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화재 공포…건설업계 대책 마련 '분주'
전기차, 주차·충전 중 화재 '운행 중' 다음으로 많아
건설업계,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전기차 화재 진압' 시스템 도입
전기차 전용 '방화구획' 지정 필수
입력 : 2024-08-06 16:03:43 수정 : 2024-08-06 18:26:16
 
[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지난 1일 인천 서구 청라동의 한 아파트 단지 지하주차장에서 주차된 전기차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해 전기차 화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역대급 전기차 화재 발생에 자동차업계부터 배터리업계까지 대책 마련에 분주한 가운데 건설사들도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전기차 화재를 예방하거나 진압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아파트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를 막기 위해서 강화된 전기차 전용 방화구획을 설정하는 등 기존과는 다른 건축 방식 적용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또 건설업계뿐 아니라 정부 관계기관, 학계, 자동차, 배터리업계가 머리를 모아 보다 강력한 규제책을 함께 마련할 것을 건의하고 있습니다.
 
전기차, 멈춰 있는 '주차·충전' 중 화재도 많아
 
6일 인천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일 오전 6시 8분경 인천 청라국제신도시의 1580여가구 규모 아파트 단지 지하주차장에 주차된 메르세데스 벤츠 EQE 350 차량에서 발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불은 주차된 인근 차량으로 옮겨붙으며 커졌고 화재 진화에만 약 8시간이 걸렸습니다. 약 5개 동의 아파트 주민들은 지금까지도 화재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데요. 이에 전기차 화재에 대한 경각심은 그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입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 동안 전기차 화재 건수는 증가하고 있습니다. 2021년 24건을 기록했던 전기차 화재는 이듬해 43건으로 증가했고, 지난해에는 72건까지 늘었습니다. 단, 전기차 화재로 인한 사망사고는 아직 없습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전기차 화재는 주로 운행 중에 많이 발생했습니다. 3년간 보고된 139건의 전기차 화재 중 운행 중 화재는 68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주차 중(36건), 충전 중(26건), 정차 중(5건)이 뒤를 이었습니다. 
 
건설업계는 전기차가 멈춰 있어야 하는 주차 혹은 충전 중에도 다수의 화재 사례가 보고된 만큼, 아파트 단지 지하주차장에서 전기차 화재를 예방하기 위한 각종 시스템 도입에 분주합니다.
 
아파트 '주차장 전기차 화재' 대책 마련 분주
 
대형 건설사 중에서는 DL이앤씨가 가장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DL이앤씨는 지난 4월 세계 최초로 '건물용 전기차 화재진압 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 화재가 발생하면 차량 위치로 진압 장비를 이동시킨 뒤, 배터리팩에 구멍을 뚫고 물을 분사해 빠르게 진화하는 시스템입니다.
 
DL이앤씨가 개발한 건물용 전기차 화재진압 시스템 모습. (사진=DL이앤씨)
 
DL이앤씨 관계자는 "건물용 전기차 화재진압 시스템은 DL이앤씨와 탱크테크가 건축물 내 고객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민한 끝에 탄생한 혁신 기술"이라며 "전기차 화재에 대한 사회적인 불안감을 크게 해소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말 수주한 '래미안 우너 마제스티' 단지에 전기차 주차구역 후면과 양 측면을 방화 벽체로 시공한 바 있습니다. 또 오는 10일 시공사 선정 총회가 있는 '래미안 자이 더 아르케'에는 전기차 화재 발생 시 상향식 스프링클러를 작동시켜 신속한 화재 대응이 가능하도록 설계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외에도 10월 분양하는 '래미안 송도역 센트리폴'에는 전기차 전용 소방설비를 추가하고 전기차 하부 관통형 화재진압장비도 제공합니다.
 
현대건설은 전기차 화재 특성을 고려한 설계 가이드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전기차 충전 공간에 블록벽을 구획하고 연소 중인 차량을 덮어 산소를 차단하는 질식소화포를 전기차 충전소가 있는 층에 제공하고 있습니다. 
 
대우건설은 전기차 화재를 대비하기 위해 지하주차장 설계 기준을 정립하는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특히 3면 내화구조 적용, 스프링쿨러 기능 상향, 6면을 바라볼 수 있는 CCTV, 열적외선 카메라 사용,  물막이판 설치, 방수기구함(질식소화포) 배치 등에 힘쓰고 있습니다.
 
GS건설도 소방법이나 가이드라인에 따라 전기차 화재 진압 시스템에 대해 연구 개발을 진행 중입니다.
 
경찰과 소방 등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2일 오전 인천 서구 청라동 아파트 지하주차장 화재 현장에서 화재 원인을 찾기 위한 합동 감식을 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강화된 전기 전용 방화구획 필요
 
전문가들은 아파트 지하주차장 등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전기차 화재 방지를 위해 강화된 전기차 전용 방화구획의 설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합니다. 
 
고영철 AA아키그룹 하이테크부문 실장은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는 화염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건축물의 특정 부분과 다른 부분을 내화구조로 된 바닥, 벽 또는 갑종 방화문으로 구획하는 방화구획이라는 게 존재한다"며 "이 방화구획을 전기차 전용으로 별도로 구획할 필요가 있다. 그 구획에 화재 발생 시 빠르게 대응이 가능한 스프링클러 등의 수처리 시설을 충분히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화재진압에 사용된 스프링클러에서 나온 물을 처리하는 사후 수처리 기술도 함께 도입돼야 한다"며 "전기차 화재는 일반적인 화재와 다르다는 인식 확산이 중요하다. 건설·건축업계뿐 아니라 정부 관계 기관, 학계, 자동차·배터리 업계 등이 머리를 맞대 더욱 강화된 전기차 화재 관련 규제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송정은 기자 johnnys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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