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사세요…시장은 '난색'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9년 만에 M&A 시장 매물로 등장
충성 고객 확보한데다 SSM 시장 점진적 회복…MBK, 적기로 판단
온라인 시장으로 기운 무게추…"불투명성에 난관 적지 않아"
입력 : 2024-06-24 16:02:24 수정 : 2024-06-24 18:57:23
 
[뉴스토마토 김충범·이지유 기자] 홈플러스의 기업형슈퍼마켓(SSM)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최근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등장했지만 시장은 난색을 표하는 모습입니다. 오프라인 유통 업황이 이커머스 시장에 주도권을 내주며 빠른 속도로 침체된 가운데, 점포 경쟁력이 예년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지배적인 까닭입니다. SSM 시장이 점진적으로 회복하고 있고 충성도 높은 고객을 확보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만의 강점도 있지만, 이는 최근 유통 업황 부진을 상쇄할 정도의 수준은 아니라는 분석입니다.
 
MBK파트너스, 익스프레스 분할 매각 돌입
 
2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는 최근 모건스탠리를 주관사로 선정하고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매각 절차에 돌입했습니다. MBK파트너스가 희망하는 홈플러스 익스플레스의 매각 가격은 1조원 안팎 수준으로 전해집니다. 모건스탠리는 국내·외 유통 관련 잠재 후보군 10여곳을 대상으로 인수 여부를 타진하고 있다고 알려졌는데요. 
 
MBK파트너스는 지난 2015년 홈플러스를 약 7조2000억원에 인수한 바 있습니다. PEF는 기업 인수 후 5~10년 정도가 되면 경영권을 매각하는 '엑시트(투자금 회수)' 절차를 밟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MBK는 홈플러스를 인수한 이후 9년간 오프라인 유통 시장의 침체,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내방객 감소 등 여파로 고전을 면치 못하는 모습을 보며, 홈플러스를 통으로 매각하기보다는 슈퍼 사업을 분리해 매각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으로 보입니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지난해 말 기준 전국에 총 310여개 매장이 운영되고 있는데요, 이중 수도권에 업계 최고 수준인 70%가 몰려 있습니다. 특히 퀵 커머스인 '즉시배송' 서비스를 통해 특유의 충성도 높은 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것도 강점입니다. 이 서비스는 점포 반경 2~2.5㎞ 이내 거주 고객이 오후 10시 이전에 주문할 시 1시간 내외로 배송받을 수 있는데요. 전국 점포 중 약 80%에서 이 즉시배송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고물가 기조 장기화와 집밥 선호 현상으로 SSM 업황이 조금씩 회복되고 있는 부분도 MBK파트너스 입장에서는 매각하기에 적기라고 판단한 듯 보입니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주요 SSM 업체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 증가하며 지난 2016년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편의점(6%), 백화점(5.5%), 대형마트(4%)를 웃도는 수치입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은 이제 시작한 단계"라며 "다수 업체들이 관심을 보여 원활한 과정이 진행된다면, 빠르면 하반기 경 매각 윤곽이 드러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한 모델이 경기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푸른마을점'을 소개하고 있는 모습. (사진=홈플러스)
 
업황 침체에 주요 M&A 매물 많아…난관 예상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알짜 매물이긴 하지만 실제 인수 성사 단계까지는 난관이 적지 않다는 반응이 나옵니다. 우선 MBK파트너스가 인수에 나섰던 시점과 현재 유통 시장의 흐름은 너무나도 바뀌어 있습니다. 9년 전만 해도 유통 시장은 대형마트, SSM 등 오프라인 마켓 위주로 돌아갔고 이커머스가 이에 도전하는 형국이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전후해 비대면 소비가 빠르게 시장에 자리 잡고 오프라인 점포들만의 경쟁력 있는 신규 콘텐츠 발굴에 제동이 걸리면서, 유통 시장의 무게 추는 급격히 온라인으로 기울었는데요. 여기에 고물가, 고금리 기조가 더해지며 경기 침체가 가속화하는 점도 투자자 및 인수자들의 시장 참여를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아울러 시기적으로도 유리하지 않다는 분석입니다. 유통 업계에 SSG닷컴, 11번가 등 굵직한 매물들이 M&A 시장에 적지 않은 까닭인데요. 신세계그룹은 SSG닷컴의 지분 30%를 인수할 투자자를 검토 중이고, 11번가도 일찌감치 강제 매각 수순에 돌입한 상태지만 아직 이렇다 할 인수자를 찾지 못한 상황입니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경우 이들 업체와 업태가 직접적으로 겹치진 않지만 신선식품 등을 주력으로 내세운다는 점에서 일정 수준의 경쟁은 불가피합니다. 매각 이슈가 분산될 우려가 있는 것이죠.
 
최근 국내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알리익스프레스 코리아가 홈플러스나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인수에 나설 것이라는 소문이 흘러나오기도 했지만,  알리가 이번 M&A 논의에 참여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힌 점도 이 같은 흐름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입니다.
 
업계에서는 GS리테일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는데요. 이미 자사 SSM인 'GS더프레시'를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GS리테일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인수에 나선다면 점포 수 및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만큼 SSM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공고히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경우 오히려 시장에서의 점포 독과점 우려가 발생할 수 있는 점은 GS리테일 측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실제 거래가 성사될지 여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하는데요. GS리테일 관계자는 "(인수) 검토와 관련해 공식적으로 답변해 줄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했습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내수 시장이 전반적으로 위축되고 경제 활동 인구가 지속해서 감소되고 있는 상황에서 홈플러스와 같은 소매 업태는 불투명성이 커지고 있다"며 "때문에 기업들이 아직까지는 (인수에) 신중한 자세를 취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온라인 매출이 계속해서 올라가는 시점에 홈플러스의 매각 금액이 다소 높은 점은 부담 요소"라며 "(업체들이) 무리하게 인수에 참여할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다만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몸집이 무겁지만 이를 인수한다는 업체가 나온다면, 이는 아마도 기존에 홈플러스가 이미 선점하고 있는 기존 고객들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부연했습니다.
 
홈플러스 CI. (CI=홈플러스)
 
김충범·이지유 기자 acech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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