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모니아 혼소 효과 '미미'…첨단산업은 화석연료에 '발목'
암모니아 혼소 계획…실질적 감축효과 미미
RE100 당면과제…전력 공급 계획 변경해야
용인 반도체 산단 '탄소 배출'…경쟁력 악화
재생에너지 전환 땐 삼성전자 14조원 절감
입력 : 2024-06-13 16:45:48 수정 : 2024-06-13 17:23:15
[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정부가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로 석탄 발열량의 20%를 암모니아로 대체하는 '암모니아 혼소(혼합 연소) 20% 계획'을 내밀었지만 석탄화력발전 유지를 위한 구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암모니아 연소를 두고 '무탄소 발전'이라고 칭하고 있지만 20% 혼소에 따른 20% 감축효과 뿐, 조달과정·소비 에너지까지 고려하면 실질적 감축효과는 미미하다는 주장입니다.
 
특히 화석연료 의존으로 첨단산업 경쟁력이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합니다. 환경단체는 삼성전자가 2030년까지 100% 재생에너지 전환에 성공할 경우 14조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지난 5월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60+기후행동’ 회원이 석탄 산업 투자 철회 촉구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암모니아 혼소계획 취소해야"
 
전국탈석탄네트워크와 당진환경운동연합, 기후위기충남행동은 13일 당진 시내 일대에서 오픈 세미나를 열고 산업통상자원부, 석탄발전 사업 발전자회사에 '제11차 전력수급기본의 암모니아 혼소계획'에 대한 취소 요구를 전달했습니다.
 
김정진 당진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이날 "기후위기대응을 위해서는 온실가스 최대 단일 배출원인 석탄화력발전소를 조기 폐쇄하고 태양광과 풍력을 중심으로 하는 재생에너지로 전환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이선숙 기후위기에너지전환보령행동 대표는 석탄발전소를 가스발전으로 전환해 가스와 블루수소를 혼소하겠다는 계획을 지적하며 "기후위기 대응이나 에너지전환과는 거리가 멀다. 암모니아가 발전소 노동자의 안전뿐만 아니라 우리보령의 대기환경에도 막대한 피해를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정석환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2030년까지 석탄 발전을 종료해야만 탄소중립이 가능하다. 따라서 2050년까지 석탄발전을 수반하는 암모니아 혼소 계획은 기후위기대응 설루션이 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은 2030년 암모니아 20% 혼소를 적용해도 나머지 80%는 석탄을 그대로 활용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감축효과는 미미하다고 지적합니다. 정부 계획을 보면 2050년까지 석탄연료와 암모니아를 섞어 쓰는 혼소 방식을 담고 있습니다.
 
환경단체는 독일의 비영리 싱크탱크 클라이밋 애널리틱스(Climate Anaytics)와 릴랜드 대학교 글로벌지속가능성센터(UMD-CGS) 등의 발표 결과를 인용해 한국은 2035년까지 석탄발전을 완전히 종료해야 탄소중립이 가능하다고 강조합니다.
 
그러면서 "암모니아는 질소산화물(NOx), 황산화물(SOx)과 함께 초미세먼지의 원인물질이다. 암모니아가 완전히 연소되지 않고 불과 0.1%만 굴뚝 밖으로 배출돼도 기존 석탄화력발전소들의 미세먼지 배출량은 평균 1.5배 수준으로 증가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13일 "삼성전자가 2030년까지 사용하는 에너지를 모두 재생에너지로 전환할 경우 최대 14조4000억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공개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화석연료 의존, 첨단산업 발목
 
더 큰 문제는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오는 2026년 말 착공을 앞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경우 삼성전자 전체 글로벌 사업장의 한해 온실가스 배출량보다 더 웃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가 약 360조원을 투자해 6개 반도체 생산설비를 건설할 계획인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의 전력수요는 총 10GW(기가와트)에 이를 전망입니다. 이는 현 수도권 전력 수요 4분의 1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해당 전력수요는 화석연료 발전 위주로 충당할 계획입니다. 3GW 규모 LNG 발전소 건설을 시작으로 2026년 동해안 초고압 송전선로(HVDC) 준공과 동해안 석탄발전소 전력 가동률을 높이는 식입니다.
 
2022년 RE100에 가입한 삼성전자와 국가첨단산업이라는 점에서 전력 수급 계획이 근시안적이라는 게 기후솔루션 측의 비판입니다.
 
이날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가 공개한 '테크기업 파워게임' 보고서를 보면 동아시아 지역 13개 빅테크 기업이 2030년 100% 재생에너지 전환을 달성할 경우 190억9000만달러(한화 24조1106억원)를 절감(비용편익분석 기법 사용)할 수 있다고 분석합니다.
 
예컨대 삼성전자가 2030년 100% 재생에너지를 달성할 경우 서울시 배출량(2021년 4594만톤)의 3배를 넘긴 1억4859만톤의 온실가스 감축을 예측치로 제시했습니다. 2030년 한 해 삼성전자는 114억2000만달러(14조4000억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계산입니다.
 
리앙 동 홍콩 시립대학교 에너지환경학부 박사는 "연구 결과는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것은 기업에 비용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통념이 사실이 아님을 밝혀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며 "2030년까지 100% 재생에너지 전환에 성공하는 제조업체는 온실가스 감축으로 인한 기후대응 및 비용 절감을 통해 실질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허영 민주당 의원은 "산업단지 온실가스 감축은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주요 과제 중 하나임을 고려하면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빠른 시일 내에 통과돼야 한다"며 "산단 유휴부지를 신재생에너지 공급을 위해 활용한다면 원자력 발전소 5기에 해당하는 태양광 잠재량이 확인된 만큼, 산단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산업집적법은 공장 지붕을 활용한 태양광 등 산업단지 내 신재생에너지 보급 지원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산단 내 유휴부지 활용 땐 태양광 잠재량이 5GW에 달한다는 분석입니다. 
 
 
13일 리앙 동 홍콩 시립대학교 에너지환경학부 박사는 '테크기업 파워게임' 보고서를 통해 "2030년까지 100% 재생에너지 전환에 성공하는 제조업체는 온실가스 감축으로 인한 기후대응 및 비용 절감을 통해 실질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사진은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사업 용인 일대. (사진-뉴시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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