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SK온, 대규모 적자에 희망퇴직 카드…재무개선 가능할까
2분기 4601억원 영업적자…11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상반기 총차입금 21조원…2021년 대비 4배 이상 증가
첫 희망퇴직 효과 및 실효성 '미지수' 평가 높아
입력 : 2024-10-04 06:00:00 수정 : 2024-10-04 06:00:00
이 기사는 2024년 09월 30일 16:23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SK온이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을 실시한다. 최근 11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SK온은 기술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대규모 투자 지속으로 재무구조가 악화된 상황이다. 이번 희망퇴직은 이를 해결하기 위한 일환으로, 조직 슬림화와 경영 효율화를 도모하겠다는 의도가 크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만으로 SK온이 재무적 부담을 해결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사진=SK온)
 
끝없는 적자와 늘어나는 부채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온은 지난 2분기 기준 4601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무려 11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글로벌 공장 가동률이 떨어진데다 헝가리 공장을 신규 가동하면서 고정비가 증가해 비용 지출이 늘었기 때문이다. 2021년 SK이노베이션(096770)에서 자회사로 분리된 SK온은 그간 SK이노베이션의 대대적인 지원을 받아왔다. 2022년 SK이노베이션은 유상증자를 통해 SK온에 2조원을 출자한 바 있으며 올해도 9조원 규모 설비투자를 예고했다. 그 중 배터리 사업에 투입할 금액은 83%에 해당하는 7조5000억원이다.
 
고도의 기술력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무리한 투자가 이어지면서 재무 부담도 커졌다. 2021년 4조5390억원이었던 총차입금은 올 상반기 21조원으로 급증해 4배 이상 증가했다. 상반기 기준 유동부채만 13조원, 그 중 단기차입금이 9조원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회사가 가진 현금성 자산은 3조원에 불과해 단기차입금을 감당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SK온의 부채비율은 2022년 258.1%까지 상승한 이후 올 상반기 171.42%을 기록하고 있다. 부채비율은 감소했지만 경쟁사인 LG에너지솔루션(373220)삼성SDI(006400)의 부채비율이 각각 84.5%, 72.2%라는 점을 고려하면 여전히 재무구조가 불안정한 상태다.
 
이처럼 투자를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SK온은 글로벌 공장 신설과 배터리 제품군 확장을 멈출 수 없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를 중단하면 기술력에서 더욱 뒤처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는 캐즘(chasm)이라고 불리는 기술력과 시장성의 격차를 SK온이 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로 이어진다.
 
시장에서는 SK온이 기술력과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단기간에 과도한 투자를 단행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SK온은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빠르게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과감한 투자를 진행해왔지만, 이에 따른 성과가 가시화되지 못한데다 오히려 재무구조가 악화되면서 기술적 격차를 좁히지 못한 채 적자 상태에 머물러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SK온의 기술력이 무르익지 않은 상태에서 대규모 투자가 이뤄진 부분이 있다"면서 "성과는 없는데 투자만 지속되다 보니 적자만 누적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첫 희망퇴직 실시…위기 넘을 수 있을지 의문
 
이러한 경영 위기 속에서 SK온은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단행한다. 희망퇴직 신청자에게는 연봉의 50%와 단기 인센티브가 지급될 예정이다. 지난해 11월 이전에 입사한 직원을 대상으로 실시되는 이번 희망퇴직은 조직의 슬림화를 통해 경영 효율성을 높이고, 재정적 부담을 완화하려는 조치다. SK온은 이를 통해 인건비 절감과 조직 구조조정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그 규모와 효과에 대해서는 아직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이번 희망퇴직이 SK온의 재무구조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현재 회사의 재정적 문제는 단순히 인건비 절감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기술력 부족과 무리한 투자로 인한 현금흐름 악화는 고질적인 문제로 남아 있으며, 이를 해결하지 않는 이상 재무구조 개선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또 희망퇴직을 통해 일부 비용 절감이 가능하더라도 회사 전체의 생산성과 혁신 역량이 약화될 위험성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해 SK온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회사의 주요 성장 동력인 연구개발(R&D) 관련 인력은 상시 채용 중"이라면서 "이번 희망퇴직에 직원들이 얼마나 참여할지 등은 알 수가 없어 재무구조 개선에 얼만큼 영향을 미칠지 정확히 가늠할 수 없지만, 이 외에도 전사적 차원의 재무 개선 노력은 지속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SK온이 이번 희망퇴직을 통해 유의미한 재무 개선을 이루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SK온의 희망퇴직이 규모나 비용절감 목표치도 제대로 정해놓지 않은 상황에서 시행되고 있어 재무구조에 얼마나 영향을 줄지는 미지수"라며 "가뜩이나 캐즘으로 업황이 어려운 상황에서 미래 성장 동력인 직원들을 내보내는 게 장기적으로 좋은 선택인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앞서 SK온은 지난 7월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하고 영업손실이 흑자 전환할 때까지 모든 임원의 연봉을 동결하기로 했다. 또 임원이 해외 출장을 갈 경우 이코노미석 탑승을 의무화하는 등의 방안을 통해 비용을 최대한 줄이고 있다. 회사는 이번 희망퇴직과 함께 자기개발 무급휴직 관련 ‘뉴챕터 지원 프로그램’도 실시한다. 해당 프로그램에 참여한 직원은 최대 2년간 회사로부터 학비를 지원받게 된다.
 
한편 SK온은 희망퇴직 외에도 배터리 사업 흑자 전환을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미국 조지아 공장에서 포드용 생산라인을 현대차(005380)기아(000270)용으로 바꿔 내달 가동하는 현대차그룹의 미국 전기차 전용 공장에 배터리 공급을 앞두고 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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