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미정산금에 파산 직전"…셀러들 '울분'
판매자 모였지만…대부분 '낙인' 두려워 공개 꺼려
"정부 대출 지원은 빚으로 빚 메우는 꼴"
"세제 지원 등 추가 대책 강구해달라"
입력 : 2024-08-06 17:08:21 수정 : 2024-08-07 10:30:58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티메프 사태 피해 판매업체 긴급 간담회'에서 판매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성은 기자)
 
[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대표를 믿고 따라와 준 임직원에게 해고를 말해야 하는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티몬과 위메프로부터 판매대금을 정산받지 못한 한 중소기업 대표의 하소연입니다.
 
큐텐그룹 산하 이커머스 계열사 티몬·위메프(티메프)를 통해 물건을 판매했음에도 그에 대한 대금을 받지 못한 판매들이 뭉쳐 본격적인 대응에 나섰습니다. 현재 티메프에서 물건을 구매한 소비자들에 대한 환불이 이뤄지고 있는 반면 판매자들이 받아야 할 대금 정산은 요원한 상황인데요. 미정산 대금이 1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피해 대상이 중소기업 또는 소상공인인 데다 정부의 대책마저 아직 작동하고 있지 않아 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티메프 피해 판매자 100여명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비상대책위원회 발족식을 열었습니다. 이들은 구영배 큐텐 대표 등에 이번 사태의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철저한 조사를 요구하는 동시에 관리 감독에 소홀했던 당국을 규탄하는 목소리를 냈습니다.
 
20년 동안 사업체를 운영해 왔다는 판매자 A 씨는 "(티메프 측) MD와 회사가 온갖 쿠폰과 회유성 발언으로 매출을 뽑도록 만들어 놓고 느닷없이 5월분 판매대금부터 나오지 않는다는 말이 나왔고, 순식간에 3개월 치 대금이 묶였다"며 "처음에는 큰 기업인데 돈이 나오겠지 하고 기다렸으나 담당자는 정산금 지급이 안 된다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말했습니다.
 
신정권 티메프 피해 판매자 비대위원장은 "저희 6만 판매자들은 엄청난 피해로 고통받고 있다. 파산과 회생을 고려하는 판매자들의 피해뿐만 아니라 저희와 거래하는 납품업체, 은행, 택배 업체 등 여러 회사의 연쇄적인 피해가 예상된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피해는 커질 것이며, 그 후유증 또한 대한민국 경제 전체에 영향을 줄 만한 큰 규모라고 본다"고 했습니다. 이어 "다시 이번 같은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많은 분들의 관심과 더불어 정부의 신속하고 과감한 지원대책 마련을 촉구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피해 더 커질 것…신속한 정부 지원 필요"
 
발족식에 이어 장철민·이정문·오기형 민주당 의원이 공동 주최한 '티메프 사태 피해 판매업체 긴급 간담회'에서는 피해 판매자와 중소벤처기업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 등 정부 관계자들이 참석했습니다.
 
피해 판매자들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설명하며 정부 관계자를 향해 질문과 요청사항을 쏟아냈습니다. 특히 정부가 피해 기업을 위해 마련한 총 5600억원 규모의 대출 프로그램 관련 물음이 많았는데요. 적용 이율 인하와 대출 한도 상향 여부, 대출 프로그램 실행 시기 등이 공통된 부분입니다. 당장 거래처에 상품값을 치르고 직원들에게 임금을 줘야 하는 판국에 티메프로부터 판매대금을 받기는 어렵고 정부가 발표한 대출 프로그램도 실행되고 있지 않아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는 것입니다.
 
피해 판매자 B 씨는 "저희 같은 유통기업은 하루만 대금 결제가 밀려도 엄청난 신용 타격을 입는다. 이전부터 기업당 얼마를 대출해 준다는 얘기가 나왔는데 막상 당국에 문의하면 아직 지침이 내려오지 않았다는 답변만 돌아와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등에서 3.4~3.5%의 금리에 대출을 해주는 것으로 안다. 이 금리가 저렴한 편이긴 하나 좀 더 저금리에 이용할 수 있는 대책을 세워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러면서 "대부분이 열심히 택배 포장하며 500원, 1000원 모아 기업을 일군 유통업자"라며 "매출이 다 드러나는 온라인 플랫폼 판매 특성상 탈세를 하지 않고 세금도 잘 내왔다. 가능하면 이번 피해금액에 대한 일정 부분 세제 혜택 대책을 강구해달라"고 했습니다.
 
티메프 피해 판매자들이 구영배 큐텐 대표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는 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김성은 기자)
 
정부 대출 지원의 경우 티메프로부터 받지 못한 대금을 일시적으로 마련할 수 있는 창구일 뿐 결국 이자까지 붙여 갚아야 하는 돈이라는 점에서 판매자들은 울분을 터뜨렸습니다. 이에 정부가 채권을 매입한 뒤 티메프 측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안을 재차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판매대금 미정산으로 판매자들은 회사 직원들을 내보내고 파산 위기에 몰린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얼굴을 드러내고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피해 업체 낙인이 찍히는 순간 사업 지속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얼굴 공개를 꺼린 판매자 C 씨는 "다른 거래처와의 관계가 유지돼야 앞으로의 사업을 도모할 수 있다"며 "그동안 성실하게 일한 대가가 빚쟁이라는 것이 억울하다"고 울먹였습니다.
 
20억원의 대금을 못 받았다는 D 씨는 "이번 사태 초기에 해당 플랫폼에서 물건을 계속 팔아도 되는지 고민이 돼 금융감독원에 문의했으나 소관이 아니라는 얘기만 들었다"며 "의사결정을 못 내리고 일주일 정도 더 판매하면서 피해액은 늘었다. 앞으로 이런 문제가 재발되지 않도록 이커머스에 대한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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