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 격노'가 '옷 벗을 각오'한 김계환 바꿨다
"김계환 사령관, '내가 옷 벗을 각오하고 장관께 건의드리겠다' 해"
입력 : 2024-06-21 21:14:11 수정 : 2024-06-21 22:50:30
[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은 21일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이 이첩 보류 지시가 잘못됐다고 인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습니다. 박 전 수사단장이 "김 사령관은 '내가 옷을 벗을 각오를 하고 장관님에게 건의드리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라고 증언한 겁니다.
 
박 전 수사단장은 이날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채 상병 특검법 입법 청문회'에 출석해 "수첩에 '장관님: 제가 책임지고 넘기겠다(내일)'이라는 건 김 사령관이 세번째 선택에 대한 내용을 작성했다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관련 입법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앞서 박 전 수사단장의 재판 과정에서 김 사령관 수첩 속 메모가 공개돼 논란이 됐습니다. 박 전 수사단장 측은 '(유재은) 법무관리관부터 어떤 것도 정확하게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는 문장 아래 파랗게 지워진 글씨가 "장관님: 제가 책임지고 넘기겠다(내일)"는 문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김 사령관은 '메모를 적은 건 맞지만, 자신의 생각인지 박 대령의 말을 옮긴 것인지 기억나지 않는다'라고 법정에서 밝혔습니다.
 
박 전 수사단장은 "지난해 7월31일 이첩이 보류되고 8월1일까지 김 사령관과 수사 축소 외압에 대해서 고민할때 사령관한테 이런 말을 했다"며 "해병대가 할 수 있는 일은 두가지 밖에 없다 '국방부 조사본부로 이첩하든지 계획대로 경찰로 넘겨야한다'고 말했다"고 했습니다. 이어 "해병대 사령관이 제게 이렇게 말했다. '내가 옷을 벗을 각오를 하고 장관에게 건의 드리는 방법도 있다'"고 했습니다.
 
그는 정청래 법사위원장이 "'내가 옷을 벗더라도 한 번 건의해보겠다'라는 건 이첩 보류 지시 등이 잘못됐다고 김 사령관이 인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냐"라고 묻자 "정확히는 이첩 보류가 아니라 죄명·혐의자·혐의 내용 등을 뗐을 때 이건 큰 문제가 된다, 직권 남용의 우려가 있다는 제 건의를 받아들인 것"이라고 봤습니다.
 
다시 말해, 박 전 수사단장은 이첩 보류 지시나 혐의자 축소에 대해 부당하게 생각했던 자신과 김 사령관이 같은 입장이었다고 말한 겁니다.
 
이에 정 위원장은 "김 사령관에게도 거역할 수 없는, 버틸 수 없는 어떤 압박이 왔기 때문에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본인의 서명을 뒤엎었듯, 김 사령관도 본인의 생각을 바꿨다고 추측해도 무방하냐"라고 묻자 박 전 수사단장은 "사령관도 상당히 압박을 받았다. 제 눈으로 목격했다"고 답했습니다.
 
박 전 수사단장은 또 정 위원장이 "이 전 장관이나 김 사령관이 'VIP'(윤석열 대통령) 격노 이후에 본인들의 생각을 바꾸었다고 우리가 생각할 수 있겠느냐"고 질문하자 "예 저는 그렇다"라고 답했습니다.
 
정 위원장이 김 사령관에게 "박 전 사단장의 증언에 따라 '내가 옷을 벗더라도 국방부 장관께 건의하겠다'라는 말을 한 적 있느냐"라고 묻자 김 사령관은 "나중에 밝혀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습니다.
 
정 위원장이 "그렇게 말을 했군요"라고 재차 묻자 김 사령관은 답하지 못했습니다.
 
정 위원장은 "부인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여러분께서 보고 계신다"라며 "VIP 격노 이후에 (청문회에 참석한) 여러분의 인생이 다 달라졌다. 국민이 판단하고 역사가 판단할 것"이라고 질책했습니다.
 
한편, 김 사령관은 이용민 중령(포병7대대장)의 법률대리인이 폭로한 '따로 국밥' 발언에 대해서 "그렇게 말한 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따로 국밥'이라는 단어는 평상시에 쓰는 용어가 아니다"라면서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라고 답했습니다.
 
지난 14일 이 중령의 변호인은 이 중령이 받은 인권침해 사례를 말하면서 해당 발언을 꺼냈습니다. 지난 3월5일 김 사령관이 주재한 해병대 중령급 화상회의 도중 김 사령관이 "'해병대는 하나인 줄 알았는데, 따로 국밥'이라며 '대대장이 사단장을 고발하는 조직'이라고 말했다"고 말했다는 겁니다. 변호인은 회의에 참석한 이 중령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앞서 지난해 8월22일 이 중령은 임성근 전 사단장을 업무상 과실치사 및 직권남용 혐의로 경북경찰청에 고발한 바 있습니다.
 
아울러 박 전 수사단장은 청문회 질의 중 '귀신 잡는 해병대에 자부심이 있느냐'는 정 위원장의 질문에 "뼛속 깊이 자부심이 있다"고 했습니다. 이어 "그런 자부심 때문에 고난의 길을 걷고 있다고 생각해도 되겠느냐"는 질의엔 "제가 내린 결정이 정의롭다고 생각하고, 후회 없다"고 답했습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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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근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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