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빠진 여야의정 협의체…출발부터 '난항'
여야 '의료계 동참' 노력에도…대통령실 "내년 증원 유예 불가능"
입력 : 2024-09-09 16:51:15 수정 : 2024-09-09 16:51:15
우원식(가운데) 국회의장과 추경호(왼쪽) 국민의힘,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가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 앞서 기념촬영을 한 뒤 자리에 앉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정치권이 9일 의정 갈등의 해결을 위해 여야의정(여당·야당·의료계·정부) 협의체 구성에 나섰지만, 출발부터 난항에 빠졌습니다. 협의체의 한 축인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의 전제조건으로 2025·2026학년도 의대 증원 백지화를 요구한 상황에서 대통령실은 2025학년도 증원 유예는 불가능하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못 박았습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우원식 국회의장 주재로 비공개 회동을 하고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과 운영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이들은 이번 회동에서 의료계가 협의체에 참여하도록 공동으로 노력하고 요구하기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이어 추석 전 출범을 목표로 각 주체별로 3~4명이 참여하는 규모의 협의체를 꾸리는 안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이날 결과적으로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에는 이르지 못했습니다. 의료계에서 2025·2026학년도 의대 증원 계획을 백지화하고 2027년 정원부터 다시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에 선을 긋고 있기 때문입니다. 응급실 현장을 정상화시키려면 전공의 복귀가 가장 중요하고 증원 논의는 최소 2년 이상 시간이 걸리는 만큼 2027학년도 정원부터 논의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에 대해 박찬대 원내대표는 회동 직후 "정부가 의료계를 협의 테이블로 데려올 수 있는 진정성 있는, 설득력 있는 제안이 필요하다"고 주문했습니다. 같은 날 이재명 대표도 최고위원회의에서 "여야의정 협의체는 의사가 병원에 복귀할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맞춰 유연하고 폭넓은 논의를 벌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정부가 의대 증원에 대해 유연하게 대응하지 않고선 협의체 논의가 겉돌 수밖에 없다는 지적입니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여전히 의대 증원 계획을 원안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의대 정원 증원 시기를 둘러싸고 대통령실과 의료계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는 겁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2025년 의대 정원 유예는 현실적으로 어렵고 불가능하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오늘부터 이미 (대입) 수시 접수가 시작됐고, 교육부에서도 대입 혼란을 야기할 수 있어 유예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낸 바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이 관계자는 "2026년 이후 의대 정원 규모는 의료계가 과학적 근거 갖춘 합리적인 의견을 내놓는다면 숫자에 구애받지 않고, 열린 마음으로 논의하겠다"고 전했습니다.
 
아울러 대통령실 관계자는 의료계와 여야 일각에서 제기된 보건복지부 장·차관 경질 요구에 대해선 "의료 개혁이 한창인 중에 개혁 책임을 맡고 있는 장·차관을 교체하는 건 생각할 수 없는 일"이라며 일축했습니다. 이어 "인사권은 대통령 고유의 권한"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추석을 앞두고 체불임금과 민생 물가, 응급의료체계 점검에 만전을 기해달라"라고 지시했습니다. 정부는 추석을 앞두고 응급실 상황과 관련해 특별대책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의료진을 격려할 예정입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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