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효자' 해외점포, 동남아 사이즈 키운다
실적 부침 불구 아세안 '톱' 목표
디지털뱅크 합작·지분 투자 등 다변화
입력 : 2024-06-26 17:30:09 수정 : 2024-06-27 08:12:51
 
[뉴스토마토 민경연 기자] 국내 시중은행이 동남아시아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습니다. 국내 기업들이 다수 진출해 있어 신사업과 연계한 금융 지원이 가능하고, 디지털 금융의 강점을 살리기도 적당하기 때문입니다. 고금리 기존에 자금조달 부담이 늘면서 단기 실적 부침은 있지만 은행들은 동남아시아 중심으로 해외 사업 외형 확장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해외 순익 40% 동남아서 벌어
 
26일 금융감독원이 공개한 '국내은행의 해외점포 경영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은행 해외점포의 당기순이익은 13억3000만달러로 2022년 9억9100만달러에서 34.3%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총자산도 2031억4000만달러에서 2101억9000만달러로 늘었습니다.
 
은행들의 해외 진출은 동남아를 중심으로 이뤄졌습니다. 이미 포화상태에 다다른 국내 금융시장과 달리 동남아시아 금융시장은 성장 잠재력이 높기 때문입니다. 2023년 기준 전체 해외점포의 32.2%인 65개 점포가 동남아 8개국에 있습니다. 국가별로는 베트남 소재 점포가 20개로 가장 많습니다.
 
순이익으로는 동남아시아에서만 4억8000만달러를 벌었습니다. 인도네시아 사업에서 1억달러 넘는 적자를 냈지만, 적자 폭은 재작년 5억700만달러보다 줄었습니다. 1억달러 넘게 순이익을 냈던 미국 사업은 작년에 순이익 500만달러에 그쳤습니다.
 
동남아시아 공략 과정에서 부침을 겪기도 했습니다. 국민은행이 인수한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은 지난해 연간 당기순손실 2613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전년 동기 8021억원에 비해 규모는 감소했지만 당기순손실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은 지난해부터는 손실폭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인데요. 국민은행은 2025년 흑자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우리은행의 경우에도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조달비용 증가로 베트남법인과 캄보디아법인 등 순이익이 전년대비 역성장했습니다. 신한베트남은행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17.8% 증가한 2328억원을 기록하는 등 성장을 이어갔습니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해외 법인 9곳 모두 흑자를 달성한 가운데 인도네시아 법인은 380억원 순이익을 거두면서 지난해 해외 법인 중 가장 높은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은행권, 동남아 현지화 계속
 
은행권은 실적 부침과 무관하게 동남아시아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국민은행은 인도네시아와 캄보디아를 중심으로 디지털 중심의 시장 확대 전략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부코핀은행에서는 내달 중 차세대 IT 시스템을 구축해 디지털 기반 업무 역량을 강화할 계획입니다. 올해 초 프라삭마이크로파이낸스와 KB캄보디아은행을 합병해 KB프라삭은행을 출범하기도 했습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향후 190여개 영업 네트워크와 5000여명 영업인력을 바탕으로 비즈니스 기반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신한은행은 국내 금융사 최초로 해외에 디지털 사업 전담조직인 '퓨처 뱅크 그룹'을 신설하고 디지털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현재 베트남 현지 메신저인 잘로와 전자지갑 플랫폼 모모 등과 전략적 제휴를 통한 사업 확장을 꾀하고 있습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베트남처럼 시장지배력을 어느 정도 확보한 국가에서는 이익잉여금을 활용해 과감한 도전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우리은행의 경우 인도네시아, 베트남, 캄보디아를 중심으로 해외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올해 1분기 캄보디아에 지점 2곳, 베트남 출장소 1곳을 신설했습니다. 최근에는 베트남 지점도 신설했습니다. 우리은행은 현재 시중은행 중 가장 큰 규모의 현지 법인을 지닌 인도네시아에서 10위권 은행으로 도약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동남아 시장에 여전히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면서 "베트남·캄보디아에 카드, 인도에 캐피탈 등 비은행 계열사의 해외진출 또한 내년 중 가시화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하나은행은 지난 2019년 베트남 BIDV에 전략적 투자를 진행해 높은 수익을 얻은 바 있습니다. 향후 지속해서 지역 내 파트너를 발굴, 협업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아세안 시장 성장에 따라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업종에 추가적인 투자와 인수합병 기회를 지속 발굴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인터넷전문은행도 해외 진출에 시동을 걸고 있습니다. 카카오뱅크는 최근 인도네시아 플랫폼 업체 '그랩'과 손 잡고 슈퍼뱅크를 런칭했으며, 태국에서 가상은행 설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태국의 금융지주사 SCBX(SCB X Public Company Limited)와 컨소시엄을 구성했고, 가상은행 설립인가를 접수하겠다는 계획입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규모의 경쟁이 가능한 시중은행들은 현지법인을 직접 설립하거나 지점을 늘리는 방식으로 접근하면서 수익성 개선을 위한 자본력을 지속적으로 투입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디지털뱅크 합작 설립이나 지붙 주아와 같은 리스크를 줄이면서 현지화에 용이한 방식을 선호하기도 한다"고 말했습니다.
 
국내은행의 해외 실적이 지난해보다 확대된 13.3조원을 기록했다. 사진은 시중은행 ATM (사진=연합뉴스)
 
민경연 기자 competiti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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