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적률 상향' 빗장 푼 정부…'그린벨트'까지 전면 해제
수도권 42만7000호 공급…그린벨트 해제로만 8만호
'재건축·재개발 촉진법' 추진…정비사업 속도 높인다
공공 신축매입 공급 확대…빌라 등 비아파트 정상화
입력 : 2024-08-08 17:18:48 수정 : 2024-08-08 18:17:27
[뉴스토마토 박진아·이진하 기자] 정부가 8일 집값 안정을 위해 오는 2030년까지 42만7000가구를 공급한다고 밝혔습니다. 당초 계획보다 21만호 주택을 추가로 공급해 최근 치솟는 집값을 안정화하겠다는 계획인데요. 정부는 우선 지난 2012년 이후 처음으로 '서울 그린벨트'를 풀어 주택용지로 공급하기로 했습니다. 또 현재 10년 이상 걸리는 재건축·재개발은 복잡한 절차를 통합하는 새로운 법을 제정해 사업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키기로 했습니다. 더불어 과도한 조합원 부담과 미실현이익 과세로 논란이 되고 있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는 폐지를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시장에 양질의 주택이 꾸준히 대량 공급된다는 시그널을 주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습니다. 문제는 공급 확대와 규제 완화로 이뤄진 이번 대책은 대다수 장기적 정책들로 이뤄졌다는 점입니다. 때문에 이 같은 대책이 당장 집값 안정과 시장 정상화에 얼마나 기여할지 미지수인데요. 전문가들 역시 당장 시장 안정에 영향을 주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의견이 우세합니다.
 
"6년간 수도권에 42.7만호 이상"…대규모 공급 투하
 
정부는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부동산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최 부총리는 "주택 공급에 대한 우려와 금리 인하 기대 등으로 최근 서울 중심으로 집값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다"며 "향후 6년간 서울과 수도권에 총 42만7000가구 이상의 주택과 신규 택지를 공급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우선 정부는 수도권 내 그린벨트를 해제해 올해와 내년 각각 5만가구, 3만가구 등 총 8만가구 규모의 신규 택지를 발굴할 방침인데요. 세부 대상지는 오는 11월 발표 예정으로, 당장 오는 13일부터 서울 그린벨트 전역과 인접 수도권 지역 모두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입니다. 정부가 대규모 그린벨트를 해제에 나서는 건 이명박정부 당시인 지난 2012년 서울 서초구 내곡동, 강남구 세곡동 해제 이후 약 12년 만입니다.
 
아울러 정부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내 사업 절차 부분만 따로 떼어내 이른바 '정비사업 촉진 특례법'을 제정, 재건축·재개발 사업 속도를 높이기로 했습니다. 앞서 지난 '1·10 대책'에서 30년 이상 노후 단지에 대해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을 허용하는 등 '재건축 패스트트랙'을 위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과 별개로 특례법을 만들어 사업 절차와 수익성 제고 등 부족한 부분을 지원하겠다는 구상인데요. 
 
정부는 조만간 특례법 제정안을 발의해 3년 한시로 정비사업의 최대 용적률을 법적 상한 기준에서 30%포인트 올려준다는 방침입니다. 이에 따라 3종 일반주거지역의 경우 일반 정비사업은 현행 최대 300%인 용적률을 330%까지 늘릴 수 있고, 역세권 정비사업 지구는 360%인 허용 용적률을 390%까지 높일 수 있습니다. 다만 강남3구·용산구 등 규제지역은 대상에서 배제되며, 용적률 혜택을 노려 사업을 되돌리는 것을 막기 위해 대책 발표일 이전에 이미 사업계획인가를 신청한 곳도 제외할 방침입니다.
 
정비사업 절차도 대폭 간소화됩니다. 정부는 정비사업 기본계획과 정비계획의 통합 처리를 허용하고, 조합 설립 후 단계적으로 해야 했던 사업시행계획과 관리처분계획도 동시 수립을 허용하기로 했습니다. 더불어 재건축 부담금은 공식적으로 폐지를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주택시장 안정이라는 제도 도입 취지와 달리 주민 부담이 커지고, 주택공급 위축 등 부작용이 크다는 판단이 작용했는데요. 이번 방침으로 문재인정부의 규제 대못을 뽑은 셈입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관계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기재부)
 
'최소 10년' 장기 프로젝트…"급한 불 못 끈다"
 
빌라 등 비아파트 시장에 대한 정상화도 추진합니다. 정부는 서울의 비아파트 공급 상황이 정상화될 때까지 신규 주택 물량을 무제한적으로 사들여 전월세 시장에 공급할 방침인데요. 2025년까지 수도권에 총 11만가구+알파(α) 규모의 공공 신축 물량을 매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밖에 세제·청약 등 맞춤형 지원을 통해 비아파트에 대한 공급과 수요를 촉진합니다. 대표적으로 주택신축판매업자가 신축 목적으로 주택을 구입하면 현행 12%인 취득세 중과세율을 일반세율(1~3%)로 완화해 주기로 했습니다. 또 1가구(비아파트 제외)만이라도 등록이 가능한 '6년 단기 등록임대'를 도입하며, 향후 2년간 준공된 신축 소형주택과 임대주택으로 등록한 기축 소형주택의 경우 세제 산정 시 주택 수에서 제외해 주는 세제혜택 적용 기간 역시 2027년까지 늘리기로 했습니다.
 
문제는 정부의 이러한 공급 확대와 규제 완화에도 집값 안정과 시장 안정화에 기여할지 미지수라는 점인데요. 특히 신규 택지의 경우 후보지 발표 이후 실제 입주까지 최소 10년 이상 걸리는 장기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당장 들썩이는 집값을 잡을 수 있을지 미지수입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오늘 발표 내용은 주로 장기적 대책이기 때문에 시장 안정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은 신규 주택에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재고주택, 즉 기존 주택을 늘리는 방안을 찾아야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도 "아파트 재건축·재개발 절차 간소화, 용적률 확대 등 공급 확대 측면에선 중장기적으로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정책 시차가 있기 때문에 이런 중장기 정책들이 당장 시장 영향으로 나타나진 않는다"고 꼬집었습니다.
 
정부가 비아파트 시장을 정상화해 적기에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 구상을 담은 '국민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발표한 8일 오후 서울 시내 빌라 등 주거단지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박진아·이진하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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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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