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물가 불안에 금리인하 고민
7월 소비자물가동향 0.2%p 소폭 상승
미중 등 '금리인하' 예고한 글로벌 시장
한 달 새 가계부채 7조↑…고심 빠진 한은
입력 : 2024-08-02 17:09:49 수정 : 2024-08-02 19:04:12
공미숙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이 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4년 7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발표하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4.13(2020=100)로 1년 전보다 2.6%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진하 기자]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6%로 전월보다 소폭 올랐습니다. 5개월째 2%대를 유지하면서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어 시장에선 기준금리 인하에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데요. 특히 미국과 중국 등이 기준 금리인하에 시동을 걸면서 한국은행도 피벗(통화정책 전환)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다만 딜레마도 적지 않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최근 부동산 거래가 늘어나면서 가계대출이 한 달 새 크게 증가했다는 점입니다. 또 기상악화로 인한 농·축·수산물의 가격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등 불안정한 물가와 중동 국가 간 갈등이 심화되면서 유가마저 불안해진 상황입니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의 고민이 깊어질 전망입니다. 
 
한 달 새 소비자물가 0.2%p 상승…석유류 '큰 폭 ↑'
 
2일 기획재정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년 전보다 2.6% 오르며 전월 대비 상승 폭이 0.2%포인트 커졌습니다. 지난해 연간 3.6%를 보였던 소비자물가지수가 올해 4월 2.9%로 내려온 후 5월 2.7%에서 점차 감소세를 이어갔으나, 다시 오름세를 보이면서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기재부는 물가 반등의 원인으로 7월 들어 집중호우 등 기상악화로 농산물이 전월 대비 0.9% 상승했고, 전년 동월 대비 9.0% 상승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국제유가상승 등으로 석유류도 전월 대비와 전년 동월 대비 각각 3.3%, 8.4% 상승했습니다. 
 
이에 따라 7월 농축수산물 물가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5.5%로 나타났습니다. 다만 배는 154.6%, 사과는 39.6%, 상추 19.9% 등 개별 품목 물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더불어 높은 유가에 따라 휘발유는 7.9%, 경유는 10.5%의 물가상승률을 보였습니다. 
 
반면 변동성이 높은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전체 물가지수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상승률을 보였는데요.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는 전월 대비 0.3%, 전년 동월 대비 2.2% 각각 상승했습니다.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도 같은 기간 각각 2.1%, 0.1% 올랐습니다. 
 
김범석 기획재정부 1차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날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열고 "7월 소비자물가가 집중호우, 국제유가 영향 등으로 2.6% 상승했지만 4개월 연속 2%대를 유지하고 근원물가도 2.2% 상승하면서 물가 안정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금리인하' 예고한 미…가계부채에 한은 '고심'
 
시장의 관심은 금리 인하 여부에 쏠리고 있습니다. 최근 일본이 단기 정책금리를 올리면서 역피벗에 나섰고, 유럽중앙은행(ECB)과 중국, 영국, 캐나다 등에서는 선제적으로 금리인하에 나서면서 글로벌 통화정책의 변곡점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중앙은행(Fed)이 9월 기준금리 인하를 강하게 시사했습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물가가 안정되고, 고용이 둔화하고 있는 것을 강조하면서 기준금리 인하 경로를 명확히 했습니다. 
 
이런 흐름 속에 한국은행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내수가 여전히 부진에 빠져있고, 물가도 불안정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데요. 최근에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면서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지난달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주요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7조원 넘게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동안 금융당국은 은행을 압박하며 가계대출 금리를 인상해 대응해 왔지만, 최근 집값 상승 기대감에 따른 대출 수요가 폭증하면서 39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났습니다. 
 
유상대 한은 부총재는 지난 1일 한은은 'FOMC 관련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물가와 경기 상황에 따라 (글로벌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차별화가 뚜렷해질 것"이라며 "한국엔 수도권 중심의 주택 가격 상승, 가계부채 증가세,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 등 금융안정 리스크가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5달 연속 2%대를 보인 물가 상승률과 내수 부진 등 경기를 고려하면 금리를 인하해야 하지만, 늘어난 가계부채 등 금융불안 때문에 쉽지 않다는 것이 현재 한은의 입장으로 풀이됩니다. 이에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공급대책을 검토하고 있다"며 "이달 15일 이전에 정부 합동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했습니다.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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