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명에도 '의혹' 여전…해답은 '시추'
액트지오 고문, '유망성·경제성·신뢰성' 조목조목 반박
전문가들 "직접 시추로 입증될 때까지 논란 불가피"
입력 : 2024-06-07 16:28:27 수정 : 2024-06-07 18:40:30
[뉴스토마토 박진아·윤지혜 기자] 동해 심해 자원 탐사 컨설팅 회사인 미국 액트지오의 비토르 아브레우 고문이 7일 포항 영일만 일대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해 입을 열었습니다. 아브레우 고문은 포항 영일만 일대 석유·가스전의 유망성과 경제성 평가 근거, 액트지오와 자신을 둘러싼 전문성 의혹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반박했는데요. 그는 "이 프로젝트의 유망성은 상당히 높다"면서도 "동해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을 입증할 방법은 시추 밖에 남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시추를 해봐야 알 수 있다는 설명인데요. 여전히 '영일만 석유·가스'를 둘러싸고 각종 의혹이 잦아들고 있지 않은 가운데, 심해 자원개발의 특성을 고려할 때 확실한 근거가 추가로 확인되기 전까진 이 같은 논란은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입니다. 이에 따라 이번 프로젝트의 3대 쟁점을 둘러싼 갑론을박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입니다.
 
동해 심해 석유·가스 매장 분석을 담당한 미국 액트지오의 비토르 아브레우 고문이 7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과 관련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①'성공률 20%' 둘러싼 논란
 
정부는 이번 프로젝트의 탐사 성공률을 20%로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20%'라는 성공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도 어떻게 추정했는지 수치의 근거나 이유를 설명하진 않았는데요. 아브레우 고문은 '탐사 성공률 20%'에 대해 "굉장히 양호하고 높은 수준을 의미한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21세기 들어 발견된 최대 심해 유전으로 평가받는 가이아나 리자 프로젝트의 성공률은 16%였다고 비교 설명까지 곁들였습니다. 다만 그는 "20%의 성공 가능성은 80%의 실패 가능성도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유망구조의 존재와 가능성이 있는 여러 요소를 판별하긴 했지만, 시추를 하지 않는다면 불확실성을 모두 없애는 건 불가능하다"고 덧붙였습니다. 결국 직접 시추를 해봐야 석유·가스의 매장 여부를 실제 입증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근상 한양대 자원환경공학과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실제로 그 안에 뭐가 들어있을지, 기름이 들어있을지 물이 들어있을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매장량'이라고 표현하지 않고 '자원량'이라고 표현을 하고 있다"며 "지금 했다는 것은 석유가 있을 만한 지층을 찾았다는 것이고, 결국엔 시추를 해봐야 알 수 있다는 의미"라고 꼬집었습니다.
 
②최대 140억배럴 '경제성'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일 첫 국정브리핑에서 '최소 35억배럴에서 최대 140억배럴'의 석유·가스가 동해 심해 지역에 부존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했습니다. 하지만 최대 140억배럴의 구체적 근거는 공개된 바가 없는데요. 그저 "액트지오의 탐사 심층 분석 결과"라는 답변만 언급하면서 경제성에 대한 의구심을 키웠습니다.
 
아브레우 고문은 "추정 매장량을 판단할 때 암석 품질을 따지는데 이에 대해서도 고려했다"며 "기반암이 얼마나 튼튼하고 강력한지, 얼마만큼의 탄화수소가 트랩되어 있을 수 있는지 고려해 추정 매장량을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최대 규모 140억배럴은 암석 내에 추정 가능한 범위에서 가장 많은 공간이 있을 때"라면서도 "누적 탄화수소를 찾지 못했기 때문에 불확실성은 존재한다"고 말했습니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문제는 얼마나 많은 양이 매장돼 있느냐, 경제적으로 생산이 가능하냐가 쟁점이다"며 "결국 이것도 경제성이 있는지, 없는지 알려면 시추를 해봐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교수도 "(최소 35억~최대 140억배럴은) 추정치라고 봐야 한다"며 "시추를 했을 때 일단 있어야 하고, 그 양이 많아야 경제성이 있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③액트지오 '신뢰성'
 
아울러 아브레우 고문과 그가 설립한 액트지오에 대한 의혹도 여전합니다. 앞서 액트지오의 주소가 아브레우 고문의 자택과 동일하다는 사실이 밝혀져 액트지오의 신뢰성에 대한 의혹이 제기된 바 있는데요. 또한 액트지오는 사실상 1인 자문 기업에 불과하다는 의혹도 함께 나오면서 의구심을 더했습니다.
 
이에 대해 아브레우 고문은 액트지오의 주소는 자신의 자택이라고 인정했는데요. 그러면서 "업무에 필요한 건 컴퓨터와 소프트웨어, 카메라밖에 없다. 현재 14명의 직원을 두고 있는데 우리 팀은 뉴질랜드, 브라질, 멕시코 등 전 세계에 흩어져 있다"며 "소규모 업체가 주요 프로젝트의 분석을 담당하는 건 이 산업의 표준"이라고 설명해 회사의 규모가 문제 되지 않는 점을 피력했습니다.
 
곽원준 한국석유공사 수석위원은 액트지오에 의뢰를 한 배경과 관련해 "2021년 국내 유일의 동해 가스전 생산이 종료된 이후 심해 지역에 대한 평가를 실시하기 위해 2023년 4개 업체에 대해 경쟁 입찰을 시행했고 기술과 가격 평가 결과에 따라 액트지오사를 공정하게 선정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우리의 경우 동해 심해 지역의 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에 심해 지역의 최고 기술 전문 업체를 찾아서 기술 의뢰를 맡겼던 것"이라며 "여러 업소에 맡기지 않는 이유는 비밀 유지 때문"이라고 부연했습니다.
 
곽원준 한국석유공사 수석위원이 7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과 관련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윤지혜 기자 toyouja@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 박진아

지금 이 순간, 정확하고 깊이있는 뉴스를 전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