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어진 'R의 공포'…세계 경제 '블랙홀'
'블랙 먼데이' 아시아 증시 줄줄이 폭락
미 경기침체 신호에 중동발 위기 고조까지
정부 "필요시 컨틴전시 플랜 따라 긴밀 대응"
입력 : 2024-08-05 17:03:38 수정 : 2024-08-05 17:03:38
[뉴스토마토 박진아·박주용 기자] 미국발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가 세계 경제를 강타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연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며 샴페인을 터뜨리던 글로벌 증시가 '미국발 경기침체 공포'에 떨고 있는 모습인데요.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 증시는 'R의 공포'에 하락세를 피하지 못하면서 요동쳤습니다. 여기에 이란의 보복 공격과 이스라엘의 맞불 대응 예고에 5차 중동 전쟁 위기까지 고조되면서 세계 경제의 변동성은 더욱 확대된 양상인데요. 짙어진 'R의 공포'와 중동 지정학적 불확실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한국 경제의 경계심도 한층 짙어졌습니다. 정부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예의주시하면서 필요할 경우 상황별 대응계획(컨틴전시 플랜)에 따라 긴밀하게 대응한다는 방침입니다.
 
아시아 증시 패닉…코스피·코스닥 '서킷 브레이커'
 
미국발 경기침체 공포 여파로 미 증시 등이 폭락했던 '블랙 프라이데이' 이후 첫 거래일인 5일 국내 증시를 비롯해 아시아 증시는 개장 초부터 무너지면서 '블랙 먼데이'를 기록했습니다. 실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8.78% 하락한 2441.31, 코스닥 지수는 11.30% 떨어진 691.24로 장을 마감했는데요. 장중 코스피와 코스닥이 각각 10%, 13% 넘게 급락하는 등 투자심리가 급속도로 냉각되면서 시장 거래를 일시 중단하는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 20분간 거래가 중단되기도 했습니다. 국내 증시에서 서킷 브레이커 발동은 지난 2020년 3월19일 이후 4년5개월 만입니다.
 
아시아 증시도 줄줄이 무너졌습니다. 이날 일본 닛케이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2.40% 폭락하며 3만1458.42를 기록했는데, 이 같은 하락 폭은 3836포인트까지 밀렸던 1987년 10월20일 '블랙 먼데이'를 뛰어넘는 수준입니다. 일본 종합주가지수인 토픽스 또한 전 거래일 대비 12% 넘게 하락 마감하면서 1987년 이래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는데요. 장중 오사카증권거래소는 서킷 브레이커를 발동하기도 했습니다. 대만 가권지수도 전 거래일 대비 8.35% 하락한 1만9830.88로 장을 마감하면서 낙폭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앞서 미국 증시 역시 'R의 공포'에 직격탄을 맞았는데요.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나스닥지수는 2.43% 급락했고, 다우지수와 S&P500지수도 각각 1.51%, 1.84%씩 떨어졌습니다. 특히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의 변동성지수(VIX)는 23.39까지 급등했는데, 지난해 3월 이후 1년4개월여 만에 가장 높게 치솟았습니다. 'R의 공포'는 외환·원자재·가상화폐 시장에도 줄줄이 폭격을 가했습니다.
 
글로벌 증시를 비롯해 세계 경제가 휘청이는 것은 지난주 발표된 7월 미국 고용·제조업 지표가 미 경기 침체 우려를 키우면서 영향을 미쳤습니다. 여기에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 부진까지 겹치면서 '패닉 셀링(투매)'이 쏟아졌는데요. 특히 시장에서는 미국 고용시장이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전망보다 더 빨리 냉각되고 있다고 판단,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9월 금리 인하' 발언을 경기침체 신호로 해석하면서 우려가 커졌습니다.
 
실제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이날 내년 미국이 경기 침체에 빠질 가능성을 15%에서 25%로 높였고, JP모건·씨티그룹 등은 고용 냉각이 경기 전반으로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연준이 올해 세 차례 남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모두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코스피가 전 거래일보다 234.64포인트(8.77%) 하락한 2441.55에 장을 마친 5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5차 중동 전쟁' 일촉즉발…세계 경제 불확실성 ↑
 
여기에 중동 정세 역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높였는데요. 하마스 최고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 암살을 둘러싸고 이란과 이스라엘의 정면충돌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중동 전역이 전쟁의 불길에 싸일 우려가 점차 커지는 모습입니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란은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 공격으로 "전쟁이 발생해도 상관없다"며 강경한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스라엘도 예방전쟁을 내세워 레바논은 물론, 이란에 대해서도 선제공격을 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습니다. 실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우리를 겨냥한 어떠한 공격이든 무거운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미국이 조 바이든 대통령 주재로 국가안보보장회의를 긴급 소집하는 등 중동 내 확전을 막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지만 이란은 물론, 이스라엘에 대한 중재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국지전 차원에서 (이란과 이스라엘의) 확전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며 "더군다나 이스라엘이 전혀 바이든 정부의 통제를 받고 있지 않다. 미국 대선을 앞둔 바이든 정부 입장에선 (이스라엘이) 최악의 파트너가 돼버렸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같은 미국발 경기침체 공포와 중동 정세의 불안함은 한국 경제에도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데요. 오정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아시아 경제가 대부분 대미 수출 비중이 높아서 미국 경제가 성장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부터 한국 등 아시아 증시가 폭락하고 있다"며 "중동 정세 역시 악화하면서 결과적으로 국제유가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한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정부는 대외 불확실성 확대를 예의주시하면서 긴밀한 관계기관 공조로 대응한다는 방침인데요.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기재부 확대간부회의에서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 등 불확실성이 여전히 상존하고 있고, 미국의 경기둔화 우려 부각 등으로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다"고 평가하면서 "관계기관과 함께 높은 경계심을 갖고 24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유지해 달라. 필요시 컨틴전시 플랜에 따라 긴밀히 공조·대응해 달라"고 지시했습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4일(현지시간) 예루살렘 인근에서 열린 시오니즘 지도자 제브 자보틴스키의 추모식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진아·박주용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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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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