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냉전이 쏜 '탈중국'…한·미·일 '공급망 동맹' 새판짜기
'G2 갈등' 격화 속 글로벌 공급망 재편 가속화
정부, 공급망 안보 확립에 5조 기금 등 중점 지원
한·미·일 산업장관 "반도체 공급망 강화 최우선 협력"
입력 : 2024-06-27 16:52:44 수정 : 2024-06-27 19:09:15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미국·중국, 이른바 'G2(주요 2개국)' 패권 경쟁과 더불어 러시아·우크라이나 갈등 등으로 '한·미·일 대 북·중·러' 신냉전 구도가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각국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습니다. 특히 글로벌 공급망 재편 핵심이 '세계의 공장' 중국을 구심점으로 짜인 기존 무역 체제로부터의 탈피, 즉 '탈중국' 흐름이 짙어지고 있는데요. 글로벌 공급망 재편 움직임 속, 한·미·일 동맹도 본격화하며 3국의 공급망 재편 전략도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우리 정부는 경제안보 강화를 위해 5조원 규모의 공급망안정기금을 마련하고 공급망 안정화 핵심 품목과 서비스에 대한 관리 등을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또 핵심 품목의 국내 생산 기반을 확충하고, 공급망 분야 핵심 기업의 국내 복귀(리쇼어링) 지원도 확대한다는 방침입니다. 
 
정부, 경제안보 품목 300개 확대·5조 기금 투입
 
정부는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제1차 공급망안정화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공급망 안정화 추진전략'을 발표했습니다. 공급망 안정화 추진전략은 이날부터 시행된 '경제 안보를 위한 공급망 안정화 지원 기본법'(공급망 안정화법)에 따라 향후 3년간(2025~2027년)의 공급망 안정화 기본계획 수립을 위해 마련됐는데요.
 
우선 정부는 경제안보 확보를 위해 관리하는 대상 품목을 현행 200개에서 300여개로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제조업과 방산, 민생분야 품목을 경제안보 품목에 대거 추가했습니다. 다만 추가한 품목 리스트는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더불어 공급망 안정에 필수적인 물류와 사이버보안 분야는 경제안보 서비스 분야로 새로 지정했습니다. 정부는 품목과 서비스의 지정기준을 체계화해 매년 전 품목을 재검토해 갱신할 방침입니다.
 
품목과 서비스별 특성을 감안한 수급안정화 시책도 마련했습니다. 특히 특정 국가 의존도가 높고 국내생산과 대체수입이 곤란한 품목 30여개는 1급으로 지정했는데요. 1급 관리 품목에 대해서는 공급선 다양화 등 성과 목표를 설정해 수급 안정화를 꾀한다는 계획입니다.
 
더불어 공급망 기금 5조원을 확보해 오는 8월부터 가동하기로 했습니다. 정부는 경제안보 품목·서비스 안정에 기여하는 선도 사업자를 지정하고, 우선 지원대상으로 선정된 선도사업자에 대해선 우대금리 적용 등을 제공합니다. 또 핵심 산업 물자에 대한 비축도 확대하고 핵심 품목의 국내 생산 지원도 늘리기로 했습니다.
 
이와 함께 공급망 분야 핵심 기업의 국내 복귀에 대한 지원도 강화합니다. 경제안보 품목 관련 기업이 국내에 투자할 경우, 공급망 기금을 통해 파격적인 조건의 금융지원에 나선다는 방침입니다. 또 유턴기업 전반에 대한 재정지원도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차 공급망 안정화 위원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일 3국 산업장관회의 첫 개최…공급망 협력 강화
 
전 세계는 지난 2017년 미·중 무역분쟁과 코로나19 팬데믹, 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계기로 공급망 지축이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G2' 갈등이 갈수록 더 첨예해지면서 무역 규범의 패러다임도 뒤집어졌는데요. 대표적인 예가 지난 2021년 11월 '요소수 대란 사태'로, '자국 중심주의·지역화' 흐름이 더욱 짙어졌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 국가들은 '탈중국'에 무게를 두며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한국 역시 글로벌 공급망 재편 움직임에 적극 합류하며 한·미·일 동맹을 강화하는 모습인데요. 가령 지난해 8월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를 통해 한·미·일 3각 공급망 공조를 강화하기로 한 것도 그 일환입니다.
 
한·미·일 3국은 캠프 데이비드 회의에서 산업장관회의 정례화 합의에 따라 2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첫 3국 산업장관회의도 가졌는데요.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 사이토 켄 일본 경제산업상은 이날 공동 성명을 통해 "우리의 공동 목표는 3자 메커니즘을 활용해 핵심·신흥 기술의 발전을 촉진하고 3국의 경제 안보와 회복력을 강화하는 것"이라며 "반도체와 배터리 등 핵심 분야에서 공급망 회복력 강화를 위한 협력을 최우선 과제로 한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3국은 성명에서 중국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핵심·신흥 기술의 책임 있는 사용을 장려한다. 이를 활용해 세계 평화와 안보를 위협하고, 인권을 침해하려는 자들의 기술 발전을 거부하는데 인식을 공유한다"며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듯한 메시지도 담았는데요. 이어 "광범위한 비시장정책과 관행으로 인한 전략품목의 잠재적인 공급망 취약성을 파악하기 위한 긴밀한 협력이 시급하며, 전략품목의 특정 공급원에 대한 경제적 의존이 무기화되는 것에 대한 우려를 공유한다"고 꼬집었습니다.
 
이밖에 3국은 △첨단기술 수출 통제 공조 강화 △첨단산업 기술 관련 공동 연구와 혁신을 위한 민간 파트너십 증진 △국제표준 개발 및 인공지능(AI)의 안전한 사용을 위한 노력 제고 △핵심 광물 협력 확대 등도 합의했으며, 한국경제인협회·미 상공회의소·일본 게이단렌 주도의 '한·미·일 민간 경제계 협의체'도 발족했습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오른쪽)은 2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상무부에서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과 사이토 겐 일본 경제산업성 대신 등이 참석한 '제1차 한·미·일 산업장관회의'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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