이 방한할 차례'라는 입장이지만, 거듭된 한·중 갈등으로 시 주석 방한 논의는 진전되지 못했습니다.
 
다만 이번 회의 이후에도 시 주석의 방한 가능성은 크지 않은 분위기입니다. 중국 권력 서열 2위이자 행정수반 격인 리창 총리의 방한이 시 주석 조기 방한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으로 꼽힙니다. 중국 입장에선 리 총리가 서울에 가는 것으로 고위급 인사의 방한 의무 부담을 상당 부분 덜었다고 볼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지난해 취임한 리창 총리는 한국을 방문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또 한·중이 서로 주고받을 사안이 마땅하지 않다는 점도 시 주석의 방한 가능성을 낮게 보는 요인으로 꼽힙니다. 강준영 한국외대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현재 한·중 간 핵심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정상 간 대화가 필요한 것이 사실이지만 문제는 이 상황에서 시 주석이 방한을 할 수 있는 주제가 별로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기본적으로 윤석열정부가 미·일에 편향된 외교정책 기조를 펼치면서 한·중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습니다. 앞서 윤 대통령이 지난해 4월 대만해협을 둘러싼 긴장에 대해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절대 반대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힌 데 이어 같은 해 6월 싱하이밍 주한주중대사가 "중국의 패배에 베팅하는 이들은 반드시 후회한다"고 언급하며 양국 간 갈등은 격화됐습니다. 이후 한·중 간 대사급 외교는 오랫동안 실종 상태였습니다. 한·미·일 안보협력 속에서도 미국과 일본이 중국과 계속 소통해 온 것과 대비됐습니다.
 
지난해 12월14일 네덜란드 국빈 방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암스테르담 스히폴공항에 도착해 공군 1호기 탑승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3국 회의 계기로 '슈퍼 외교전' 본격화
 
제9차 한·중·일 정상회의에선 '6대 중점 협력 분야'를 논의하고 공동선언문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인적 교류와 기후변화, 경제통상, 보건·고령화 대응, 과학기술 디지털 전환, 재난·안전 등이 '6대 중점 협력 분야'입니다.
 
북한 비핵화 문제 등 3국 간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사안들이 회담 중 의제로 거론되거나 비공식적으로 논의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어 3국의 정상들은 한·중·일 비즈니스서밋에 함께 참석해 각각 연설하고, 행사에 참석한 3국의 경제인들 격려에 나섭니다.
 
윤 대통령은 한·중·일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이달 말부터 다음 달 초까지 정상외교 일정을 잇달아 소화합니다. 한·아랍에미리트(UAE) 정상회담,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등 총선 이후 외교 행보를 본격화하는 모습입니다.
 
오는 28일부터 이틀간 일정으로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대통령이 UAE 대통령 최초로 국빈 방한합니다. 한·UAE 정상은 29일 회담을 갖고 에너지, 국방 등 분야에서 협력 강화를 논의합니다. 다음 달 4~5일에는 국내에서 한·아프리카 정상회의가 개최됩니다. 이번 정상회의는 다수의 아프리카 국가를 대상으로 개최하는 첫 다자 정상회의로, 윤석열정부 출범 이래 최대 규모인 45개국 이상 대표단이 참석합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 박주용

꾸미지 않은 뉴스를 보여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