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균 게이트' 연도별 전개
'윤 입당→단일화→취임식→공천' 깊게 관여
김영선·박완수·김진태 등 공천 배후로 지목
입력 : 2024-10-11 06:00:00 수정 : 2024-10-11 06:00:00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연결고리인 명태균 씨가 중앙 정치권에서 영향력을 확대한 것은 지난 2021년부터입니다. 특히 윤 대통령 내외와의 특수 관계를 앞세워 이듬해 6·1 보궐선거 당시 '김영선 공천'에 깊숙이 관여하면서 이른바 '명태균 전성시대'를 알렸습니다. 그가 미래한국연구소의 여론조사를 매개로 오세훈 서울시장을 비롯해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등에 접근한 것도 이 시기입니다. 
 
 
 
2021년 이후 '중앙 정치권' 확대 시도
 
11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명 씨가 국민의힘 주요 인사들과 본격적으로 친분을 형성한 것은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전후입니다. 앞서 서울시 관계자는 본지에 "보궐선거 당시 김영선(전 의원)이 무슨 여론조사 전문가를 소개시켜 주겠다고 하면서 연락이 왔다"며 "당시 후보였던 오세훈 시장은 그 사람이 누구냐 물었고 설명을 듣고선 '아 그런 사람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고, 김 전 의원으로부터 소개받은 이후로는 명 씨와 엮이는 일이 없었다"고 전했습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증언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달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그 사람을 처음 본 시기는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라며 "보궐선거 때부터 오세훈과 나경원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면서 나한테도 와서 어쩌고저쩌고 얘기하고 그래서 알게 됐다"고 회상했습니다. 
 
명 씨의 중앙 정치 진입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그는 4·7 보궐선거 이후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선 이준석 현 개혁신당 의원을 적극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과정에서는 명 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했던 '미래한국연구소'는 여론조사를 통해 이 의원을 측면 지원했습니다. 김종인 전 위원장은 "이준석이 (국민의힘) 당대표에 나왔을 때 열심히 도왔다더라"고 전했습니다.
 
스스로 '그림자'라 주장했던 명 씨의 움직임은 2021년 7월부터 광폭 행보에 나섰습니다. 7월4일 당시 유력 대권주자로 거론되던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과 김 전 위원장의 첫 만남, 같은 달 25일 윤석열·이준석 '치맥회동'에 각각 매개체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윤 대통령의 국민의힘 입당 시기도 명 씨의 조언이 근거가 됐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국민의힘에 입당한 윤 대통령은 본격적인 대권 경쟁을 펼칩니다. 이때에도 미래한국연구소의 여론조사 결과가 중요한 역할을 했는데요. 윤 대통령은 2021년 11월5일 치러진 국민의힘 대선후보 최종 경선에서 득표율 47.85%(일반국민 여론조사와 당원투표 50%씩 반영)로 20대 대통령 선거 본선 티켓을 거머쥡니다. 검찰총장에서 물러난 지 약 8개월 만에 제1야당 대선 후보에 올라선 셈입니다.
 
이후에도 명 씨의 '막후 역할론'은 계속됐습니다. 윤 대통령과의 갈등으로 잠행에 나섰던 이준석 의원(당시 국민의힘 당대표)와의 '울산 회동', 한 달여간의 물밑 작업 끝에 대선 일주일 전 극적으로 성사된 '윤석열·안철수 단일화' 등에 명 씨는 윤 대통령 측의 메신저로 활동했습니다. 
 
2022년 5월10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 명태균씨(녹색 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를 받는 권오수 회장의 아들 권혁민 대표(왼쪽 빨간 원), 지난해 별세한 윤 대통령의 부친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오른쪽 빨간 원) 등과 함께 '주요인사' 석에 자리했다.(사진=국방홍보원)
 
2022년 6·1 보궐선거…'명태균 전성시대'
 
윤 대통령 당선 후 명 씨의 행보는 더욱 거침없어졌습니다. 김 여사와의 친분을 앞세워 2022년 6·1 보궐선거와 지방선거 후보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하기에 이른 것입니다. 10년 만에 국회에 재입성하게 된 김영선 전 의원은 물론, 박완수 경남지사, 김진태 강원지사의 공천에도 명 씨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명 씨가 윤 대통령의 취임식 '주요 인사석'에 자리할 수 있었던 것도 김 여사와의 두터운 친분 덕분이었습니다. 
 
22대 국회의원 총선거(총선)를 앞두고 명 씨의 이름이 다시 정치권에서 오르내리기 시작했습니다. 김영선 의원실의 총괄본부장으로 활동하던 명 씨가 김 전 의원의 정치생명 연장을 위해 다시 한번 힘을 쓰기 시작한 것입니다. 김 전 의원의 컷오프(공천 배제) 사실을 조기에 입수한 그는 김 전 의원에 경남 김해갑으로 지역구를 옮기라 지시했고, 김 전 의원은 이를 그대로 따릅니다. 김 여사와 김 전 의원 간의 텔레그램 메시지가 오갔다는 시점도 이때입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김 전 의원의 공천은 불발됐고, 명 씨는 이준석 의원이 이끌고 있던 개혁신당 입당을 타진했습니다. 지난 2월29일 심야의 '칠불사 회동'입니다. 그러나 개혁신당 비례대표 자리 역시 최종 무산됐습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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