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앞바다 석유·가스 매장량 140억배럴"…삼성 시총 5배
윤 대통령, 첫 국정브리핑서 '깜짝' 발표
"연말 탐사 시추 착수…결과는 내년 상반기"
과거 경제성·안전성 등으로 번번이 실패
입력 : 2024-06-03 16:46:04 수정 : 2024-06-03 18:19:19
[뉴스토마토 박진아·윤영혜·이진하 기자] 경북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서 최대 140억배럴의 석유·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정부 공식 발표가 3일 나왔습니다. 천연가스는 최대 29년, 석유는 최대 4년 넘게 쓸 수 있는 양으로, 매장 가치는 삼성전자 현 시가총액의 5배에 달한다는 게 정부 판단입니다. 정부는 이르면 올해 연말 정확한 매장 규모와 위치를 확인하기 위한 본격적인 시추 작업에 돌입하는데요. 결과는 내년 상반기에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과거 포항 등 동해안 일대에서는 석유·가스가 자주 발견됐지만, 경제성과 안전성 등의 문제로 지속적인 개발이 이뤄지지 않아 섣부른 기대를 하기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윤 대통령 "최대 가스 29년·석유 4년치"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취임 후 첫 국정브리핑을 열고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서 막대한 양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물리탐사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습니다. 윤 대통령이 특정 현안을 주제로 직접 브리핑을 한 것은 이날이 처음인데요. 
 
이어 "우리나라는 1966년부터 해저 석유·가스전 탐사를 꾸준히 시도해 왔고, 그 결과 1990년대 후반 4500만배럴 규모의 동해 가스전을 발견해 2021년까지 상업 생산을 마쳤다"며 "우리 정부에 들어와 지난해 2월 동해 가스전 주변에 더 많은 석유·가스전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하에 세계 최고 수준의 심해 기술 평가 전문기업인 미국의 액트지오사에 물리 탐사 심층 분석을 맡겼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최근에 최대 140억배럴에 달하는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결과가 나왔고, 유수 연구기관과 전문가 검증도 거쳤다"면서 "1990년대 후반에 발견된 동해 가스전의 300배가 넘는 규모이고, 우리나라 전체가 천연가스는 최대 29년, 석유는 최대 4년을 넘게 쓸 수 있는 양이라고 판단된다"고 말했습니다. 또 "심해 광구로는 금세기 최대 석유개발사업으로 평가받는 남미 가이아나 광구의 110억배럴보다도 더 많은 탐사 자원량"이라고도 강조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오늘 산업통상자원부에 심해 석유·가스전에 대한 탐사 시추 계획을 승인했다"며 "최소 5개의 시추공을 뚫어야 하는데, 1개당 1000억원이 넘는 비용이 들어간다. 세계 최고의 에너지개발 기업들도 벌써부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알렸습니다. 이어 "사전 준비작업을 거쳐 금년 말에 첫 번째 시추공 작업에 들어가면, 내년 상반기까지는 어느 정도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국정브리핑에 함께 배석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40억배럴 정도의 막대한 양이 매장된 것으로 추정하고, 그중 4분의 3이 가스, 4분의 1이 석유로 추정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탐사 비용 자체를 말하기 어렵지만, 4500만배럴 분량의 동해 가스전을 개발하는 데 총 비용이 1조2000억원 정도 들었다"면서 "최대 매장 가능성 140억배럴 기준으로 현재 가치를 따져보면 삼성전자 총 시총의 5배 수준"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국정브리핑에 참석해 동해 석유·가스 매장과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 윤 대통령 오른쪽은 국정브리핑에 배석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탐사 시추 성공률 20%" 불과…섣부른 기대 '경계론'
 
정부는 올해 말 실질적인 탐사를 시작해 이르면 2027년 상업 시추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안 장관은 "내년 상반기 탐사 시추 결과가 나올 것으로 생각된다"며 "2027∼2028년쯤이면 공사가 시작돼 상업적 개발은 2035년 정도에 시작되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는데요. 시추에 성공할 경우 한국은 다시 산유국 지위를 갖게 됩니다.
 
앞서 정부는 1966년부터 해저 석유·가스전 탐사를 꾸준히 시도했습니다. 한국석유공사는 20년 동안 탐사 끝에 1998년 울산 남동쪽 58km 해상에서 가스전을 발견했는데요. 이어 2004년부터 동해 1·2 가스전을 개발해 2조6000억원 규모의 천연가스와 원유(초경질유)를 생산했습니다. 당시 한국은 세계에서 98번째 산유국에 올랐으나, 이들 가스전은 2021년 말 생산이 종료됐습니다. 
 
대규모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이 예상되면서 시장에서는 에너지 수급과 가격 안정에 대한 기대감이 나오고 있습니다. 다만 자료 조사 결과만으로 석유·가스 개발이 현실화한 것처럼 단정하는 것은 이르다는 지적도 함께 나오는데요. 실제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개발 성공률에 대해 "저희가 받은 자료에는 20% 정도로 나왔다"고 말했습니다. 바꿔 말하면 실패할 확률이 80%에 달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향후 진행 과정도 갈 길이 멉니다. 일반적으로 첫 탐사부터 생산까지 약 7∼10년이 걸리고, 소요 비용도 상당한데요. 과거 사례에서도 경제성과 안전성 등의 이유로 번번이 제동이 걸리면서 지속적인 개발이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섣부른 기대를 하기엔 이르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3D 자료를 통해 부존량과 규모를 심도 있게 파악해야 하며 투자 비용이 많이 들 것으로 판단한다"며 "정부 재정지원, 석유공사 해외투자수익금을 활용하고 해외 메이저 기업 투자 유치를 통해 조달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성공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지만 관계 부처와 국회의 협의를 거쳐 필요 재원을 최대한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국정브리핑에서 동해 석유·가스 매장과 관련해 발표했다. 사진은 이날 브리핑에서 공개된 유망구조 도출지역이 표기된 이미지. (사진=연합뉴스)
 
박진아·윤영혜·이진하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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