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의 미래)③SMR로 북미를 노려라
재생에너지와 공존 '소형 원자로' 주목
한국 원전 뿌리 미국…중국보다 경쟁력
입력 : 2024-10-11 18:00:00 수정 : 2024-10-11 18:00:00
[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기후 위기로 재생에너지가 대두되지만 역설적으로 원자력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재생에너지는 필연적으로 자연환경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인데요. 태양광은 눈, 비가 오거나 밤이 되면 전력을 생산할 수 없고 흐린 날에는 전력 생산이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풍력도 대개 5m/s 이상 바람이 일정한 방향으로 불어야 전기 생산이 가능합니다. 지구 온난화로 기후가 급격히 바뀌면서 재생에너지 발전량 예측 또한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재생에너지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수단으로 원전이 떠오른 이유인데요.
 
최근에는 여러 수요를 충족하면서도 안전성이 획기적으로 향상된 소형모듈원자로(SMR)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기존 원전 보유국은 물론 새롭게 원자력을 도입하려는 나라들이 추진하고 있는데요. SMR이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이를 선점하기 위한 각국의 경쟁도 치열합니다. 
 
배터리 역할 SMR, '게임체인저' 
 
지난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대형원전의 대체제로 SMR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대형원전은 건설 기간이 오래 걸리고 대규모 금융 지원이 필요해 투자 리스크에 대한 우려를 낳습니다. 친환경성, 안전성, 운영 탄력성, 경제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킨 SMR 개발이 탄력을 받은 이유인데요.
 
SMR은 별도 전원 없이도 원자로의 냉각이 유지되는 '피동안전계통'으로 지진 해일 재해에도 안전하게 운영할 수 있습니다. 중대사고 발생 가능성은 대형원전의 1000분의 1수준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SMR은 사고가 나더라도 핵연료 다발수가 적어 방사성 영향이 적은 데다 용량이 작고 모듈화돼 공장에서 제작할 수 있습니다. 건설 현장에서 주문, 조립이 가능해 초기 투자비가 적고 건설 기간도 짧습니다. 투자 회수가 단시일 안에 이뤄져 투자 위험도 줄어듭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2022년 집계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개발 중인 SMR만 80종에 이릅니다. 경수형 SMR뿐 아니라 초고온가스로(VHTR), 용융염원자로(MSR)와 같은 비경수형 SMR도 다수 개발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2030년 전후 SMR이 세계 전력 시장에서 본격 상용화 될 것으로 예측하는데요. 미래 SMR 시장은 약1000조원 규모로 추정됩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에 따르면 미국, 영국, 캐나다 등에서는 이미 소형원자로보다 더 작은 규모의 초소형원자로(MMR)를 연구하고 있는데요. 30MWe 이하 전기 출력 또는 100MWth 이하의 열 출력을 생산하는 원자력시스템을 의미합니다. SMR보다 훨씬 빠르게 제작될 수 있으며 군사적 목적의 이동식 전원 공급, 자연재해 시 신속하고 안정적인 전원 공급, 우주선 추진 동력 제공 등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임채영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자력진흥전략본부장은 "미래에는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이 공존하는 하이브리드 에너지 시스템에서 소형 원자로가 에너지를 저장하는 '배터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난달 4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2024 기후산업국제박람회(WCE)'에서 제1전시장 두산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이 실제 소형원자로(SMR)의 12분의 1 크기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외국 자본, 미국 원자력 시장 진출 길 열려
 
세계 최대 원전 운영국 미국은 지난 2021년 '원자력 전략비전'을 발표했습니다. 기존 원전 가동기간 연장, 원전 산업 생태계 재건 계획을 진행하고 차세대 원자로 기술과 SMR 개발에 7년간 32억달러를 투자할 예정입니다. 
 
미국은 에너지부를 중심으로 SMR 개발도 적극 지원하고 있는데요. 선진원자로 실증사업을 통해 총 10개의 선진원자로 기술개발 및 실증에 총 38억5000만달러를 지원하는 중입니다. 2020년대 말까지 경수형 SMR을 건설하고 2030년대 초반까지 최소 2개의 비경수형 SMR에 대한 인허가를 완료할 방침입니다. 
 
다음 달 미국 대선을 앞두고 있지만 미국 정계 분위기는 원자력 산업 부흥을 위해 민주당, 공화당이 초당적으로 협력하고 있는 모습인데요. 
 
대표적 예가 지난 7월 외국 자본의 미국 원자력 시장 진입을 허용하는 '어드밴스드 액트(Advanced ACT)' 통과시킨 겁니다. 1954년 이후 미국 원자력은 안보상의 이유로 외국자본의 참여를 금지해 왔으나 법안 통과로 미국 발전회사에 투자해 발전소를 지을 수 있고, 미국 원자력 벤더를 통해 최대 주주가 돼 미국 내에서 원자력 관련 산업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겁니다. 한국이 주요 수출시장으로 미국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임채영 본부장은 "미국이 아무리 급하다 해도 단기간에 중국 원자로를 가져다 쓸 것 같지는 않다"며 "정치적인 이슈도 있고 전략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도 아직은 우리나라가 수출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특히 미국 시장은 지정학적 이슈도 없어 상업적 경쟁력만 있으면 들어갈 수 있는 데다 한국 원전 뿌리가 미국이라 규제 체제도 유사하다"며 "미국 시장 공략이 성공하면 캐나다도 같이 따라올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미국이 노후화한 핵탄두를 녹여 얻은 고순도저농축우라늄(HALEU)을 연료로 채운 소형모듈형 원자로(SMR)의 모습(사진=CNN/뉴시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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