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의 그늘)①고물가에 짓눌린 서민경제…소비 위축 장기화
고물가·고금리·고환율 '3고'에 민생경제 시름
지난 4년간 물가 상승률 11.6% 달해
'소득 양극화'가 '소비 양극화'로 이어져
입력 : 2024-08-01 17:06:50 수정 : 2024-08-01 19:17:08
 
[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수년간 고착화한 고물가 기조는 서민 경제에 찬바람을 몰고 왔습니다. 먹거리를 비롯해 가스·전기료 등 기본적인 생활 비용이 치솟으면서 지갑은 얇아졌고 소비 여력은 쪼그라들었습니다. 고물가와 더불어 고금리·고환율로 내수 침체의 늪이 지속되는 가운데 서민들은 씀씀이를 줄이며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 시기를 버티고 있습니다.
 
1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20년을 기준(100)으로 잡았을 때 소비자물가지수는 △2021년 102.50 △2022년 107.72 △2023년 111.59로 계속 오름세를 보였습니다. 지난 4년간의 물가 상승률은 11.6%에 달합니다.
 
높은 물가 상승 배경에는 코로나19와 전쟁이 있습니다. 2020년 세계적인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국가 간 이동 제한과 국내 '사회적 거리두기'로 경제 활동은 셧다운되다시피 했는데요. 당시 우리나라와 세계 주요국은 금리를 인하하고 유동성 공급을 통한 경기 부양에 나섰습니다. 시중에 돈이 풀리면서 물가 상승 압력은 거세졌습니다.
 
코로나19 유행이 한풀 꺾이고 2022년 4월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되면서 차츰 일상으로 돌아왔고 지난해 5월 정부는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을 선언했습니다. 위축됐던 경제 활동은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각 분야의 수요 회복세는 수급 불균형을 초래했고 여기에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발발한 전쟁은 글로벌 공급망 불안을 증폭시켰습니다. 이 시기 급격하게 오른 부동산 가격 또한 물가 상승을 부채질했습니다.
 
이런 상황은 물가 상승률에 고스란히 반영됐습니다. 지난 2022년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5.1%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시절인 1998년(7.5%) 이후 2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몰아쳤던 2008년(4.7%)보다 높은 수치입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지난해 물가 상승률은 3.6%로 오름폭이 둔화했지만, 2011년(4%) 이후 두 번째로 높았습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농축수산물 중 과실(9.6%)과 수산물(5.4%)의 오름폭이 컸으며, 설탕·아이스크림·치즈 등 가공식품(6.8%)과 외식(6%), 섬유제품(6.7%) 등 먹고 입는 것의 물가 상승률이 두드러졌습니다. 특히 전기·가스·수도는 20.2% 뛰었습니다. 서민 삶과 직결된 항목들이 크게 오르면서 살림살이는 팍팍해질 수밖에 없는 판국입니다.
 
올해 물가 상승률은 △1월 2.8% △2월 3.1% △3월 3.1% △4월 2.9% △5월 2.7% △6월 2.4%로 2~3%대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완화적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이 수요 견인 인플레이션을 야기했다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비용 인상 인플레이션이 가미되면서 지난 2022년 '초인플레이션' 현상이 빚어졌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세계 각국이 다시 고금리를 도입하면서 세계 경제는 고물가, 고금리에 따른 역습으로 경기 불황 중에도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에 높이게 됐다"며 "고물가에 취약한 저소득층은 소득이 감소하거나 물가 상승분만큼 소득이 오르지 못하면서 '소득의 양극화'를 불러왔고, 이는 '소비의 양극화'로 이어졌다"고 강조했습니다.
 
소비 여력 감소…내수 회복은 '요원'
 
이렇다 보니 내수 시장의 회복은 더뎌지고 있습니다. 소득이 물가를 따라가지 못하는 데다 앞으로 물가가 계속 오를 것으로 보는 소비자 심리가 우세한 만큼 소비 위축 개선 여지가 크지 않기 때문입니다.
 
경제 전반에 대한 소비자 인식을 나타내는 한국은행의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100을 밑돌던 소비자심리지수는 올해 2월 101.9까지 상승했다가 5월 98.4로 하락했습니다. 6월 100.9로 다시 상승했고, 지난달 2.7포인트 오른 103.6을 기록했습니다.
 
소비자심리지수가 100보다 크면 낙관적으로, 100보다 작으면 비관적으로 경제 전반을 보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지난달의 지수 상승은 여행객이 늘어나는 휴가철과 맞물린 계절적 요인 영향도 있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최근 두 달 연속 소비자심리지수가 오름세를 보였지만 연말까지 이 흐름이 이어질지 미지수입니다.
 
서울 시내의 한 마트에서 소비자가 사과를 고르고 있다. (사진=뉴시스)
 
더욱이 소비자심리지수를 구성하는 지수 중 가계 재정상황에 대한 인식을 엿볼 수 있는 현재생활형편, 생활형편전망은 지난달 기준 각각 91, 95로 여전히 100을 밑돌았습니다. 현재경기판단(77)과 향후경기전망(84)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반대로 물가수준전망지수는 144로 100을 크게 웃돌았습니다.
 
따라서 소비 회복 단계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이 나옵니다. 높은 가계 부채와 이로 인한 이자 부담이 지속돼 소비 여력 상승을 전망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 배경에는 매섭게 오른 집값이 있습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고물가 수준에 비하면 소비가 유의미하게 늘지 않았다"며 "특히 집값 급등으로 주거비 지출이 늘었고, 내 집 마련을 위해 대출을 받은 사람들은 이자를 내느라 다른 곳에 소비를 늘릴 여유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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