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여야 초선 설문…국힘 "채상병·김건희 특검법 반대"
국힘 초선 의원 중 특검 명시적 찬성 '0명'
용산 눈치 '여전'…제2의 남·원·정 기대 어려워
입력 : 2024-05-31 17:42:27 수정 : 2024-05-31 23:04:39
[뉴스토마토 김진양·박주용·한동인·유지웅 기자]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 중 이른바 '채상병 특검법'(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과 '김건희 특검법'(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등 특별검사법)에 명시적으로 '찬성' 입장을 밝힌 의원이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본지가 22대 국회 개원을 맞아 113명(국민의힘 43명·민주당 70명)의 양당 초선 의원들에게 '정치개혁을 묻다'라는 주제로 설문 조사한 결과입니다. 
 
국민의힘 전체 의원(108명) 중 40%(44명)를 웃도는 초선 의원들이 대통령실 눈치를 보며 '채상병·김건희' 특검에 반대함에 따라, 이명박(MB)정부 당시 보수 쇄신을 주도했던 제2의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 같은 소장파의 부활은 기대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국민의힘이 '용산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끊이질 않았는데요. 수직적 당정 관계는 22대 총선 참패의 주요 원인이기도 했습니다. 초선들이 여전히 입을 다물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입틀막'(입을 틀어막는) 정치가 남은 임기 내내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습니다. 
 
22대 국회가 개원한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 걸린 축하 현수막이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국힘 초선 "선 검찰·공수처 수사"…지도부 논리 '판박이'
 
31일 본지는 22대 국회 개원에 맞춰 여야 초선 의원들에게 △한국 정치에 대한 평가 점수 △한국 정치의 가장 큰 문제점 △채상병·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찬반 △임기 단축 개헌 및 국민연금 개혁에 대한 찬반 △희망 상임위원회 △22대 국회에서 발의하고 싶은 법안 등에 관해 익명을 전제로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이중 총 32명(국민의힘 14명·민주당 18명)이 설문에 응했습니다. 설문에 답한 국민의힘 초선 14명 가운데 11명이 '채상병·김건희 특검법'에 반대 입장을 밝혔습니다. 나머지 3명은 답변을 피했습니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은 특검에 반대하는 이유로 "현재 진행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조사 결과를 우선 지켜봐야 한다"는 점을 꼽았는데요. 국민의힘 지도부의 '방어 논리'와 판박이였습니다. 한 의원은 "채 상병이 사망한 이유를 명확히 밝혀야 하는 것에는 동의한다"면서도 "기존 제도를 잘 활용해야지, 자꾸 특검만 하자고 나서는 것은 정치력 낭비"라고 지적했습니다. 
 
복수의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은 "특검이 남발되는 것 같다"면서 범야권의 주장을 정치공세로 치부했습니다. 특히 "어떤 경우에라도 특검은 여야 합의 처리가 원칙"이라고 강조했는데요. 일부 의원들은 여당 일각에서 주장한 "3여사(김건희·김정숙·김혜경) 특검을 해야 한다"고 되레 역공을 취하기도 했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와 이재명 민주당 대표 부인 김혜경씨도 특검 대상에 포함시키자는 주장입니다. 
 
국민의힘은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줄곧 '수직적 당정 관계'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고,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이뤄진 '채상병 특검법' 재표결에서도 큰 이탈표가 나오지 않는 등 민심과는 동떨어진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는 22대 국회 역시 마찬가지일 것으로 보입니다.  
 
이들은 한국 정치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협치의 실종'을 꼽았음에도, 정작 여야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는 현안에서는 당론을 따르는 쪽을 택했습니다. "민생을 생각하기보다 극단적 정쟁과 혐오로 정치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며 현주소를 짚은 것과 별개로, 당리당략과 일치된 입장을 보였습니다.  
 
 
민주당 초선 전원 "특검 찬성"…대치 정국 불가피
 
반면 설문에 응한 민주당 초선 18명은 '채상병·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민주당은 22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당론 1호 법안으로 '채상병 특검법'을 재발의했습니다. 문재인정부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윤석열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웠던 이성윤 민주당 의원은 '김건희 종합특검법'(대통령 윤석열의 배우자 김건희의 주가조작 의혹 등과 관련된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습니다. 이에 따라 22대 국회 초반부터 '특검 정국'이 불가피할 전망인데요.
 
법안 폐기 이틀 만에 부활한 채상병 특검법은 기존 특검법보다 더 세졌습니다. 윤 대통령이 기존 특검법의 거부 이유로 '민주당이 특검 추천권을 독점한다'고 들었던 점을 감안해 특검 후보 2명 중 민주당이 1명, 다른 비교섭단체인 야 6당의 합의로 1명을 추천하기로 했습니다. 야당이 추천한 특검 후보 중 1명을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한 조항은 달라지지 않았지만, 대통령이 3일 이내에 특검을 임명하지 않을 경우 연장자가 자동으로 임명되는 강제 조항도 추가했습니다. 
 
전문가들은 22대 국회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박창환 정치평론가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22대 국회는 21대 국회의 연장전"이라고 규정했습니다. 그는 "국민의힘이 지난 총선에서 참패했던 원인으로 용산출장소, 이념정당, 무능한 정책정당의 세 가지 요인을 꼽을 수 있다"면서 "여당의 변화가 필요한데 그럴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김준일 정치평론가 역시 "22대 국회는 21대보다 좀 더 격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는데요. 그는 "새롭게 발의된 채상병 특검법을 보더라도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타협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고 진단했습니다.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유일하게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기 위한 조건은 여론"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이 20% 아래로 하회하게 된다면 변화의 움직임을 예측해 볼 수 있다"고 했습니다. 
 
한편, 여야 초선 의원들이 한국 정치에 매긴 점수는 모두 60점에도 못 미쳤습니다. 민주당 초선 의원들의 평균 점수가 54.8점으로 국민의힘 평균 점수(49.6점)를 소폭 상회했다는 차이만 있었습니다. 다만 본지가 21대 국회 마지막 날 시민들을 대상으로 대면 설문조사로 얻은 37.8점보다는 월등히 높았습니다. 시민들은 단 한 사람도 50점 이상을 주지 않았던 반면, 일부 초선 의원은 70~80점의 고득점을 부과했습니다. 민심과의 괴리가 여전한 대목입니다.
 
김진양·박주용·한동인·유지웅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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